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의 역설' ESG 채권평가, 한기평 '기후전환금융 평가'로 차별화 활로 여나
2021-10-21 17:58
ESG 채권 평가, '중간고사 전 벼락치기' 가능한 구조…100% 1등급 릴레이 중
기후 전환 금융 인증 평가, 벼락치기 어려운 구조… 차별화 가능할 듯
기후 전환 금융 인증 평가, 벼락치기 어려운 구조… 차별화 가능할 듯
합리적인 차별. 신용등급이 자본시장에서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다.
무차별. ESG 채권은 모두 1등급이다. 무차별한 1등급은 ESG 채권 평가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시장이 태동기다 보니 '그러려니'할 뿐이다.
'묻지마 1등급'이란 오명 하에 놓인 ESG 채권 평가 시장에 국내 한 신용평가사가 합리적 차별을 위한 새로운 평가 제도를 신설했다.
21일 한국기업평가는 '기후 전환 금융 인증 평가 방법론'을 발표했다. 기후 전환 금융은 탄소집약적 산업의 2050 탄소중립 이행방안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상품으로 한국기업평가는 기후 전환 금융상품을 평가대상으로 한다.
ESG 채권 평가, '중간고사 전 벼락치기' 가능한 OX 퀴즈 형태
전문가들은 '1등급 100%'현상에 대해 "평가항목이 OX 퀴즈처럼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프로젝트(투자처)가 주요 평가항목이다. 프로젝트의 투자 비율을 제외하면 100점 혹은 0점뿐이었다. 0점이 예상되는 기업은 자체적으로 최고 등급을 받을 상태를 만든 이후 ESG 채권 평가를 받으면 됐다.
더 큰 문제는 현행 평가 기준으로는 앞으로도 등급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마치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것처럼 공개된 평가 기준에 맞춰 대비하면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ESG 채권 평가는 투자처가 중요한데 적격한 투자처가 아니면 평가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프로세스 준수 여부는 ESG 채권을 발행할 만한 주요 대기업이라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들은 내부적인 프로세스를 갖추는데 익숙하다"며 "ESG 평가가 아직 중소·중견 기업까지 확산되지는 않았기에 프로세스 평가에 차별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벼락치기는 더 이상 No
기후 전환 금융은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된 탄소 중립 요구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2010년대 중반 파리협정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보다 훨씬 낮은 `1.5℃ 이하'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했다.
지구의 기후 전환이 벼락치기로 될 수 없듯이 평가 항목에도 장기적인 항목이 반영된다. 이는 '발행사의 기후 전환 전략 및 거버넌스'란 평가항목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평가(기후 전환 금융 Taxonomy) 기준은 발표되진 않았으나 △발행사의 장기 전환전략이 파리협정 목표와 일관성을 지니는가? △발행사의 전환 전략에 장기 전환전략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목표가 존재하고 일관성을 지니는가? 등이 주요 질의사항 임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지 않은 기업들은 최고 등급(탁월)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즉, 장기적인 계획 수립 여부를 통해 채권 발행사의 적극적인 의지를 간접 평가하는 셈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ESG채권 평가는 투자처가 가장 중요하다 보니 프로세스 관련 부분은 부수적이다"면서 "하지만 기후 전환금융은 '2050 탄소 중립 전환 전략'과 같은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전략은 1달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과거부터 계획을 갖고 전략을 수립한 기업만이 `탁월' 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