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임기 마지막 국군의 날…文 선택은 합동상륙작전 ‘피스 메이커’

2021-10-02 06:00
사상 첫 해병대서 개최…대형 수송함 함상서 파격 진행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군의 날 기념식 장소로 해병대를 선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방부 주최로 해병대 제1사단 인근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번 국군의 날 주제는 '국민의 군대, 대한 강군'으로, 첨단 과학화와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고, 정예 강군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강한 국군의 의지를 담고 있다.

포항에서 국군의 날을 개최한 것은 창군 이래 최초다. 포항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최초의 상륙전을 벌인 곳이자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중요 거점 중 하나였다. 또 1959년 해병 1사단이 주둔을 시작한 이래 정예해병 양성의 산실 역할을 해온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행사는 영일만 해상에 정박 중인 대형수송함(LPH) 마라도함 함상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군·공군·전쟁기념관·특전사·해병대…5번 기념식 모두 다른 장소
문 대통령은 통상 계룡대에서 진행했던 전례와 달리 2017년 취임 첫 해부터 행사 주제와 각 군의 상징성을 고려해 국군의 날 기념식 장소를 선정해왔다. 2017년에는 해군2함대사령부(경기 평택), 2018년엔 전쟁기념관(서울), 2019년엔 공군11전투비행단(대구), 2020년엔 육군 특수전사령부(경기 이천)에서 개최됐다.

2017년 제69회 국군의 날 문 대통령은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다. 당시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던 최신 무기 ‘현무2’ 계열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 패트리어트(PAC2) 요격미사일,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등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고조되던 2018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다. 대북 무력 시위 대신 국군 장병과 참전용사를 위한 행사로 진행됐다.

오전에 하던 기존 국군의 날 행사와 달리 국민들이 퇴근 이후 TV로 시청할 수 있게 저녁 시간에 거행됐다. 태권도 종합시범과 미래전투체계 시연, 가수 싸이의 공연 등 국민들에게 친숙한 행사들이 마련됐다.

2019년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공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대구 공군기지에서 개최했다. 당시 창군 이래 공군부대에서 열린 최초의 국군의 날 기념식으로, 도입 이후 북한의 반발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일반에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첫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탑승해 우리 방위산업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지난해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특전사에서 진행됐다. 경기 이천 육군특수전사령부에서 개최된 이날 기념식 역시 창군 이래 최초로 특전사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 특전사에서 군 복무를 한 경험이 있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행사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국군 특수전 부대의 강인함과 평화를 만들어갈 미래 국군의 비전을 선보인다는 취지에 맞게 특전사 장병들의 고공낙하 시범이 펼쳐졌다. 이어 F-35A 스텔스 전투기,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 F-15K, KF-16 전투기 등 다양한 항공 전력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제73주년 국군의 날에 국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을 타고 마라도함으로 이동했다. 마린온은 대통령 탑승을 기념해 '마린원'으로 명명됐다.

특히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는 작전명 ‘피스 메이커(Peace Maker)' 합동상륙작전 시연이 진행됐다.

공군·해군 공중전력 6개 편대 36대가 일제히 출격해 표적을 타격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최초 군사용 통신위성 ‘아나시스’는 공중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와 중고도 무인기 등에 전장 정보를 송신했고, 상륙작전을 전개하는 지상 전력은 이 정보에 따라 작전을 펼쳤다.

해병대 특수수색대대 요원들은 최전방에서 수중 장애물 폭파로 후방 지원군의 길을 터줬다. 상륙장갑차(KAAV) 48대, 고무보트 48대, 90t급 고속상륙 공기부양정(LSF) 솔개 1대 등 대규모 해상전력이 상륙작전을 벌였다. 함정 위로는 아파치 공격헬기(AH-64) 12대가 상륙 중인 우리 군을 엄호했다.

해병대 특수수색대 요원들은 목표 지점인 도구해안을 확보한 뒤 문 대통령에게 작전 임무완수 보고를 했고, 대형 태극기를 게양했다. 

합동상륙작전 뒤에는 영일만 상공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승리 비행으로 기념식 본행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마린온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해병대 1사단 내에 건립된 위령탑을 찾아 참배를 하기도 했다.

마린온 사고는 지난 2018년 7월 17일 경북 포항 비행장에서 헬기의 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가며 추락해 장병 5명이 순직한 참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마린온 추락사고 순직 장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해병대 항공단 창설 준비 과정에서 2018년 7월 순직한 김정일 대령, 노동환 중령, 김진화 상사, 김세영 중사, 박재우 병장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합동상륙작전 시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보 신뢰·자부심으로 종전선언 제안…평화, 통수권자 책무”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나는 우리의 든든한 안보태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러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나는 우리 군을 신뢰한다”면서 “호국영령과 참전 유공자들의 헌신, UN군 참전용사와 한·미동맹의 강력한 연대가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책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출범 이후 국방개혁 2.0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면서 “미사일 지침을 폐지해 훨씬 강력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군은 이지스함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에 이어 3만t급 경항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공군은 순 우리 기술로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품을 완성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을 빠르게 충족하고 있다”면서 “오늘은 우리 군 전력으로만 선보이는 피스메이커 상륙작전으로 국민들은 믿음직한 국군의 면모를 충분히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국방예산 증액 △차세대 무기개발 R&D(연구·개발) 예산 확대 △장병 봉급 인상 등의 성과를 일일이 언급했다.

먼저 “내년도 국방예산으로 2017년보다 37% 증액된 총 55조 2000억원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첨단 기술의 핵심전력과 차세대 무기 개발을 위한 R&D 예산을 더욱 대폭 늘려 4조9000억원을 책정했고, 실전 훈련을 위한 가상현실・증강현실 모의훈련체계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기준 최저임금 수준이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면서 “병장 기준 봉급은 67만60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청년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했다”면서 “하루 급식단가도 1만1000원으로 늘었고, 18개월 복무기간 단축은 올해 12월이면 완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군의 과감한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법원법을 개정하는 등 군 스스로 고강도 개혁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다. 군 인권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하는 것이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군, 해군 등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 사망 사건이 잇따르며 군의 신뢰가 타격을 입은 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마라도함 함상에 마련된 본행사장에는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서욱 국방부 장관, 원인철 합참의장, 각 군 총장, 해병대 사령관, 해병 1사단장 등 국방부 및 군 인사 20여명, 연평도 포격전 유공자,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 및 상륙작전 참전용사 50여명, 보훈단체 및 예비역단체 관계자 20여명 등 총 2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3월 26일 열린 서해수호의 날 최초로 공식 석상에서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용어를 썼던 문 대통령은 김정수 소령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천중규·김상혁 상사에게 인헌무공훈장을, 이준형 중사에게는 무공포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