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조사만 4년···물류대란에 선박값 오르는데 발주도 못해”

2021-11-03 18:40
과징금 최대 8000억···공동행위도 금지될 수도
장기간 조사로 경영 발목···내달엔 결과 나와야

국내 해운업계가 4년 차에 접어든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로 인해 내년 사업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대 8000억원이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되는 과징금에 더해 국내 해운사들의 시장 방어 수단인 공동행위까지 금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으로 사업계획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운기업에 대한 공정위 이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장기간의 공정위 조사로 선사들의 경영활동에 큰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며 “해운업계는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으며, 공정위가 혐의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가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 중에는 어떤 결과를 내줘야 한다”며 “공정위 조사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면 대선정국과 맞물려 내년에도 판단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공정위가 국내 주요 해운사들의 가격담합 혐의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하자 12개 국적 해운사들은 선박 발주 시기를 미루는 등 신규 사업계획 수립을 완전히 멈춘 상태다.

해운협회는 선박 발주를 미룬 것만으로도 해운사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물류대란으로 중고선박은 가격이 최대 10배가 뛰었으며, 신조가격도 올해 초와 비교해 3배 가까이 인상됐다”며 “선박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발주는 못하고 있어 내년도 수출입화물 수송에 지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신용등급 하락, 이자비용 상승 우려도 제기됐다. 김 부회장은 “기업에 있어 불확실성은 가장 큰 위험요소”라며 “금융권에서 선사들의 과징금 이슈를 이유로 신용평가 등급하락 및 선박금융 제공이 제한돼 이자비용 상승이 걱정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정위가 해운업계에 무리하게 담합 혐의를 적용함에 따라 국내 중소 해운사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년간 한진해운을 포함해 우리 컨테이너사 7개가 망했다”며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통한 운임인상 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운임 인상 협의는 해운법에도 부합된다”고 주장했다.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통해 운임인상을 시도하는 것이 글로벌 독과점 해운사들로부터 국내 해운사를 지키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가 지적한 122회 신고불철저와 관련해서 김 부회장은 “지난 7월 해수부가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았으며 1974년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를 통해 국제협약을 맺고 40년간 해왔던 일”이라며 “이제 와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도 문제지만, 경고도 없이 제재부터 한다는 공정위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2018년 9월 국내 해운선사의 운임 담합을 신고받고 현재까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 항로에 대해서는 심사를 완료해 최대 과징금 8000억원 규모의 심사보고서를 각 해운사에 발송했다. 과징금 규모는 국적 선사 12개사에 대해 5600억원, 외국 선사 11개사 대해 24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서울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운기업에 대한 공정위 이슈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