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에 전자부품 업계 '불타오르네'...공격적 투자 왜?

2021-11-06 06:00
“시기의 문제, 공급물량 변화 없을 것...전방산업 오히려 성장 추세”

전자부품 업계가 미래 성장을 대비해 투자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생산능력을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의 전자부품 계열사들은 3분기 실적발표와 콘퍼런스콜을 통해 앞으로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최근 베트남 법인의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생산·판매 중단을 결정한 삼성전기는 앞으로 주력제품인 FCBGA(플립칩볼그레이드어레이)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최근 올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빠듯한 FCBGA 수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속되는 고사양·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단계별 생산설비(캐파)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투자는 유망 분야 관련 부품의 수요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 계획 대비 다소 확대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시장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수요가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 역시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신규 시설투자 계획이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2월 5478억원 규모의 시설투자 계획을 밝힌 LG이노텍은 최근 정정공시를 통해 이 규모가 8355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LG이노텍 측은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설비 확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카메라 모듈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말 그대로 계획인 데다 생산설비 투자 개념의 범위가 넓어 특정할 수는 없지만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설비를 들여오는 등 추가적인 투자 결정이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와 같은 부품업계의 행보가 주요 고객사인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상황과 대조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3분기 실적발표 과정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제품생산에 일부 차질이 있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3120만대로 작년 3분기보다 6.7% 감소했다. 업계는 이 원인을 공급망과 부품 부족 문제로 보고 있다.

완제품인 스마트폰 생산이 줄면 부품업계 수요도 줄어들게 된다. 완제품 생산 차질이 장기화된 자동차 업계는 후방산업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전자부품 업계는 보란 듯이 투자를 확대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이와 같은 상황을 놓고 전방산업이 겪는 부품 부족 문제를 일시적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부품 공급이 지연될 수는 있지만 총공급물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며 “특히 삼성전기나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은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물량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몇 년 앞의 미래를 내다보면 데이터 서버 증설이나 비대면 가속화 등으로 인해 전방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일시적인 반도체 수급난은 고려하지 않고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완제품 업계가 재고 조절에 나서는 경우 부품업계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부품사 호실적은 완제품사의 재고용 수요도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완제품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새로 발주하지 않고 기존 재고를 사용하게 되면 부품사는 새로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임직원이 폴디드 카메라모듈을 들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