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행로 넓혔더니 지역상권 매출이 쑥...'걷기'가 도시를 살린다
2021-10-17 18:00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차도 사라진 도시에 시민 활력 되살아나
"그동안 보행로가 좁아서 걷다보면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기 일쑤였거든요. 탁트인 보행로와 곳곳에 놓인 싱그러운 나무들, 점심을 먹고 사람숲길을 산책하는 20분간이 고단한 하루를 버티는 최고의 힐링입니다."(30대 직장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는 서울의 얼굴이잖아요. 그동안 사람과 자동차가 뒤엉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차로가 줄고 보행공간이 늘면서 사람 친화적인 도시에 한 발 다가선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위드 코로나'가 선포되서 숭례문, 덕수궁, 서울광장 등 곳곳에 조성된 아름다운 숲길을 전 세계인들이 함께 누렸으면 좋겠네요."(20대 대학생)
서울시가 '세종대로 사람숲길'을 조성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세종대로 사람숲길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서울시청, 숭례문, 서울역을 잇는 1.55㎞ 거리의 보행자 중심 거리다. 기존 차로를 절반으로 줄이고 보행로를 확장해 각종 나무를 심어 거리 미관을 개선함과 동시에 보행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사람숲길로 인해 광화문 일대는 '걷고 싶은거리, 머물고 싶은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사업을 통해 기존 세종대로 차로는 9~12개에서 7~9개로 줄었고, 보행로 폭은 최대 12m까지 늘었다. 차로를 축소한 자리에는 서울광장 면적 2배에 달하는 1만3950㎡ 규모의 보행공간이 생겼다.
숭례문 주변에도 새 보행로가 생기고 북창동 인근 보도가 확대되는 등 시민들이 걷기 편한 환경이 조성됐다.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됐고 세종대로에 자전거 도로도 마련됐다.
서울시청 주변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성한 경관을 선사하는 '녹색숲'도 생겼다. 대한문, 북창동 등에는 디자인 벤치 10개를 설치해 걷다 지친 시민들이 가로숲을 보며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거리에 머무는 사람이 늘어나면 지역상권에도 활력이 돈다. 자동차로 빠르게 이동하면 거리의 상점에 관심을 갖기 어렵지만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상점들이 눈에 들어오고, 구매욕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걷는 도시 서울 정책효과와 향후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보행정책사업이 완료된 뒤 보행로의 유동인구는 25.7%, 상권 매출액은 8.6%, 대중교통 이용객수는 8.6% 상승했다. 조사는 2017년까지 사업이 완료된 보행정책사업, 도심보행특구, 대중교통전용지구 등 130개 단위사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에 따르면 보행로가 활성화되면서 한양대 주변 보행거리, 서울로 7017, 연세로 일대, 세운상가 등 각 지역 대표 보행거리에 위치한 지역상권 매출액은 2017년 2분기 260억원에서 2018년 282억원으로 8.6% 커졌다.
같은기간 중랑 용마산로 보행환경지구, 은평구 보행자우선도로 등 지역 마을가게 상권 78개곳에서도 유동인구가 25.7% 증가했다. 시 연평균 증가율인 18.8%를 훨씬 뛰어 넘는 수치다. 대중교통 이용객수는 2011년 160만 통행에서 2018년 173만 통행으로 7년간 8.6% 증가했다
시는 사람숲길이 주변 상권을 연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숲길을 광화문광장과 덕수궁, 숭례문, 남산, 서울로7017 구간까지 연결해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보행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