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억 강남빌딩 공시가는 187억…"조세 불공정 심각"

2021-10-29 06:00
수백억원 대형빌딩, 시세반영률은 절반 수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아파트 등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했지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형빌딩은 공시가격의 시세반영 비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은 세금을 책정하는 기준인 만큼 아파트와 빌딩의 조세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수년째 제기되고 있지만 제도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에 착수한 만큼 '1가구 1주택' 고가아파트에 대한 보유세 강화에 앞서 부동산 공시가격을 현실화함으로써 특정 소수가 누리고 있는 세금 특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 대형빌딩 시세반영율 53%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을)이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를 통해 각각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2018~2021년)간 서울과 경기도의 3000㎡ 이상의 대형빌딩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평균 약 52~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별 대형빌딩 경우의 시세반영률 편차가 38~120%에 달하고 있어 조세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가격공시법에 따르면 주거용 부동산은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따라 선정된 공시지가에 근거해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주거용 부동산의 경우는 토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과세를 하고, 건물은 공시가격이 없어 '지방세법'에 의해 산정된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 3890만 필지 중 공시지가 대상 토지와 주택은 3348만 필지이다. 비주거용 건축물 542만 필지(13.8%)가 이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주요 대형빌딩의 시세반영률 평균이 53.2%라고 보고했으나, 개별 건물의 경우 편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2021년 서초구에서 거래된 대형빌딩의 실거래가는 555억원인데 반해 공시가격은 187억2000만원으로 시세반영율이 33.7%에 불과했다.

반면, 2019년에 매매된 성북구의 대형빌딩은 공시가격이 499억3000만원이지만 실거래가는 416억2000만원으로 시세반영율이 120%에 달했다. 2018년 영등포구에서 거래된 대형빌딩도 공시가격은 466억원이었으나 실거래가는 558억원으로 시세반영율(83.5%)과 서울 평균의 차이는 30%포인트에 달했다.

경기도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9년 수원시에서 거래된 대형빌딩의 경우 실거래가는 110억원인데 반해 공시가격은 35억5000만원으로 시세반영율이 3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정부시는 실거래가가 77억원인데 공시가격은 55억9000만원으로 시세반영율이 73%를 기록했다. 경기도 주요 대형빌딩의시세반영율 평균은 약 5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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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현실화율은 70%인데…과세 형평성 훼손

2021년 기준 부동산공시가격의 시가 대비 현실화율 수준은 공동주택 70.2%, 단독주택 55.9%, 토지 68.6%이다. 이에 비해 고가인 대형빌딩이 비주거용 건물이라는 이유로 가격 현실화율이 심각하게 낮은 것은 과세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거용 주택 및 토지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지속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반면, 대형빌딩 등의 비주거용 부동산은 2005년 참여정부에서 도입이 결정됐지만 16년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1월 부동산가격공시법 전부 개정(2016년 9월 시행)으로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에 도입의 근거를 임의규정 형태로 마련했음에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검토만 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비주거용 부동산의 공시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비주거용 부동산 공시제도 도입·시행방안과 관련해 부처별 이견으로 인해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부동산의 공적가격이 적정 시세를 반영하고 부동산 유형간 형평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운영하되, 각 제도의 목적에 따라 합리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공적가격의 특성상 특정 지역에 대해서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지역 간 형평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전체적인 도입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국토부의 가격공시가 되고 있지 않아 비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정확한 시세반영율 조사와 적정 목표율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세금 누수 막는 길"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세금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의 80~100%로 현실화할 경우, 전국적으로 재산세액이 총 2조~4조7000억원 증가하고, 지역자원시설세와 지방교육세 등 관련세액도 5000억~1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거용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로 비주거용 부동산과의 과표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주거용 부동산 공시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통해 고가 비주거 부동산의 시세 반영율을 점진적으로 상향시켜나가지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성준 의원은 "국토부가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 도입을 16년째 미루고 있다면 도입 의지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국토부가 비주거용 부동산 제도 도입을 결단하거나 행안부로 하여금 현행 과표 산정체계를 개선하도록 일임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