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균 집값이 12억...평생 모은다고 집 살수 있을까요?"...MZ세대의 눈물

2021-11-17 06:00

[게티이미지 뱅크 ]


# 내년 결혼을 앞둔 박모씨(38)는 신혼집을 알아보다 눈물이 났다. 대기업에 입사해 7년간 투잡·재테크를 병행하며 5억원을 모았지만 이 돈으로는 서울에 전셋집조차 마련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서울에 작은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내 힘으로 마련해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혼을 미뤄가면서도 시작만은 초라하고 싶지 않았던 그의 꿈은 몇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박씨는 어렵게 출퇴근 1시간대 거리의 경기권 소형 아파트를 찾아 계약금을 걸었다. 마음에 썩 들진 않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날아갈까 밤잠을 설친다. 부족한 자금 1억원은 대출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주거래 은행에서 내년 1월 전까지는 대출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신용점수도 또래보다 60점이나 높고, 직장도 탄탄한데 대출잔고가 다 떨어져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소액 마이너스통장 개설도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급한 대로 자동차 담보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데 좌절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국민평형(전용 84㎡) 아파트 30억원,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이 12억원인 시대. 과연 돈을 모은다고 집을 살 수 있을까? MZ세대에서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주거불안을 호소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위 소득의 중산층 가구조차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거 환경에 대한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집값은 급등했고, 정부가 대출을 죄면서 주거 사다리도 붕괴됐다. 주택청약시장은 중장년층과 젊은층의 '제로섬' 게임판으로 바뀌어 세대간 갈등을 부추긴다.

실제 최근 3년간 집값은 상승의 연속이었다. 주택공급부족, 1~2인 가구 증가, 과잉 유동성 등으로 패닉바잉(공황구매)이 늘면서 올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동기대비 17.95%(KB국민은행 통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같은기간 21.44%나 뛰었다. 최근 거래절벽 양상이 심해지고 있음에도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다. 

집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대출 받아서 살 수 있는 집도 줄었다. 요즘은 대출 자체도 여의치 않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에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된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돌입하자 일부 은행에선 대출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준금리도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택시장에 아직 진입하지 못한 MZ세대가 정부의 정책 실패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9~2020년 30~40대가 주택매수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이유는 공급부족에 따른 전셋값 인상과 청약제도의 비합리성 때문이었고, 이들의 매수세 증가로 가격이 상승하자 추격매수가 붙으면서 가격이 더 급등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현재 무주택자인 30~40대들은 이미 너무 올라버린 주택가격과 LTV·DTI 제약으로 시장 진입 여력이 낮아졌다. 

건산연 관계자는 "무주택 30~40대들은 주택 구매 욕구를 갖고 있지만 현재 자산, 금융여력으로는 주택구입이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급격한 상승이 있었던 서울지역에 사는 무주택자들의 괴리감과 박탈감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교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임대차법 강행 이후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가 폭등세를 보였고, 정부가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책만 마련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은 중산층도 도시에 살기 어려워졌다. 사회적 기회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산 양극화, 계층 분화, 박탈감·분노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