미국 국채시장 급격한 유턴…시장 혼란 언제 진정될까?
2021-11-08 16:52
미국 국채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장기국채 금리는 최근 며칠간 갑작스러운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의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시장의 예상과 크게 엇나간 결과였다. 미국 금융가인 월스트리트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고용지표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명확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매입규모 긴축이 본격화하는 와중이라 최근 국채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측하기 힘든 시장, 대규모 투자자들도 손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이하 현지시간) 장기국채의 빠른 수익률 하락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전했다. 신문은 "국채시장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면서 "중앙은행이 긴축에 돌아서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단기 국채의 수익률은 지난 3월 이후 최대로 올랐다. 그러나 치솟는 듯했던 장기 국채의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장단기 금리가 평평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성장률이 정상화하고 인플레이션이 금리를 더욱 밀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TCW 그룹의 멧워스트토털리턴 채권 펀드 운용에도 참가했던 스티브 케인은 "헤지펀드들이 오프사이드에 걸렸다"면서 "스퀴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여 손해를 보게 됐으며, 손해가 커지면서 쥐고 있던 포지션을 청산해야 하면서 국채 금리의 하락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채권 투자의 경우는 엄청난 금액의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손실은 더욱 뼈아플 수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로코스 캐피털의 경우 10월 말 현재 채권 거래로 인해 2021년에 27%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엑소더스포인트 캐피털 매니지먼트 LP와 발리아스니자산운용 LP 등도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거래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WSJ은 전했다.
◆이례적인 시장 움직임···"투자자들 신중해져"
장단기 금리 평탄화가 이뤄지는 지역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이런 현상은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통 이런 움직임은 금리인상 주기가 끝나갈 때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채권 시장의 움직임은 향후 인플레이션 흐름이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이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 인플레이션이 잦아들 것이라고 보는 연준의 시각과는 다른 것이다.
채권 시장은 향후 5년간 물가상승률이 3%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한달 전에 2.5%였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이다. WSJ은 "채권 시장이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채권 가격은 향후 5년간 물가상승률이 더 올라간다고 보면서, 향후 몇 년 동안 일련의 금리 인상이 경제를 위축시키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채권 가격은 연준이 2023년 말까지 다섯 차례 금리를 인상해 세계 경제의 둔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과 하이일드 채권 등 위험성 자산은 세계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은 사상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크본드 가격도 상승하면서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간 엇갈리는 전망에 시장 참여자들의 행보도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뉴욕 TD증권의 미국 금리전략가인 게나디 골드버그는 "금리의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