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브그룹, 시그나그룹 보험사업 인수…매각가격 7조원 달할 듯

2021-10-08 11:16
매각가격 절반 라이나생명…아·태 보험산업 확장 의지

미국 처브그룹이 라이나생명의 본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의 보험사업을 인수한다. 다만, 기존에 시그나그룹이 국내에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해온 만큼, 처브그룹이 이를 이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그나그룹 CI]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그나 그룹은 건강관리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사업부와 터키합작 회사 등을 처브 그룹에 매각한다. 다만, 홍콩에 있는 건강 보험 사업은 매각에서 제외된다.

거래 가격은 총 57억5000만 달러(약6조9000억원)로 내년에 모든 협상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처브그룹은 미국의 기업보험 전문 회사로, 전세계 54국에서 재물보험, 특종보험, 개인상해보험, 건강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는 에이스손해보험과 처브라이프생명이 처브 그룹 소속이다.

이번 매각은 처브그룹이 시그나그룹에 먼저 매각을 요구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각 금액의 절반(3조원)가량을 차지하는 라이나생명에 대한 처브그룹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1987년 외국계 생보사 최초로 한국에 진출한 라이나생명은 알짜 회사로 꼽힌다.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라이나생명의 총자산은 5조3612억원으로 업계 20위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1651억원으로 삼성생명(8,514억 원)과 교보생명(5468억원), 한화생명(2508억 원)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자산규모는 대형사들에 비해 작지만 높은 수준의 이익 규모를 내고 있다. 보험회사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도 지난 2분기 말 기준 348.5%로 우수한 편이다.

특히, 라이나생명은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국내 보험사들과 달리 보장성 보험에 집중해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도 적다.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보다는 홈쇼핑이나 텔레마케팅 등 비대면 판매에 강점을 갖고 있어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심사 없이 무조건 가입을 허용하는 OK실버보험(2006년), 치아 전문보험(치아사랑보험, 2008년) 등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라이나생명의 경우 텔레마케팅을 중심으로 보장성보험 중심의 견실한 실적을 올렸다"며 "이 때문에 처브그룹이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에서 보험산업을 확장하기 위해 시그나그룹의 보험분야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시그나그룹이 한국에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추진해온 만큼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