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h163·cw47·gw40'…10대 위협하는 암호 아시나요
2021-10-25 16:35
키(h)163, 몸무게(cw)47, 희망 체중(gw)40…청소년들 사이서 '프로아나' 유행
거식증 실천하는 '프로아나'…처방전 필요한 식욕억제제도 SNS서 손쉽게 거래
최근 5년간 국내 거식증 환자 비율 중 10대 여성 청소년(14.4%) 가장 많아
전문가 "미디어와 SNS에 외모 지향적 콘텐츠 노출↑…몸매 이야기 지양해야"
거식증 실천하는 '프로아나'…처방전 필요한 식욕억제제도 SNS서 손쉽게 거래
최근 5년간 국내 거식증 환자 비율 중 10대 여성 청소년(14.4%) 가장 많아
전문가 "미디어와 SNS에 외모 지향적 콘텐츠 노출↑…몸매 이야기 지양해야"
먹고 토하거나, 씹고 뱉는 식으로 심각하게 마른 몸을 만들려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개말라 인간, 뼈말라 인간 등 SNS 신조어까지 생길 만큼 영향력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병원 처방을 받아야만 하는 식욕억제제까지 불법적으로 손을 뻗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모지향적 콘텐츠가 청소년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면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25일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을 살펴보면 h, cw, gw와 숫자로 구성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10대 여학생은 자신의 SNS에 h163, cw 47, gw40이라고 적은 뒤 "같이 더 조이실 분을 구한다"고 글을 남겼다. 다른 여학생도 h160, cw 50, gw 37이라는 글을 남긴 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살찔 기미가 보인다"며 '프로아나'라는 태그를 남겼다.
25일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을 살펴보면 h, cw, gw와 숫자로 구성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10대 여학생은 자신의 SNS에 h163, cw 47, gw40이라고 적은 뒤 "같이 더 조이실 분을 구한다"고 글을 남겼다. 다른 여학생도 h160, cw 50, gw 37이라는 글을 남긴 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살찔 기미가 보인다"며 '프로아나'라는 태그를 남겼다.
얼핏 암호처럼 보이는 영문·숫자 조합은 키(Height) 163, 현재 체중(current weight) 47, 목표 체중(goal weight) 40을 뜻한다. 또 태그를 단 '프로아나'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다. 다시 말해 지나칠 정도로 마른 몸을 추구해 거식증(체중 증가에 두려움을 느껴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병적 증상)을 찬성하고 실행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청소년들 사이에 거식증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실제 몸무게와 달리,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는 왜곡된 신체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즉 마른 몸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회적 시선이 프로아나를 부추긴다는 뜻이다.
프로아나를 실천 중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내 몸이 음식으로 가득 찬 기름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살 빼는 게 너무 간절하다. 마른 몸은 내가 무조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마른 아이돌 가수와 모델 사진을 여러 장 첨부했다. 다른 누리꾼도 "살을 빼고난 뒤로 주변 사람들에게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뒤로 체중 관리에 강박이 생겼다. 그게 프로아나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들 사이엔 마른 몸을 치켜세우는 표현인 '개말라', '뼈말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개말라와 뼈말라는 키에서 각 120, 125를 뺀 만큼의 몸무게를 가진 이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키가 165cm인 사람이 개말라가 되기 위해선 45kg, 뼈말라가 되기 위해선 40kg이 돼야 한다. 이보다 더 마른 몸을 원할 땐 하루에 300칼로리만 섭취하는 등 극단적으로 식이조절을 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거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모두 8417명이며, 이 중 거식증을 앓는 여성은 남성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10대 여성 청소년이 1208명(14.4%)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남 의원은 "SNS에서 뼈가 도드라질 정도의 마른 몸이 동경의 대상이 되고, 체중 감량을 위한 위험한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프로아나족'의 저연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대중문화와 SNS가 부채질 하는 '마른 몸 신화'에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이 말한 대로 이들은 체중 감량을 위해 위험한 방식도 서슴지 않는다. 병원처방이 필요한 식욕억제제에도 손을 뻗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익명으로 누구나 채팅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에 '식욕억제제'를 검색하자 펜터민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판매하는 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트위터에도 디에타민을 검색하면 한 알당 3500원에 판매 중이라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펜터민 성분이 포함된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관리돼 마약류 취급자가 아닌 개인 간의 거래는 금지된다. 이를 어길 시 마악류 관리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는 정형화된 사회적 미(美)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청소년들을 거식증으로 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율리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장은 연합뉴스에 "미디어와 SNS에 외모 지향적인 콘텐츠 노출이 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호 지지할 기회가 줄면서 섭식장애 발병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거식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몸매 이야기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SNS 전파력이 심각한 만큼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거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