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플랫폼] 골목상권 침해·문어발 확장 철퇴... 해외로 눈 돌린다
2021-10-22 08:00
최근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정치권으로부터 골목상권 침해, 시장 독점, 문어발식 사업 확장, 일방적 유료화 등에 대해 날선 질타를 받자, 해외 시장 개척, 소상공인·창작자와의 상생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 21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동반 출석한 것도 최근 플랫폼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다. 김 의장은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올해 국정감사장에만 총 세 차례나 나갔다. 김 의장이 한 해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세 차례나 출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8년 국정감사 때 한 차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의장 외에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3회,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회씩 국정감사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했다. 이 GIO는 2017년, 2018년에 국감 증인으로 한 차례씩 출석했고, 이번에 3년 만에 국회에 출석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상생이 화두였다. 이 GIO는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을 묻는 질의에 “저희는 꽤 오랫동안 소상공인과 협력해왔지만, 부족한 점도 있었다”며 “더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길이 있는지 경영진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는 과도한 수수료,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 비난을 받자,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 모두 손을 떼겠다고 했다. 무리한 요금 인상으로 비난받은 택시 중개 앱의 유료 호출 서비스(스마트호출)를 폐지하고, 택시기사용 멤버십 비용과 대리기사 수수료도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마련하고, 김 의장의 개인법인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공헌을 위한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웹툰·웹소설 작가 불공정 계약을 지적받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작가들이 수익 정산 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투자 제도 ‘미니멈 개런티(MG)’의 수익 배분 방식도 창작자에 더 유리하게 바꾸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에 더해 공동체 차원의 추가 상생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골목상권 침해 지적이 나오자, 두 창업자는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GIO는 “해외에서 제페토, 5G 로봇 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IT 기업 중에)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가장 많다”며 “일본에선 라인과 야후재팬 합병을 해냈고, 미국에선 웹소설 1등 업체를 인수했다. 유럽에서는 AI 연구소를 인수하고, 중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인수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도 상당 시간을 해외 성과 발표에 할애하기도 했다. 한성숙 대표는 “미국 DC코믹스·마블과 협업으로 북미 웹툰 월간 이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인 140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매월 2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스노우 카메라 앱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확대하고, 2억40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한 제페토는 브랜드 제휴, 라이브, 게임 등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며 매출이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일본 커머스 시장 진출 성과도 소개했다.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스마트스토어를 전날 일본에 ‘마이스마트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오픈했다. 스마트스토어처럼 스토어 개설부터 고객 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과 연동을 시작으로, Z홀딩스와 본격적인 협업도 시작된다.
한 대표는 “일본 상거래시장은 한국 대비 3배 이상 크고 전자상거래 침투율이 10%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생각한다”며 “네이버 커머스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첫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 또한 “AI와 블록체인 등 새 먹거리에 대해 어느 회사보다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카카오의 사업이 국내에 제한된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본과 미국, 동남아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아마도 내년부터 글로벌 성과 소식이 더 잘 들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 창업자는 플랫폼 기업이 과도한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지적에 “낮출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장은 “개인적으로 플랫폼이 수수료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이 완성돼 수익을 내는 시점부터는 수수료는 점점 내려가는 게 저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무분별한 스타트업 인수로 인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해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이 GIO는 ”국내시장은 네이버, 카카오가 독점한다기엔 아마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시장을 많이 빼앗겼고 경쟁이 버겁다“며 “(네이버가) 시총은 크지만 이통사보다 못한 수익으로 스타트업도 인수하고 기술 투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글로벌 기업의 엄청난 규모와 인력에 유일하게 대응하는 방법론 중 하나는 열정과 재능이 있는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