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벨트, 핵심은 용인] SK하이닉스, 삼각벨트 완성…후방기지 역할 톡톡

2021-11-01 05:11
삼성전자 기흥-수원-평택과 비견…50여개 소부장 업체와 협력 강화
SK하이닉스, 부지 확정되는 내년부터 120조원 들여 반도체 팹 4개 건설
수도권 인접 용인, 지방 근무 꺼리는 석·박사급 우수 인재 영입 기대

정부가 추진 중인 ‘K-반도체 벨트’의 핵심은 단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이미 삼성전자가 탄탄하게 구축해 놓은 기흥·수원·평택캠퍼스가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생산의 전진기지라면, SK하이닉스가 구축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50여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함께 반도체 협력 후방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경기도 이천 M16 팹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산업협회사 85% 수도권 소재...‘소부장 특화단지’에 최적, SK 1조2200억원 지원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약 448만㎡(약 135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해당 입지는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업계가 그동안 호시탐탐 눈독을 들였던 곳이다.

무엇보다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어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도 용이하다. 실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244개사 중 약 85%가 서울 및 경기권에 있다. 용인에 새로운 부지가 조성된다면 실시간 유기적 협력 관계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또한 기존 반도체 사업장(경기 이천, 충북 청주, 용인 기흥, 경기 화성, 경기 평택 등)과의 연계성도 높고, 반도체 생산에 대량 투입되는 전력과 용수,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이 쉽다는 장점도 상당하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진행 중인 지장물 조사와 토지 보상 절차를 마무리하고 부지가 최종 확정되는 2022년부터 120조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외 50개 이상 소부장 업체도 이곳에 입주해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나온 대로 ‘소부장 특화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반도체산업은 기술개발 및 생산 전 과정에서 제조사와 소부장 업체 간의 공동 연구개발(R&D), 성능분석, 장비 셋업·유지보수가 필수적인데, 이 같은 작업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손쉽게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외 협력업체와의 시너지 창출 및 생태계 강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총 1조22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상생펀드 조성에 3000억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상생협력센터 설립 및 상생프로그램 추진에 6380억원 △공동 R&D에 2800억원 등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야말로 국내외 기업들이 꿈꾸던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대·중소 기업 상생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9. 02. 21. 그래픽=연합뉴스]



◆SK하이닉스, ‘이천-청주-용인’ 반도체 거점 삼각벨트 구축

용인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SK하이닉스는 ‘이천-청주-용인’이라는 반도체 거점 삼각 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특산품이 반도체’라는 말로 잘 알려진 경기도 이천은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만큼 반도체 생산의 컨트롤 타워 기능과 R&D·마더 팹 및 D램 생산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충북 청주는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를 맡고, 새로 조성하는 용인은 D램·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과 더불어 이천과 청주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이천에는 M16 구축과 연구개발동 건설 등에 약 10년간 20조원 규모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M16은 지난 2월 준공식을 마쳤다. 2018년 11월 착공 이후 들어간 투자비만 3조5000억원이고, 연인원 334만명을 투입해 25개월 만에 완성한 최신 팹이다. 건축 면적(공장 1층 넓이)은 5만7000㎡(약 1만7000평)로 축구장 약 여덟개를 합친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최초의 EUV (극자외선)노광기가 도입됐는데 D램 제조에 EUV 장비를 활용하면 회로를 새기는 작업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생산 효율성이 높아진다. SK하이닉스는 해당 M16 가동을 발판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의 두 배 수준인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충북 청주에는 2018년부터 가동 중인 M15의 생산능력 확대를 포함해 약 10년간 35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향후 우수한 반도체 인재가 모여드는 곳이 될 전망이다. 현재 경쟁력 우위인 D램과 낸드플래시뿐만 아니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공장도 이곳에 들어설 예정인데,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석·박사급 인력을 유치하려면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지역에 클러스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게 SK하이닉스 경영진의 판단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첨단 기술이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IT기업들이 우수 인재들을 놓고 치열하게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용인은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있고 기존 이천, 청주 지역 인재들과의 교류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업계도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설비 투자 계획을 반기고 있다. 2018년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대기업의 투자도 경색된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투자 뚝심이 올해 반도체 호황기에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입주 기회를 얻게 된 소부장 협력회사들은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한 반도체 부품 업계 관계자는 “지방 중소기업이 석·박사급 반도체 인력을 채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이천-청주까지 근무를 꺼리던 우수한 인재들의 영입도 꿈꿔볼 만하다”고 전했다.

한편 SK그룹은 향후 2023년까지 5대 중점 육성분야에 총 3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구미에 위치한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SK실트론은 SK그룹에 편입된 2017년 이후 생산능력확대를 진행 중이며, 올해까지 약 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의 2023년까지 투자를 세부적으로 보면 차세대 ICT 16조원(비수도권 7조원), 에너지 신산업 10조원(비수도권 9조원), 소재산업 5조원(비수도권 5조원), 헬스케어/미래 모빌리티 등 6조원(비수도권 1조원) 이다. SK그룹은 전체 투자 중 60%에 해당하는 22조원을 비수도권에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