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이권 카르텔] 유동규 구속, 리스트‧의혹 실체 드러날까

2021-10-04 10:36
성남시의회 10년치 속기록 살펴보니
백현부터 장안·의왕...차고 넘치는 대장동 판박이
유동규-정진상-김용-김만배 커넥션 실체 '있나 없나'
출자구조 보면 대장동 배임 혐의 적용 여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검찰에 구속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관련된 인물들과 정치권을 향해 제기된 의혹들의 실체가 모조리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남시의회 10년치 속기록 살펴보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인 유 전 본부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간 특수 관계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 전 기획본부장이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출세 가도를 달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 경력이 고작 3년에 불과했던 그는 시장직 인수위윈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시작으로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이 공석이 됐을 때는 사장 직무도 대행했다. 그가 사장 직무대행을 하던 시절에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와 사업자 선정이 진행됐다.

뚜렷한 도시개발 관련 전문성이 없던 그가 기획본부장직에 내려앉자 각종 구설이 쏟아졌다. 당시 김재노 성남시의회 의원(도시건설위원회)은 유 전 기획본부장에게 임원 인사 규정 시행세칙 4조를 들어 임명 자격 기준 5개에 해당하는지 물었고 유 전 기획본부장은 "(채용 자격) 기준 4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원이 "시설관리공단 채용 기준으로 4개가 있는데 이 중 해당되는 게 있냐"고 재차 묻자 유 전 기획본부장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없다"고 스스로 부족함을 시인했다.

유 전 기획본부장은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취임한 직후인 2018년 10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약 한 달 뒤 열린 경기도의회 행정감사에서 관광업계 용어 5개를 묻는 당시 도의원들 질문에 답변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한 경기도의원이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걸 인정하냐"는 질문에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채용 당시와 마찬가지로 "네"라며 자격 부족을 또다시 인정했다. 유 전 기획본부장은 절차상 이 지사가 서류 면접 등을 거쳐 임명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12차 토론회에서 "(유 전 기획본부장은) 리모델링하던 분인데 성남도시공사 이전에 시설관리공단 직원관리 업무를 했을 뿐"이라며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측근’이라고 부를 정도 관계는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이 지사는 유 전 기획본부장과의 특수관계 의혹 외에도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두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지사는 2005년 성남시장 당선 전 대장동 개발을 반대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도시개발을 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성남시장 당선 이후 공공에 맡겨 도시개발을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는 지난 2011년 11월 24일에 진행된 성남시의회 본회의 속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이 지사는 "대장동 사업은 30만평에 이르는 녹지, 대부분의 전답 임야를 개발해서 도시지역으로 분양하는 사업이다"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순이익이 3000억원, 수익률이 29% 이상이 된다는 예상치도 내놨다.

이는 화천대유 등 해당 사업 참여사 수익률이 과도한 데 따른 의혹을 두고 "리스크(risk) 감수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고 반박했던 이 지사의 지난 14일 긴급기자회견 당시 발언과도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 지사는 도시개발 주체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지사가 애초 공영개발 입장을 고수했으나 화천대유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전직 언론사 간부 출신 김만배씨와 2014년 7월 인터뷰한 이후 민관협력개발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12차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성남시의 지방채 발행을 막는 등 저지해서 민관합작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민관합작을 하려면 마귀의 돈을 쓰고, 마귀와 거래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검찰 특수부 수사를 몇 번 받게 될 테니 부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오염이 일부 됐다"고 유감을 표했다.

◆백현부터 장안·의왕...차고 넘치는 대장동 판박이

4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방식은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개발 사업, 의왕 장안지구, 성남 백현지구 등 수도권 곳곳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다. 모두 민관이 공동 참여하고 민간 자금을 프로젝트금융(PF)으로 조달하는 부동산 개발 특수목적법인(SPC) PFV를 설립해 사업을 벌이는 방식이다.

지난 2013년 추진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의 경우 대장동 개발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 중 일부가 연루되기도 했다. 사업을 시행하는 특수목적법인은 '푸른위례프로젝트', 자산관리사는 '위례자산관리'였다. 위례자산관리 등기부에는 정모씨와 김모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남욱 변호사와 주소가 같아 아내일 가능성이 크고 김씨도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모 회계사 아내로 추정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13년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축소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민간 사업자 공모 공고 마감 하루 만에 사업자가 선정되고, 화천대유와 같은 자산관리회사 역할을 한 위례자산관리는 공고 사흘 후에 설립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 실무자라고 지칭한 유동규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이 관련된 정황도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또한 2016년 착공식을 진행한 의왕 장안지구 사업에서도 천화동인5호 소유주로 지목된 정 회계사가 민간 사업자 공모 사업계획서 심의위원으로 선정돼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방식이 유사한 성남 백현동 사업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현재 백현마이스 개발사업은 차근차근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시의회에 제출한 '다른 법인 출자 및 추진계획안'이 지난달 30일 야당의원의 불참 속에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야당의원들은 반대하고 여당의원들은 찬성하는 상황이다.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민간에서 과도한 이익을 가져간 상황”이라며 "성남시 측에서 리스크를 예측하지 못한 것인지 착오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사업 수익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동규-정진상-김용-김만배 커넥션 실체 '있나 없나'

