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르켈] 왼쪽으로 움직이는 독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021-09-27 16:29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경제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면서 독일 정부의 정책이 좌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새벽 5시경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299개 선거구의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사민당이 25.7%로 원내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기민·기사 연합은 24.1%로 2위, 녹색당은 14.8%로 3위, 자유민주당(FDP)은 11.5%로 4위를 차지했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좌파당은 각각 10.3%와 4.9%를 득표했다.
앞서 사민당과 의석 수가 크게 늘어난 녹색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할 경우 기후변화, 디지털화 등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중도좌파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대표는 당선 시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할 의사를 밝혀왔다. 사민당과 녹색당을 중심으로 하는 연정이 구성될 경우 정부의 지출은 증가하고 증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은행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은 중도좌파 사민당-녹색당-자유당 연정이다. 사민당이 이끄는 연정은 코로나19 회복과 더불어 빈부격차의 해소, 증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타격 이후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 공급망 불안, 유가 상승 등의 변수에 위협받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가 예상보다 둔화하는 성장을 보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독일 정부가 정부 지출을 늘리는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독일 정부는 이미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적 차입 제한을 유예했다. 이에 독일 정부의 부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70%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부채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은 부채 규제의 영구적 완화를 주장하는 등 재정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월 폭우·홍수 피해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독일 최우선의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UBS은행 전략가 딘 터너와 막시밀리안 커넬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어떤 연정이 구성되든지 녹색 투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녹색당이 연정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재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치를 1990년 수준 대비 65% 감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녹색당은 70%를 목표로 한다.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시기도 2030년으로 현 정부의 목표치보다 무려 8년을 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2030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자동차가 내연기관차가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좌파 정부가 들어설 경우 고소득자의 세금 인상도 유력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사민당은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증세를 내걸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