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지역성 활성화 위한 지원 필요…디지털 전환도 추진"

2021-10-12 00:10
케이블TV서 영동 포도 팔아요…'커머스 방송' 첫 발 성과
"한쪽만 규제하고 살아남으라 하면 안 돼…논평 해설 금지 규제 완화 필요"
'공동제작협력단'서 대박 콘텐츠 발굴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11일 아주경제와 만나 케이블TV의 지역성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적극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한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해 미디어 업계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난 3월 취임한 이 회장은 케이블TV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최근 커머스 방송을 선보이고 지역 농산물을 판매해 업계는 물론 지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혁신을 끊임없이 지속해 '디지털 전환(DT)'의 기틀을 닦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목표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케이블 업계 내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보자, 한번 해보자 하는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위기 상황이라고 위축돼 있기보다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면 길이 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방송 통신 생태계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다. 전국 최초로 케이블TV를 지원하는 조례가 나오기도 하고, 지역 채널에서 커머스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부산시 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부산시 지역종합유선방송 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를 토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해 SO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토대로 지역을 위한 공적 기능을 확대하려 한다. 예컨대 지역 명소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먹거리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조례가 막 통과한 시점이기 때문에 구체적 사업은 시작하지 못했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현재 내년 예산에 이러한 항목을 반영하려고 부산 케이블 업계가 노력하고 있다. 경남도에서도 비슷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어, 협회 차원에서 전국 각 시도가 SO를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도록 도울 방침이다.

또한 정부의 혁신적 조치로 지역 채널이 차별화한 커머스 방송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열린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시작으로 커머스 방송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과 농어민을 위한 판로개척에 나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큰 성과다. 막 시작한 만큼 아직 규모가 크지 않으나,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추석에도 경남 진주, 인천광역시, 충북 영동 등 아홉개 지자체와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고 전국 지역 채널에 공동 편성했다. 영동 포도, 강화 순무 등 지역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지역 상인은 물론 전국 시청자의 반응도 좋았다. 이달에는 아홉 건의 지자체 행사에 지역 채널이 커머스 방송을 준비 중이다. 향후 단순한 커머스 방송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활용한 복합 서비스를 구축하고, 결제 편의성을 높일 방침이다. 커머스 방송 경험이 점차 축적되면 제2의 '우리 동네 당근(당신 근처)마켓'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유료방송 시장이 인터넷TV(IPTV)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OTT가 강력한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블TV의 강점이나 차별성은 무엇인가.

미디어 환경 변화가 케이블TV만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케이블TV나 IPTV나 실질적인 서비스의 내용에서는 차이가 없다. 시청자에게 수준 높은 콘텐츠를 합리적 가격으로 서비스한다는 기본 원칙에 얼마나 충실하냐가 중요하다.

IPTV가 할 수 없는 케이블만의 서비스는 지역 채널이다.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과제다. 글로벌도 중요하지만, 로컬도 중요하다. 고령화 시대에 로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국에도 로컬을 강조해 성공한 케이블의 사례가 있다. 대체 불가능한 로컬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지금 SO도 IPTV 사업을 할 수 있는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양방향 서비스 등 많은 부분의 효율화를 가져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OTT와는 결국 같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 사례를 봐도 OTT 하나만을 가입하기보다는 3~4개의 OTT와 기존 미디어를 결합한 상품 가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 OTT만으로는 100% 충족할 수 없는 실시간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도 있다. 케이블TV는 방송 통신 융합 시장에서 필수 설비인 유선망과 와이파이 등 무선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라는 측면에서 상생의 마케팅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렇다면 케이블TV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부산시의회의 조례 제정같이 지역에서 공적 기능에 대한 지원을 받고,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중소SO 지원법안도 비쟁점 법안이고, 민생 법안인 만큼 국회에서 하루빨리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칫 정부나 국회에서 케이블TV는 유료방송이고 면허사업인데 뭘 지원하느냐고 생각할까봐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케이블TV의 공공성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지상파가 공적 기능을 하지만 SO도 지역에서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글로벌 OTT를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케이블TV도 그 수준에 맞게 규제를 완화했으면 한다. 한쪽만 규제로 묶고 살아남으라고 하면 안 된다. 예컨대 논평 해설 금지 같은 규제를 완화한다면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역 채널의 정보전달에 발목을 잡고, 민심을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효성도 낮고, 미디어의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 해설논평 금지 조항의 폐지에 대해 대다수 학자와 전문가도 동의하는 만큼 과감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규제가 완화한다면 케이블TV 업계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차별적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년을 포함해 향후 임기 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이 궁금하다.

내년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대선 과정에서 미디어 정책의 굵직한 줄기가 논의될 것이고, 지방선거는 케이블TV의 지역성을 확장하고 공익적 의무를 지역민에게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를 위해 선거방송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다.

임기 중에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의 기본 전제는 끊임없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생존의 문제다.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진짜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IPTV 사업 허가도 그 일환이다.

우선, 케이블TV 지역 채널을 활성화하는 데 협회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실증특례로 시작한 커머스 방송이 전 지역에 확산되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케이블TV가 골목상권을 위한 '우리 동네 당근마켓'이 돼야 코로나19 이후의 언택트 시대에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실증 특례로 그치지 않고 현행법상 기존 사업자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케이블TV 공동제작협력단’의 성과를 도출하는데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기존에 'PP 공동제작협력단'으로 운영했던 것을 지난 6월 범위를 확대해 SO 지역 채널이 참여하는 '케이블TV 공동제작협력단'으로 출범했다. 지역 채널이 들어가서 예산을 투입하고, 방영도 보장한다. '취미로 먹고산다', '8도 밥상 플러스' 등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고, 지식재산권(IP)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인 점에서 공동제작의 물꼬를 튼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다. 공동제작은 협력과 소통이 이뤄져야 가능한 사업인 만큼 협회가 주도적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제작 매뉴얼을 만들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중소 PP와 SO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공공성을 위한 콘텐츠 제작 등에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제작비용을 지원받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음 달 초에 3년 만에 SO 최고경영자 워크숍을 한다. 그 자리에서 공동협력사업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업계 내부에서 함께 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공동제작협력단을 활성화해 '대박'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1959년생

◇학력
서울대학교 과학기술산업융합 최고전략과정(SPARC) 수료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언론학 석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경력
2020~2021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관훈클럽 기금교수
2015~2018 을지대학교 홍보디자인학과 초빙교수
2013~2015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
2012~2013 연합뉴스TV 보도국장
2011~2012 연합뉴스 편집국장
2009~2009 관훈클럽 감사
2008~2010 국회방송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1986~2010 연합뉴스 뉴욕특파원, 경제분야 에디터

◇상훈
2012 제18회 장한 고대언론인상 통신·뉴미디어부문
2009 제5회 한국참언론인대상(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