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 유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 필요"... 변화 기로에 선 게임업계

2021-10-04 12:10
국감서 확률형 아이템 사회적 문제 지적
아이템 나올 때까지 뽑기... 과소비 유도
게임업계 대표적인 수익모델로 자리 잡아
"자율규제 신뢰 떨어져 법 개정 필요" 주장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국 게임업계의 대표적 수익 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과소비를 부추기고 물질적, 정신적 피로를 유발하는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7년 국정감사 이후 5년째 반복되는 얘기다. 게임업계는 자발적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자율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해외 게임사들의 참여율이 낮고, 확률형 아이템 중에서도 일부의 확률 정보만 공개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져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에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줄이거나, 확률 정보 공개 범위를 넓히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선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화두였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한 확률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아이템을 말한다. 아이템 뽑기뿐만 아니라 아이템·캐릭터 성능 강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낮은 확률로 설계된 확률형 아이템은 다년간 이용자들의 과소비를 부추겨 물질적, 정신적 피로를 유발해왔다. 반대로 게임사들은 이를 통해 고수익을 올렸고, 지금껏 대체 불가능한 수익모델로 자리 잡았다.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이용자들이 올해 초부터 트럭 시위에 나서고, 국내 게임을 외면하는 이유를 묻는 질의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돈 많은 이용자를 쥐어짜서 게임 생태계가 피폐해졌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안으로는 게임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는 2015년에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려고 했으나, 게임업계가 자발적 확률 공개, 합리적 소비 유도 등을 담은 자율규제안을 제시해 규제 도입을 저지했다. 그러나 해외 게임사들의 참여율이 낮고, 최근 일부 게임사의 거짓 확률 표시 등이 드러나면서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더 많은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강화된 자율규제안을 올해 12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산업협회가 자율규제가 법보다 강력하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별 문제 없다는 말 아니냐”며 “사회적 문제가 계속되면 법 개정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1월에 출시할 신작 모바일게임 ‘리니지W’에 확률형 아이템이 적용된 ‘변신’, ‘마법인형’ 시스템을 과금하지 않아도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리니지M에서 과금 유도가 과도하다고 비판을 받은 확률형 능력치 증가 시스템(문양)도 도입하지 않는다. 넥슨은 올해 초에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논란이 발생한 후 실시간으로 확률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