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첫걸음’ 뗀 文 정부 탄소중립…감축목표 현실성은 ‘글쎄’

2021-09-11 08:00
탄소중립법 국회 본회의 통과...전 세계서 14번째 법제화 성공
2030 NDC 목표치 책임 이행 강조 …“사회·경제 구조 대전환”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밥을 먹고, 밥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한국인입니다. 푸른 하늘이 오늘처럼 곡식과 열매를 키우고 다음 세대에도 전해지길 기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외교부와 환경부 공동주관으로 개최된 ‘제2회 푸른 하늘의 날’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탄소중립 목표 실천을 우리 생활에 빗대 이렇게 표현했다.

‘푸른 하늘의 날’은 한국이 제안해 채택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자, 국가기념일이다.

문 대통령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을 언급했다. 이로써 한국은 유럽연합(EU),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다.

문 대통령은 “(NDC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2018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며 “보다 일찍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기록하고 오랫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온 나라들에 비하면 훨씬 도전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2018년 NDC 목표치(26.3%) 대비 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35% 이상 감축하는 중간 목표가 담겨 있다”면서 “모두 함께 힘을 모은다면 새로 마련하는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10% 이상 감축한 바 있다”라며 “정부는 자신감을 갖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상향 목표를 올해 안으로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푸른 하늘을 향해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를 대전환해야 한다”면서 “한국판 뉴딜 2.0에서 그린 뉴딜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것이다.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고 국민들과 기업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저탄소 경제 전환의 일환으로 태양광과 풍력 설비 확대, 해외진출 기업의 탄소국경세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202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기술혁신과 대형화, 주민 참여 등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의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탄소국경세를 비롯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우리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이행 원년을 맞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 등에 12조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정부는 경제구조를 저탄소화로 전환하기 위한 예산으로 8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관계 부처 탄소중립 추진 현황 점검 보고에서도 NDC의 책임 이행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 여건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감축목표를 설정해 국제사회 일원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공공부문이 선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다하고, 산업계와 국민 모두가 동참할 수 있도록 협력을 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보고는 오는 10월 31일부터 2주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예정된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에 제시할 한국 정부의 상향된 2030 NDC를 중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기술개발 등에 관련된 정부 부처가 그간 추진해 온 탄소중립 정책을 중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심도 있게 논의했다.

청와대는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대해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첫 입법적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정의당 대권주자인 심상정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본청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오체투지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와 기업들 간의 입장은 엇갈린다. 환경시민단체는 정부의 35% 감축 목표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비용 문제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시민단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권고에 부합하게 2010년 배출량 대비 50% 이상 감축 목표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의당 대선 예비후보인 심상정 의원 역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심 의원은 ‘2030년 탄소배출 50% 감축’을 법제화하고 재생에너지를 전력생산의 50%까지 끌어올릴 것을 공약하면서 이를 책임질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했다.

심 의원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종료하고, 2030년 이후엔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도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재계에선 탄소중립에 대한 부담을 수소경제, 전기차 배터리 등의 산업 구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신사업 발굴로의 산업 생태계 전환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일에는 현대차, SK,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두산, 효성, 코오롱 등 10개 그룹의 총수 및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수소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수소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했다.

포스코와 GS는 친환경 분야에서 신사업 동맹을 맺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7일 양측 최고경영진이 참여한 ‘그룹 교류회’를 열고 수소, 이차전지 재활용 및 신모빌리티, 친환경 바이오산업 공동연구 등 5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탄소 저감에 부담을 안고 있는 두 기업은 철강, 정유기업의 힘을 합쳐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까지 밸류체인 공동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 이슈에 대응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8∼1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참가해 그룹 역량을 집대성한 수소사업 비전을 선보였다. 사진은 포스코그룹 부스 전경 콘셉트 이미지. [사진=포스코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