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행] 와인의 계절 '가을'…싱그런 체코 포도밭이 나를 부르네

2021-09-08 06:00

쇼베스 포도밭 전경[사진=체코관광청 제공]

어느덧 가을이다. 살랑이는 바람, 토양을 적시는 빗방울이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와인 한 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짙은 보랏빛으로 꽉 여문 포도의 달큼함이 혀끝을 달래는 그 맛, 참 낭만적이다. 

문득 '체코'가 떠오른다. 중부유럽 체코는 맥주와 함께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체코에서 프라하나 체스키 크룸로프를 벗어나면 특별한 현지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체코의 화이트 와인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제공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다. 

지금 체코에서는 위용당당한 성과 샤토가 위치한 체코의 와인 산지가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체코로 떠나 향긋한 와인과 함께 하는 체코 여행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빨리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오늘은 글과 사진을 마주하며 체코 와인 한 잔을 마셔야겠다. 
 

즈노이모 와인 지역 [사진=체코관광청 제공]

◆즈노이모(Znojmo) 와인 지역

모라비아 남서부에는 역사적 도시 즈노이모가 둘러싼 지역이 있다. 대대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한 즈노이모에는 샤토(양조장)로 재건된 성이 자리한다. 

즈노이모 지역에는 좋은 와인을 마실 기회가 많다. 중심 언덕에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 양식 기념물 중 하나인 11세기 성 카테르지나(Kateřina)의 로툰다가 있다. 근처의 성의 단지 안에는 즈노이모 와인 가게가 자리잡았다. 

가게 입구에는 카페와 와인바가, 뒤로는 즈노이모 지역 와인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독립공간이 각각 마련됐다. 시음 카드를 충전한 다음 자동판매기에서 시음할 특정 와인을 선택하면 된다.

이곳은 체코에서 가장 큰 진열창을 갖춘 시음실이다. 시음장을 나와 테라스에 앉아 천천히 와인을 음미하면서 유서 깊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도 있어 더욱더 낭만적이다.

체코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인 포디이(Podyjí) 국립공원 중심부에는 쇼베스(Šobes) 포도원이 있다. 유럽에서도 그 역사가 오래되고, 이상적인 고도와 바람에 영향받지 않는 지형, 일조량이 탁월한 남쪽 경사면에 위치해 최고의 포도밭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즈노이모 지역 특유의 일교차와 토양, 근처에 흐르는 디예(Dyje) 강 등의 조건으로 우수한 품질의 포도를 재배하기에 유리하다.

◆미쿨로프(Mikulov) 와인 지역

남부 모라비아의 도시 중에는 디트리히슈타인(Ditrichštejn) 왕가 가문의 영지 미쿨로프가 가장 유명하다. 미쿨로프 주변은 전통 어린 샤토와 인상적 성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와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곳이다. 미쿨로프 도시 위, 언덕에 위치한 미쿨로프 샤토는 가장 멋진 장소로 꼽힌다.

와인 살롱이 있는 발티체(Valtice) 샤토를 포함한 아름다운 레드니체-발티체 문화경관 역시 사랑받는다. 샤토 셀러에서는 체코 전국 와인 경연 대회에서 선정된 올해 최고의 체코 와인 100종을 시음할 수 있다. 아름다운 샤토의 풍광을 둘러본 후 바로 지하에 가서 다양한 와인을 음미하면 된다.

◆슬로바츠코(Slovácko) 와인 지역

동부 모라비아 지역 슬로바츠코에는 와인 재배 지역과 성이 함께 있다. 브제네츠(Bzenec) 도시 중심에는 넓은 샤토가 위치했다. 성은 현재 일반인에게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성의 정원은 걸을 수 있다.

이곳 와인은 자메츠케 비나르즈스트비 브제네츠(Zámecké Vinařství Bzenec) 와이너리에서 생산된다. 미리 협의하면 와인 시음과 함께 샤토 지하실을 둘러볼 수 있다. 인근 스트라주니체(Strážnice)도 추천할 만하다. 이곳에는 와인 셀러(포도주 저장소)뿐만 아니라 스트라주니체 야외 박물관도 있어 좀 더 자세히 와인에 대해 집중할 수 있다. 남동부 모라비아 마을 박물관에선 시골 생활과 성 안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도 있다.
 

발효 포도즙으로 만들어진 햇와인  '부르착' [사진=체코관광청 제공]

◆몔니크(Mělník) 와인 지역

체코 중부 와인 재배 중심지로 알려진 몔니크는 엘베강과 블타바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주변에서 자라는 수많은 포도밭이 낭만어린 전원적 풍경을 제공한다. 샤토에서 와인 저장고를 둘러보고, 소규모 와인 전시장을 거닐며 몔니크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몔니크는 체코 전체에서 두 번째로 작은 와인 생산지역이지만 이곳 와인은 확실히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포도 수확축제(와인 페스티벌)도 열린다.

모든 작물의 추수 후에는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펼치듯 체코의 포도 수확도 마찬가지다.

남부 모라비아, 프라하 및 기타 체코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일반 와인 뿐 아니라 발효 포도즙으로 만들어진 햇와인 ‘부르착 (burčák)’을 맛보기 위해 많은 방문객이 모인다.

부르착이란 당해 생산한 포도로 담근 농도 진한 와인으로, 우리 막걸리처럼 투박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부분발효 과실주다. 전통 퍼레이드, 공예품 시연, 시장, 덜시머(타악기 일종) 음악, 와인 및 지역 특산품 매장 등 보헤미아 및 모라비아 포도 수확 축제에선 다양한 체험 거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모라비아의 포도 수확 축제

체코 동쪽 모라비아는 포도 재배에 유리한 기후 및 조건을 갖췄다. 체코의 와인 대부분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미쿨로프(Mikulov)에선 팔라바 포도 수확제가 열린다. 올해는 9월 둘째 주 주말인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전통 의상 퍼레이드(행진)를 볼 수 있고 옛날 시장 모습으로 변신한 미쿨로프 도심에서 3일간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역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과 마을 곳곳에서 신선한 부르착이 기다린다. 또 다른 액티비티(활동)로 저녁 콘서트, 스바티 코페첵(Svatý Kopeček) 일요일 순례, 표준 포도 가공 시연 등을 준비했다.

축제 기간 미쿨로프 샤토의 메인 홀에서 열리는 공개 전국 와인 경연 대회 전시를 방문하면 좋다. 미쿨로프 와인 재배 지역에서 500가지 이상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을 시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라비아의 또 다른 인기 있는 포도 수확 축제는 벨케 파블로비체에서 열린다. 올해는 9월 17~18일에 연다. 이 축제는 진정한 민속 축제이자 사교 행사로 꼽힌다. 전통 가치에 따라 모험, 음악, 노래 및 춤으로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