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박원순 재임 10년간 민간단체 지원금 1조...서울시 곳간, 시민단체 ATM 전락"
2021-09-13 10:40
오 시장 '비정상의 정상화' 선언
박원순 '흔적 지우기' 매도하지 말라...서울시 예산, 단 한 치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
박원순 '흔적 지우기' 매도하지 말라...서울시 예산, 단 한 치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故)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인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민간보조금 명목으로 시민단체에 지원한 금액이 1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민간 보조금이 '눈 먼 돈'으로 인식돼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 다수 이뤄졌고, 보조금을 받기 위한 중개조직이 활개치는 등 시민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13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비정상의 정상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 민간위탁금 명목으로 직접 또는 자치구를 통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1조원이 넘는 대대적인 지원을 했다"면서 "실제 예산 집행 내역을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보조금은 공공기관보다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인정될 때에만 시행돼야 한다"면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진 보조금 지급과 민간위탁이 오히려 공무원들이 직접 일을 할 때보다 책임성과 공공성을 저하시키고, 특정 시민단체에 편중돼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보조금이든 민간위탁이든 처음에는 선한 의도로 시작했겠지만 그동안 집행된 사업의 구조와 사업자 선정 과정, 예산 집행 내역 등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특히 일부 시민단체들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중개소'가 등장해 다른 시민단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해온 점도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더 놀라운 점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자신이 몸 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면서 "이것도 모자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창구를 각 자치구에도 설치하고 그것조차 또 다른 시민단체에 위탁해 운영토록 하면서 시민단체형 다단계를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오 시장은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은 이런 방식으로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해 갔다"면서 "사회 주택 역시 SH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사회경제적 주체라는 조직이 끼어들면서 서울시로부터 받은 융자금 상환을 반복적으로 유예·지연·연기했고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해 오는 과정에서 뿌리 박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길을 가겠다"면서 "시민의 이름으로 사익을 좇는 행태를 청산하고, 앞으로는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 수장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는 일이 왜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로 매도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지난 시간 동안 아무런 견제 없이 팽창돼온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시의회에도 주어진 견제와 균형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 세월 민간보조나 위탁사업을 해오던 단체들이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누려온 특혜가 사라지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 집단 저항을 한다면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 달라"면서 "서울시 예산은 모두 서울시민의 것인 만큼 일부 민간보조나 위탁 사업 업체들도 방침에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