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길목서 들이닥친 에너지대란] 국제 에너지 수급불균형으로 가격 급등세

2021-11-03 05:00
10월 국제유가 LNG 현물가격은 지난해 2~10배 증가
국내 충격 최소화 위해 유류세 할당관세 세율조정 재고관리 등 선제적 조치 필요

2일 서울시내 한 알뜰주유소에 유종별 가격이 표시돼 있다.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주유소가 오는 12일부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판매 가격에 즉시 반영하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장기간 이어졌던 코로나의 경제 한파를 끝내고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에너지 대란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로 막혔던 세계 물류의 흐름이 한 번에 개선을 시도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국제 에너지 수급불균형은 물론 국내에서는 요소수 부족 등 다양한 원자재의 부족 현상도 겪고 있다.
 
최근의 국제 에너지가격의 급등세가 금년 동절기 동안 지속될 전망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내년 초까지 지속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에너지가격 안전화와 수급관리에 조치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나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애경원)은 지난달 25일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의 국내 영향 대비’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에너지가격 안정화와 수급관리 조치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언급했다. 애경원은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내년 초까지 지속된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신속한 에너지가격 안정화와 에너지 수급·재고 관리 조치를 단행할 것을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제 에너지 수급불균형으로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며 10월 국제유가와 LNG 현물가격은 지난해 평균 대비 각각 2배와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42달러에서 81달러로 치솟았으며, LNG현물은 지난해 1MMBtu(1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당 3.8달러에서 올해 38.5달러까지 급등했다.

애경원은 이러한 가격 급등세가 적어도 에너지수요가 증가하는 동절기 동안에는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다가 내년 2분기 이후에야 다소 안정화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을 유발하고 있는 LNG 수급 불균형은 아시아‧유럽의 동절기 피크 수요가 해소되고 주요 생산설비의 재가동이 예상되는 내년 봄 이후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애경원은 전망했다.

이러한 에너지가격 급등은 위드코로나 전환을 통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활동과 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예로 국제유가 상승으로 올해 10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유가와 LNG 현물가격의 급등으로 천연가스의 도입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며 국내 천연가스 도매요금 인상요인으로도 작용했다.

특히, 동절기 에너지수요 증가는 에너지 도입비용 증가를 가속화하며 국내 경제활동과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애경원은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할당관세 등의 세율조정 △재고관리를 통한 에너지 수입비용 최소화 등 정부의 선제적 정책조치 단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종량세로 부과되는 유류세를 동절기에 한시적으로 인하하되, 인하폭은 정책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과거 사례를 고려해 20%이상 과감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천연가스 수입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2%로 인하돼 적용 중인 LNG의 할당관세(기본세율 3%)를 1%p 이상의 추가인하가 필요하며, 원료비 인상요인 최소화를 위해 LNG 현물의 도입을 최소화하고 기계약 물량 위주의 동절기 천연가스 수급대책 가동도 필요하다고 애경원은 부연했다.

당면한 국제 에너지가격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제고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인센티브 확대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애경원은 최근의 국제 원자재, 에너지가격의 상승은 신‧재생에너지 부품‧설치비용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의 설치 유인이 부족한 일반용 및 산업용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을 위해 인센티브 제도의 보완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중·장기적으로 국제 에너지시장 급변 등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강화를 위해 국내 산업부문의 에너지비용 내구력을 강화하고 에너지 가격체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우선 높은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보유한 국내 산업구조 특성을 친환경 공정 및 밸류체인(value-chain) 고도화를 향한 전환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원가를 반영하는 에너지요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올바른 가격신호를 제공,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유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애경원은 설명했다.
 
뜬금없는 요소수 구하기 대란…'꼬여버린' 세계 원자재 물류 

세계 각지에서 원재료 수급 불균형 현상이 벌어지면서 최근 뜻밖의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일명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이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으로, 트럭 등에 의무 장착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이 때문에 요소수 품귀가 물류대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열려있다.

국내 요소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이 최근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시중에 풀렸던 물량은 바닥 난 상태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최근 온라인 사이트에서 10리터(ℓ)에 1만원 안팎이던 요소수의 가격은 호가 기준으로 최대 10만원까지 올랐다.

산업과 생활 전반에서 물류대란이 벌어질 상황에 놓이자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기업별 요청 물량의 현지 수출검사 진행 상황 등 상세 현황을 파악하고 중국 측에 신속한 검사 진행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중국의 수출 의무화 조치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 등 다른 국가로부터 요소를 수입하는 방안도 업계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요소수 매점매석을 비롯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기 위해 업계와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