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동향] 국제유가 반등 "예상보다 많이 쓴다"...정유사 정제마진도 회복

2021-09-08 06:00

지난달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과 홍수로 인해 일부 정제시설 가동이 중단됐으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석유제품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도 큰 폭 상승해 손익분기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주유 휘발유 판매가격은 3주 연속 하락세다. 원유 상승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9월 중순부터는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월 첫째 주(8월 30일~9월 2일) 두바이유 주간 평균 가격은 배럴당 70.62달러로 전주 대비 1.55달러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3달러 오른 69.07달러를, 브렌트유는 1.59달러 오른 72.75달러를 기록했다.

석유 수급 측면에서는 지난 1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주요 회원국들이 석유 재고 감소세가 유지될 것으로 평가한 것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OPEC+는 다음 달에도 기존에 진행했던 감산 완화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OPEC+ 공동기술위원회에서는 최소 올해 말까지는 수요 우위가 이어질 것이며, 내년 5월까지 OPEC+의 재고가 5년 평균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 우위 규모는 이달 100만 배럴을 기록했다가 내달 110만 배럴로 최고치를 찍고 11월부터 공급 부족 폭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원유재고도 크게 줄었는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원유재고는 전주 대비 717만 배럴 감소한 4억2500만 배럴로 시장 예상보다 큰 폭 감소했다. 미국의 석유제품 수요는 하루 2282만 배럴로 주간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허리케인 아이다(IDA)의 미국 강타 역시 유가 상승 원인이 됐다. 미국 루이지애나 정제시설 가동이 중단됐으며, 멕시코만 석유시설도 93.5%가 가동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전력복구 지연으로 가동 중단이 수주 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석유 수급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 측면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26일 기준 93.05에서 지난 2일 92.225로 0.89% 하락했다. 달러가 약세면 유동성이 증가하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유가가 상승하게 된다.

달러 약세 완화의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점진적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테이퍼링을 실행하기에 앞서 인플레이션은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뤘으나 고용부문에서 추가 진전이 필요하며, 고용부문에서 테이퍼링 요건이 달성되면 올해 중 테이퍼링을 시행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기준 미국의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34만 건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미공급자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59.9로 시장 기대치(58.6)를 상회한 양호한 지표를 보였다.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은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는 50.1로 전월(50.4) 대비 하락했으며 시장기대치(50.2)도 하회했다. 일본과 함께 아시아 주요 석유제품 소비 국가인 중국의 경제지표 하락은 유가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 문제 논의, 리비아의 정정(政情) 불안 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유 생산 지역인 중동 아시아의 지정학 위험요소는 원유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접근이 우선이나 협상 실패 시 다른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란의 고위 안보관료는 미국이 불법적으로 이란을 위협한 것이라 비난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프랑스와 독일도 지난 1일 이란에 6월 이후 중단된 핵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원유 생산국인 리비아의 석유부와 국영석유회사 NOC와의 갈등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9일 리비아 석유장관은 무스타파 사날라 NOC 사장을 조사 중이며, 동시에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권한대행자를 임명했는데 사날라 사장은 석유부가 NOC 권한대행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며 이를 거부해 양측의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한편 이란이 중동아시아의 주요 석유 생산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어 유가 상승 폭은 다소 제한됐다. 이라크 주재 이란 대사에 따르면 이란은 신임 정부 구성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 회담을 이라크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또 이란 외무부는 최근 이라크에서 개최된 인접국 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측과 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긍정적인 입장과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석유시장에서 9월 첫째 주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78.58달러로 전주 대비 1.02달러 상승했다. 등유는 2.22달러 상승한 76.04달러를, 경유는 2.53달러 상승한 78.81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또한 큰 폭 상승했다. 9월 첫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3.8달러로 전주 대비 0.9달러가 올랐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인데, 정제마진이 마지막으로 4달러를 넘었던 시기는 2019년 10월이다. 지금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10월에는 2년 만의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세기 때문에 내주 정도부터는 다시 상승세가 시작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3원 내린 리터당 1643.4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5원 하락한 리터당 1437.9원이다.

상표별 휘발유 판매가격을 보면 알뜰주유소의 평균가격이 리터당 1619.4원으로 가장 낮았고, GS칼텍스 주유소가 가장 높은 1651.4원을 기록했다. 경유 기준으로는 1412.5원을 기록한 알뜰주유소가 최저가로, 1447.1원을 기록한 GS칼텍스가 최고가로 집계됐다.

지역별 휘발유 판매가격은 서울이 전주 대비 1.1원 하락한 리터당 1727.3원으로 가장 비쌌고, 대구가 전주 대비 1.5원 하락한 1619.7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정유사들의 휘발유 공급가는 전주 대비 8원 하락한 리터당 1556.3원을 기록했다. 경유 공급가는 6원 내린 1332.9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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