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계열사만 잘나간 한화그룹···'승계 핵심 계열사'도 실적 개선 나선다

2021-10-05 05:10

한화그룹이 최근 다소 흔들렸던 '승계 핵심 계열사'의 실적 재고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그룹의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일제히 좋아졌지만 향후 3세 승계에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할 계열사는 대부분 악화된 탓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내부의 3세 승계 주체가 변경됐다. 그동안 승계 작업을 주도했던 오너 3세의 개인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이 지난 1일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됐기 때문이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해왔다. 한화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을 5.19%까지 매집하는 등 그동안 승계 작업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이번 합병은 자회사인 한화에너지가 모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하는 역합병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국 향후 승계 작업을 주도하게 된 것은 투자회사인 에이치솔루션보다 사업회사인 한화에너지가 된 셈이다.
 

[사진=한화그룹 각 계열사]
 

이 같은 '선수 교체'가 일어난 배경 중 하나로 그동안 에이치솔루션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해왔던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탓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계열사로 꼽혀왔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한화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가치를 크게 늘릴 계획이었다. 해당 상장이 대성공한다면 에이치솔루션 등은 자산 가치 개선을 통해 향후 승계 작업을 좀 더 편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한화종합화학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상장을 자진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2018년 1조8670억원이었던 한화종합화학의 매출액(연결기준)은 2019년 1조6319억원, 지난해 9982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430억원에서 376억원으로 91.51% 줄었다.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였던 한화에너지도 올해 상반기 16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적자 전환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도 1069억원으로 2018년 2206억원 대비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화종합화학이 50%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토탈은 그나마 실적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다. 한화토탈은 올해 상반기 65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 461억원 대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상반기 영업이익 6737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진=한화그룹 각 계열사]
 

이는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다. 올해 상반기 ㈜한화의 영업이익은 1조617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978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한화솔루션도 올해 2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결과 지난해 상반기 2956억원 대비 60.93% 늘어난 4757억원의 상반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영업이익은 2228억원에서 677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승계를 위해서는 한화에너지·임팩트를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것"이라며 "일단 장기적인 관점으로 한화에너지·임팩트를 육성해 필요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기본으로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사진=한화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