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K지오센트릭, 연구소부터 주력사업까지 싹 바꿨다...열분해유 사업 현장 가보니

2021-10-19 15:00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을 목표로 내세운 SK지오센트릭이 사명과 함께 연구실, 주력 사업을 싹 바꿨다.

석유화학 후처리 공정을 연구했던 연구실은 이제 친환경 열분해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국내 중소·중견 열분해 전문기업과 협업을 통해 폐비닐에서 기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전 유성구 소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로비에 전시된 SK지오센트릭의 친환경 제품들. [사진=김성현 기자]

석유화학 연구소가 친환경 연구소로...2024년 10만t 규모 열분해유 공장 짓는다
 
18일 오전 방문한 대전 유성구 소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은 SK이노베이션과 계열사 전체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곳이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 SK이노베이션은 물론 그룹 전체에 대한 친환경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함에 따라 가장 바쁜 근무지가 됐다.
 
입구를 들어서자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친환경 사업의 철학으로 내세운 ‘그린 포 배터 라이프(Green For Better Life)라는 문구가 반겼다. 로비에는 SK지오센트릭이 생산해 상용화에 성공한 친환경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M사의 얼음팩, 세제의 포장재 등 SK지오센트릭의 친환경 제품이 이미 우리 일상에 다가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동차 전장 부품이었다. 강철의 강도를 가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해당 부품은 기존에 사용된 부품의 70% 수준 무게로 들어봤을 때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어 함형택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이 기자들을 회의실로 이끌어 SK지오센트릭의 친환경 사업 전략을 설명했다. 함 센터장은 “우리 자체 기술뿐 아니라 외부기술도 도입해서 빠르게 사업화를 할 것”이라며 “국내 최대 정유 석유화학 기업이었던 만큼 친환경 사업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 센터장의 설명이 끝난 후 환경과학기술원의 박민규 PL(프로페셔널 리더)이 열분해유의 생산 과정, SK지오센트릭의 사업계획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PL이 기자들을 데려간 곳은 열분해유 생산 시범 설비가 있는 곳인데 이곳은 원래 석유화학 공정의 후처리를 연구하는 곳이었다.
 
박 PL이 강조한 SK지오센트릭의 열분해유 공정 특징은 경쟁사보다 효율은 높고, 불순물은 적은 것이다. SK지오센트릭이 개발한 촉매제가 해당 역할을 하는데,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이는 폐비닐을 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기름은 물론 투명한 납사로 재탄생 시킨다.
 
내년 여름에는 연간 100톤(t)을 처리 가능한 데모설비를 환경과학기술원 인근에 지을 예정이며 2024년에는 10만t 규모의 상업용 공장이 건설된다.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Plastic CR(Chemical Recycle) Task 박민규 PL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단계별 유분 성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처참한 폐비닐이 투명한 납사로 변신...SK지오센트릭과 에코크리에이션 협업 성과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가 열분해유의 원료인 폐비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현 기자]

박 PL의 설명을 뒤로하고 인천 서구 소재 뉴에코원 공장으로 향했다. SK지오센트릭은 국내 열분해 업체인 에코크레이션과 지난 3월 폐플라스틱 열분해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8월에는 에코크레이션 지분 25%를 확보했다. 뉴에코원은 에코크리에이션의 열분해 기술을 적용한 열분해유 생산 공장이다. 올 11월 상업 생산을 목표로 시험 가동 중이다. 현재는 하루 10t의 열분해유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에 들어서자 처참한 폐비닐 덩어리가 보였다. 재활용 원료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비닐 덩어리 앞에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가 섰다. 전 대표는 “원래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수준의 비닐 쓰레기지만 SK지오센트릭과 저희의 기술을 거쳐 기름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뉴에코원의 열분해유 공정 효율은 60%에 달하며 열분해유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화수소(Hcl)은 경쟁사 대비 최대 30분의 1수준이다. 에코크레이션이 독자개발한 열분해 기술인 촉매제어기술에 SK지오센트릭의 연구가 더해진 결과다.

공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반응로를 볼 수 있다. 해당 반응로에 앞서 보았던 폐비닐을 넣는다. 언뜻 보면 커다란 군고구마 통을 연상시키는데 반응로를 4시간 정도 데우면 가스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열분해유가 생산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발생한 가스가 촉매탑, 열교환기를 지나 공장에 투입되는 기름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SK지오센트릭은 현재 공정에서 더 나아가 효율을 100%까지 올리고 HCl 발생은 입방미터당 100ppm 아래로 줄이는 연구를 에코크레이션과 함께 진행 중이다.

김지연 에코크레이션 이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상용화뿐만 아니라 고순도의 열분해유를 생산해 SK지오센트릭 공정에 투입함으로써 친환경 및 ESG 경영에서 양사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향후 SK지오센트릭과 함께 열분해유를 환경 분야 혁신 제품*으로 지정 등록 할 수 있도록 협력함으로써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과 에코크리에이션의 뉴에코원 공장 내 반응로 모습. 이곳에 폐비닐이 투입되면 열분해유 공정이 시작된다.[사진=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