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서 중금리대출 제외 방안 무산
2021-10-05 19:01
당국 "가계대출 급증에 어려워졌다" 판단
중·저신용 서민층 중금리 공급 혜택 축소
중·저신용 서민층 중금리 공급 혜택 축소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 중금리대출 공급액을 제외하려던 금융당국 계획이 가계부채 급증세에 사실상 무산됐다. 제2금융권에는 중금리대출을 포함한 총량규제가 내년에 더 강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대한 인센티브가 축소됨에 따라 중금리대출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민층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중·저신용층 대상 중금리 신용대출 일부를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해왔으나, 최근 해당 안을 폐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4월 이러한 내용의 중금리대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최고금리 인하(연 24→20%)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 일환으로, 중금리대출 공급을 늘려 금리단층 현상을 해소하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비보증부 중금리 신용대출 요건을 단순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총량규제 대상에서 중금리대출을 제외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중금리대출을 포함한 총량규제를 더 강하게 조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금융권에서 중금리대출 공급을 가장 많이 하는 저축은행 업계의 경우 올해 중금리대출을 포함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21%, 중금리대출을 제외한 증가율은 5.4% 이내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17곳이 이미 21%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 6%대에서 내년 4% 선으로 낮추기로 한 만큼, 총량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은 중금리대출 공급 유인이 낮아지게 됐다. 이로 인해 고소득·고신용자가 대출 급증세를 이끌고 있지만, 정작 중·저신용 서민층의 중금리 공급 혜택은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 데다 당국 규제에 평소보다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할 수밖에 없는데, 인센티브마저 사라져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중금리대출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기존 신용등급 4등급 이하)에게 공급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로, 금융위는 지난 상반기 종전의 사전공시 요건과 가중평균금리 조건을 없앴다. 금리상한은 은행 6.5%, 상호금융 8.5%, 카드사 11%, 캐피탈사 14%, 저축은행 16%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