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서 ‘바람’ 일으키는 中 풍력업체들

2021-11-05 00:15
해외시장 진출 '속도'
가격·규모 경쟁력 무장
글로벌 경쟁 심화 예고

진펑커지 공장 내부 모습. [사진=신화통신]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기세가 무섭다. 중국 최대 풍력발전용 터빈 제조업체인 진펑커지(金風科技)를 비롯 내수 시장에만 집중해오던 밍양그룹(明陽智能) 등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풍력발전 수요가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진펑커지·밍양그룹 등 中 풍력 터빈 제조업체들 해외 진출 가속화
보도에 따르면 진펑커지는 최근 “내년부터 해외 풍력발전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종 업체인 밍양그룹도 유럽 시장 진출 확대를 최우선 과제라고 공표했다. 해외시장 진출 의욕을 적극 내비친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간 해외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풍력발전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중국 업체들도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글로벌 풍력·태양광 발전 수요가 네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치열한 가격 경쟁도 이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터빈 제조 과정이 고도로 분열돼 있어 터빈 가격을 계속해서 낮춰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투자자들 역시 풍력발전 시장의 밝은 전망에 돈을 쏟아부으며 이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진펑커지의 주가는 최근 6개월 간 70% 가까이 급등했고, 같은 기간 밍양그룹 주가는 105%나 폭등했다.
중국 업체들 가격 규모에서 경쟁력 뛰어나... 업계 긴장감 고조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경쟁 업체는 긴장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꽤나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 터빈 제조업체들은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뛰어나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유럽과 미국 제조업체들의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터빈 가격은 해외 업체들보다 약 40% 저렴하다. 이에 따라 이미 일부 해외 고객들은 중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르네시아SPA(Renexia SpA)는 자국 남해안 프로젝트에 밍양그룹의 3메가와트(MW)급 터빈 10대를 사용하기로 했다.

르네시아 측은 “밍양의 터빈은 지중해 바람에 적합하며 가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밍양그룹은 이 같은 평가에 힘입어 독일 남부에 제조기지를 건설할 계획까지 세웠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은 규모 면에서도 미국과 유럽 업체들을 압도한다. 덴마크의 풍력발전 업체인 베스타스윈드시스템스가 올해 초 15메가와트 용량에 달하는 터빈을 공급하며 최대 규모 기록을 세운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밍양그룹이 지난 8월에 16MW급 터빈을 내놓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구조적 문제, 신장 인권문제 등은 해외 진출 걸림돌 "
영국 풍력발전 기업 지멘스가메서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이 여러 산업군에서 급속도로 치고 올라왔단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 풍력 기업의 해외 진출 흐름을 매우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제 터빈의 품질을 검증하기 위한 해외 공정이 더 엄격하고 복잡할 뿐 아니라 투자자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게다가 풍력발전과 비슷한 업종인 태양광 장비 제조업체들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유린과 강제노동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조치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풍력업체도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