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부는 위안화 예금 '붐'... "리차이퉁 개통, 위안화 강세 영향"

2021-09-16 14:31
지난해 홍콩의 위안화 예금 규모 30조 늘어... 19년 대비 4배
위안화 강세 추세와 전망에 위안화 모으는 홍콩인 급증
웨강아오 금융상품 교차매매 허용 제도 '리차이퉁' 개통도 영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홍콩의 위안화 예금이 급증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 추세와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 행보가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2019년 대비 1630억 위안(약 29조6600억원) 늘었다. 이는 전년도 증가 폭에 비해 4배나 증가한 것이자,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데, 앞서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통화청(HKMA)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홍콩의 위안화 예금 규모는 7820억 위안이다. 지난 2016년 2월 이후 두번째로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홍콩인들 사이에서 위안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의 상승과, 강세 지속 전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6월 7.1위안대였던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은 1년 만에 6.3위안대까지 떨어졌다. 위안화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 대비 가치는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올해 안에 6.2위안대로 떨어지며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고, 이에 따라 위안화를 사 모으는 홍콩인들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내달부터 홍콩, 마카오, 광둥성 간 금융상품의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리차이퉁(理財通)'이 개통되는 점도 위안화 예금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리차이퉁은 중국 본토 펀드 상품에 대한 홍콩·마카오 주민들의 투자인 북향퉁(北向通)과 홍콩·마카오 상품에 대한 본토 주민들의 투자인 남향퉁(南向通)으로 운영되는 금융투자상품 교차매매 제도다.

내달부터 광둥성 주민들이 홍콩과 마카오 금융기관들의 금융상품을 살 수 있게 되고,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도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 금융기관들의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크레디트 아그리콜 홍콩지사 에디 청 애널리스트는 "리차이퉁 개통은 대륙의 관문인 홍콩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홍콩은 물론 전 세계 위안화 보유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되는 점은 당분간 홍콩의 이 같은 위안화 예금 증가세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켈빈 라우 스탠다드차타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위안화 국제화 추진 정책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리차이퉁의 개통은 위안화 예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라고 진단했다.

반면 다이와증권의 케빈 라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는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통화가 아니며, 위안화 유동성은 중국 중앙 통제 하에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약세 전환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점쳐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