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 등 4명의 인물이 이번 사건의 핵심적 인물로 꼽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제가 받은 제보와 검찰에 제출된 자료를 조합하면 이 네 사람이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도원결의를 한 것으로 나온다”며 “정진상 성남시 정책비서관은 지금 이재명 후보 캠프 비서실에 있는 분이며, 김용은 경기도 대변인을 거쳐서 후보 캠프 부본부장, 유동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권한 대행을 거쳐서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고 김만배는 (언론사) 부국장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펀드를 만들고 구조를 짜며 도원결의해 비밀을 지키자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하나의 펀드만 만들면 되는데 뭐하러 자잘한 펀드까지 만들었을까 하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차명 계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업의 투자사인 천화동인의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천화동인) 1호는 유 전 본부장일 것이라고 하는 제보가 있고, 2~3호는 김씨, 4호는 남욱 변호사, 5호는 실제로는 정영학 회계사, 7호의 실제 주주는 경제지 기자이지만, 제보에 의하면 그보다 더 고위직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2~3호도 공직자의 차명계좌일 가능성이 높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같은 날 오전 의사진행발언 과정에서는 2009년 당시 성남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 세미나’ 사진을 제시하며 “(여기에) 김병욱 민주당 의원, 이 지사, 유동규, 김문기(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처장), 이한주(전 경기연구원장), 김용 등이 다 들어 있다”며 “대장동 게이트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유 전 본부장과 정진상 전 비서관, 김남준 대변인을 성남 라인 3인방으로 부르는 기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보좌하며 인연을 이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 지사가 2008년 총선 당시 분당갑 지역구에 도전했을 때부터 함께해왔다. 이후 성남시에서 8년 동안 정책비서관을 맡았고, 이후 경기도청 정책실장을 거치며 이 지사의 핵심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정 전 비서관은 현재 화천대유가 시행한 판교 대장지구 아파트를 특혜 분양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일 때 대변인으로 발탁됐으며, 이 지사가 지난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경기도 언론보좌관에서 사직하고 가장 먼저 캠프에 합류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이 같은 주장이 근거 없는 소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 캠프 정진욱 대변인은 지난 1일 “대장동 개발 사업이 ‘국민의힘 게이트’이자 ‘윤석열 게이트’인 것이 확실해지자 국면 전환을 노리고 박수영 의원이 이재명 후보 캠프 인사들을 진흙탕에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물타기’에 나섰다”며 “제보자는 물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검찰 자료는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는 박수영이 창작한 ‘뇌피셜 지라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1 야당 소속 국회의원이란 분이 아예 스스로 지라시를 제조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면책특권 뒤에 숨어 유포하는 더러운 비방 정치를 당장 멈추라”고 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자신과 유 전 본부장이 가까운 측근은 아니라고 직접 해명했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유 전 본부장이 측근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장 선거를 도와준 것은 맞는다”며 “측근 개념이 사전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측근 그룹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캠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거기(측근)에 못 낀다. 모호한 개념으로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자구조 보면 대장동 배임 혐의 적용 여부 보인다

성남시 대장동 프로젝트를 통해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가 대규모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던 건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가 ‘선순위 확정이익’을 가져간 후 생기는 이득의 상당수를 화천대유가 가져가는 사업구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출자 참여를 두고 화천대유를 밀어주기 위해 공모지침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은 2일 유 전 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을 맡은 ‘성남의뜰’의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방식을 설계해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성남도공은 부동산개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성남의뜰’을 설립했다. 자본금은 50억원이며 지분은 각각 보통주 3억4999만5000원, 우선주 46억5000만5000원이다. 그중 화천대유가 보유한 보통주는 4999만5000원으로 1%, SK증권이 3억원으로 6%를 보유한 상태였다. 지분율이 1%와 6%에 불과한 화천대유와 SK증권은 최근 3년간 577억원과 3463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는 성남도공이 5500억원의 ‘선순위 확정이익’을 가져간 후 생기는 이득의 상당액을 화천대유가 가져가는 사업구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익을 분배하는 배당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나 세력들을 대상으로 ‘몰아주기’를 위해 배당구조를 임의로 바꿨다면 배임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대장동 게이트 태스크포스(TF)’는 화천대유에 유리한 쪽으로 배당 구조가 설계됐다고 밝혔다. 실제 판교대장 공모지침서를 보면 ‘제13조 (사업주체의 역할 및 책임)’ 부분에서 1항은 ‘프로젝트회사는 본 사업의 시행자로서 인·허가, 보상, 공사시행, 준공, 분양 등 사업수행 전체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2항은 ‘프로젝트회사는 자산관리·운용 및 처분에 관한 업무를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을 자산관리회사로 선정해 위탁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2항이다. TF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의 공모지침서는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공모지침서와 똑같지만 자산관리회사 부분에서만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백운밸리 지침서에는 ‘공사와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한 자산관리회사에 자산관리 업무를 위탁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판교대장 공모지침서에는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을 자산관리회사로 선정해 위탁한다’고 내용이 바뀌었다는 거다. 즉 백운밸리는 공사의 자산관리회사가 출자 참여가 가능했지만 대장동 지침서에는 공사의 자산관리회사 출자 참여가 배제돼 있어 수익을 독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기인 유승민캠프 대변인은 “자산관리회사도 민·관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대장동은 이를 거부한 것”이라며 “그에 따라 대장동에선 공사 지분이 배제된 자산관리회사(화천대유)가 선정되었고, 결국 배당의 대부분을 민간 100% 소유의 화천대유가 독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