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세미콘 등에 업은 '구본준의 반도체 꿈' 청신호 켜졌다

2021-09-30 05:30

IMF 위기 후 이어진 산업계 빅딜로 1999년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으로 넘길 당시 LG반도체 대표이사를 맡았던 구본준 LX그룹 회장. 당시 LG반도체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전신이다. 구 회장은 LX그룹 창립 이후 못다 이룬 '반도체 꿈'을 향해 열정을 내보이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 계열 분리 이후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을 LX로 편입한 구 회장은 서울 광화문 본사 대신 서울 양재동 LX세미콘 캠퍼스로 하루가 멀다하고 출근하고 있다. 이곳에서 구 회장은 반도체 업황과 기술 개발 성과 등을 두루 챙기며 LX세미콘의 성장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후문이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LX홀딩스 제공]


구 회장은 그룹 편입을 대비해 일찌감치 LX세미콘의 위상을 높게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 임원 인사에서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가 계열분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구 회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LX세미콘은 최근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실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올 상반기 매출액 8548억원, 영업이익 154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매출은 작년 전체 매출의 73%에 이를 정도다. 게다가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 한해 전체 영업이익보다 64% 증가한 규모다. 하반기 전망도 밝아,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는 작년보다 230% 급증한 3114억원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역대 최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LX세미콘은 기술 개발과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LX세미콘은 이달 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업무협약을 맺고 3D ToF (비행시간 거리측정, time-of-flight) 센싱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3D ToF 센싱 기술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의 기기에서 공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최근 모바일기기, 자동차, 물류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MS는 최고 수준의 ToF 센싱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재 확보에도 의욕적이다. LX세미콘은 지난 8월부터 연구개발직 신입 석∙박사와 경력사원 등 총 60여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채용인원을 포함하면 올해 채용규모는 300명을 넘어선다. 구체적으로 △아날로그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 △공정기술 등 R&D 전 분야에서 석·박사 이상 인재를 적극 채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며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며 "최근 가전 및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등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신규 분야 투자와 인재 양성으로 LX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LX세미콘 대전캠퍼스 [사진=LX세미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