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전셋값 상승…무주택 서민, 갈 곳이 없다
2021-09-13 18:00
임대차법 시행에 공급 부족…전셋값, 1년 사이 36%↑
"3억원짜리 전세가 5억5000만원이 됐는데 남은 1년 동안 아무리 노력을 해도 2억5000만원이 나올 구멍이 없습니다. 결혼하고 20년 동안 큰 싸움 한 번 없던 부부가 요즘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집을 사지 말라'는 정부의 말을 믿은 대가입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실수요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세대출도 규제 사정권에 들면서 시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됐다.
13일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4345만원으로, 1년 전(5억1011만원)보다 1억3334만원(26.1%) 올랐다.
일례로 9510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는 3년 전만 해도 전세금이 최저 4억원대에 형성됐던 단지였다. 하지만 임대차법 여파로 전세보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12억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마저도 계약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반전세 등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보유세를 회피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전달(35.5%) 대비 3.9% 포인트 올랐고,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7월(27.4%)과 비교하면 12.0% 포인트 급등했다.
헬리오시티에서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45건 중 월세를 낀 거래가 절반에 육박하는 21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전용 84㎡는 현재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전세 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해줄 입주 물량도 기대하긴 힘들다. 이달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는 630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7740가구)보다 18.5% 적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매물이 줄어드니 전셋값은 뛸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만 안 오른다면 전세로 살고 싶어하던 사람들도 내 집 마련에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