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 대란, 진짜 문제는 내년 '식량난'...비료값 급등에 물가 또 오르나?
2021-11-08 00:03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이 내년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질소비료의 원료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은 이미 올해 들어 30% 이상 오른 상태지만, 비료 부족에 따른 생산량 저하로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주간 북미 비료 가격 지수는 104.23으로 치솟으며 2002년 집계 이래 최고치를 다시 썼다. 3주 사이 두 번째 최고치 경신이다. 해당 지수는 지난달 22일 1013.7을 기록하며 2008년 8월(932.27)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은 미국 비료업체 CF인더스트리즈를 인용해 비료 부족 상황이 내년 전 세계 작물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CF인더스트리즈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최소 2023년까지 국제적으로 강한 비료 수요가 이어지며 비료 물량이 충분치 않다"면서 "부족한 비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내년 전 세계의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앞서 유럽 최대 비료업체인 노르웨이 야라의 전망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야라는 생산 가격 상승으로 비료 공급량이 축소하며 식량 가격 상승과 (국제적인) 기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야라는 지난 9월 자사의 암모니아 생산량을 40% 감축했고, CF인더스트리즈는 영국 공장 두 곳의 조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질소 비료의 원료를 추출하는 재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올 하반기 급등한 여파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대표 은행인 라보뱅크의 사무엘 테일러 이사는 지난달 초 마켓워치에서 "비료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퍼펙트 스톰(동시다발적 악재)'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최근의 물가 상승세(인플레이션)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용어로, 곡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일반 물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실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도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5일 FAO의 발표에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3.0% 상승한 133.2p(포인트)를 기록했다. 지수는 7월 124.6에서 8월 128.0, 9월 129.2로 오른 데 이어 130 선도 넘어선 것이다.
특히, 10월 집계에선 5개 품목(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중 곡물과 유지류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두 품목은 옥수수와 대두 등 비료 사용이 많은 농작물이다.
올 상반기부터 이어진 비료 가격 급등에는 에너지 위기, 공급망 혼선 등 다양한 물가 상승 요인이 작용했지만, 자국의 에너지·식량 안보를 앞세운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 정책이 특히 이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무기물(화학) 비료는 크게 질소(N)와 인산(P), 탄산칼륨(K) 종류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질소 비료의 원료는 바로 요소다. 일반적으로 요소의 생산은 암모니아 합성 공정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온·고압처리해 만들어낸다.
따라서, 천연가스 가격은 요소 생산 비용의 70~90%를 차지한다. 러시아가 유럽 지역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축소하자 유럽 내 비료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는 지난 3일 자국 식품 가격 인상 억제를 이유로 질소 비료 수출을 향후 6개월 동안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석탄 발전에 주력했던 중국 역시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해 석탄 발전량을 제한하면서 지방 공급 전력을 줄이고 천연가스 사용량을 늘린 상태다. 이 과정에서 비료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당국은 10월 15일부터 요소 등 비료와 관련한 29개 품목 화물 선적 시 수출 증명서를 요구하며 비료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 여파로 요소뿐 아니라 인산(DAP·인산이암모늄) 비료 역시 공급이 끊겼다.
이에 중국산 DAP 비료에 크게 의존해온 인도에선 비료 부족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주요 농업 지대인 중·남부 지역에선 농민 시위가 일어나거나, 비료 판매 사기, 비료 도매업자 습격·약탈 등의 사건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칼륨 비료 역시 악재를 맞으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8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독재를 문제 삼아 경제 제재를 가했는데, 여기에는 세계 3대 칼륨 비료 생산업체인 벨라루스칼리가 포함됐다.
이에 염화칼륨 가격은 지난 7월 이후 가격이 급격하게 뛰면서 지난해 11∼12월 당시 1톤(t)당 235달러에서 2.5배 오른 590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비료 공급 부족이 아닌 일시적인 가격 급등에 불과하기에 가격이 곧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북미와 남미 지역의 비료 부족 문제는 지난 9월부터 대두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허리케인 아이다호 피해로 미국 중남부 지역 공급망에 일부 차질이 생긴 시점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세계 4대 곡물 무역 회사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의 후안 리카르도 루시아노 CEO는 "이는 비료 부족 문제가 아닌 가격의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소속 농업 경제학자인 존 베긴은 향후 공급망 혼선을 해결한다면 북미와 남미의 비료 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평소 톤당 300달러 수준이었던 미국과 브라질의 요소 가격은 최근 톤당 700달러로 뛰어올랐지만, 캐나다 밴쿠버에선 여전히 톤당 225달러에 불과하다"면서 캐나다 지역이 아이다호의 피해를 입지 않아 공급망과 운송 문제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긴 교수는 이어 "이런 의미에서 최근의 비료 가격 급등세는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면서 "당장은 비료 가격이 오르겠지만, 세계은행(WB)은 2022년 비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