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혜 논란] 화천대유, 정치권에 로비 의혹…검찰, 이재명 수사 착수

2021-09-29 08:00
화천대유 관계자, 곽상도 의원에 2500만원 후원
검찰, 28일 이재명 지사 수사에 착수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자들로부터 곽상도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이 후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아들이 6년간 화천대유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퇴직금‧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이 화천대유 관계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곽 의원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곽 의원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로부터 2016년,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만원을 후원받았으며, 남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모 회계사로부터 각각 500만원씩을 후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남 변호사의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500만원을 추가로 후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500만원은 개인이 국회의원에게 후원할 수 있는 연간 최고액이다.

이와 함께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자인 남욱 변호사는 당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에게 1000만원 가량을 후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남 변호사는 2008년 3월에 300만원, 12월 200만원을 정 의원에게 후원했고, 2009년 5월에는 추가로 500만원을 후원했다.

정 의원은 이후 2009년 12월 열린 국회 상임위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장동개발 사업에 참여해 민간과 불필요한 경쟁을 하며 민간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곽 의원은 화천대유와의 연관성에 대해 연일 부정하고 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저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고, 아들이 입사한 회사 ‘화천대유’와 관련돼 국회의원 직무상 어떤 일도, 발언도 한 바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며 “수사에 성실히 임해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밝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화천대유와 관련해 이름을 올린 정치인은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대표와 신영수 전 의원 등이 있다.

원 전 대표는 앞서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지난 7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까지 매월 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 전 의원은 2010년 발생한 '대장동 비리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신 의원의 친동생과 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부장 등이 대장동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억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의혹도 새롭게 제기된 상태다.

이 지사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보좌관 이한성씨가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호의 대표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의 부지사 이화영, 이화영의 보좌관 이한성이라는 라인이 형성된다”며 “이제 서서히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지사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은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 주최 ’개발이익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한성씨는)2004년인가 1년 정도 보좌관을 했다고 한다. 2004년은 제가 정치하지도 않을 때고, 2010년에 (성남)시장이 됐는데, 어떻게 이것을 엮느냐”며 “차라리 같은 국적, 같은 이씨라고 엮는 게 훨씬 빠를 거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대장동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은 국민의힘에서 이 지사 등 9명을 고발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해 직접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대검을 방문해 이 지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천화동인 2∼7호 투자자 등 9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로 배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장동개발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제범죄형사부에 검사 3∼4명을 파견, 수사팀을 확대할 전망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곽 의원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곽 의원이 아들을 매개로 '쪼개기 후원'을 받은 것이면 이 역시 뇌물죄”라며 "이게 불법 아니고 로비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 불법이고 로비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덮으려고 아무거나 주워 덮으려다 오히려 누워서 침뱉기가 돼 돌아온 격"이라며 "팔수록 야당 인사만 나오고, 야당 인사와 핵심 세력의 비리만 드러날 것이다. 국민의힘발 법조게이트는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아들의 퇴직금 논란이 불거지자 당을 탈당한 곽 의원에게 ‘제명’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도부가 곽 의원 아들 퇴직금 관련 내용을 추석 전에 알았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다는 공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은 ‘꼬리자르기’란 비난에 휩싸이기 전에 곽 의원을 제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준석 대표 역시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의원직 사퇴 등의 판단을 (스스로)하지 않는다면 국회 윤리위원회 등의 절차나 제명과 같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민국·박대수·박성민·백종헌·엄태영·정동만·최승재 등 7명의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내고 “같은 당 동료의원으로서 저희도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제 식구였다고 마냥 감쌀 수는 없다. 보수 정당을 새롭게 개혁하겠다는 읍참마속의 의지와 결기를 세워야 한다”며 “법적 책임 여부야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공인으로서 정치적 책임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곽 의원은 깨끗하게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헌정사상 국회의원 제명은 유신 말기였던 1979년 10월 당시 김영삼(YS) 신민당 총재가 유일하다. 국회의원 제명의 경우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본회의 투표 전 절차인 윤리특별위원회 벽을 넘어야 한다. 그만큼 의원직 제명은 어렵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사안이 매우 중하고 대선과 연관됐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 내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