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P.' 구교환 "정해인과 '공동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2021-09-07 00:00
하루아침에 인기 대열에 올랐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단편 영화 연출부터 꾸준히 필모그래피(작품 목록)를 쌓아왔고 영화 '연애 다큐' '우리 손자 베스트' '꿈의 제인' '메기'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을 통해 업계는 물론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아주 마이너한 감성과 캐릭터부터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작품, 캐릭터까지 이해하고 소화할 줄 아는 배우.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최근 아주경제는 넷플릭스 화제작 'D.P.'(극본 김보통 한준희·연출 한준희, 이하 '디피')의 주연 배우 구교환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구교환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올해 개봉한 '모가디슈'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디피'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어요. 이런 소식은 항상 설레고 기쁘죠. 작품을 만들 때는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든 뒤에는 '시청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지금 두 작품은 대중들의 것이죠.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어떤 반응이든 다 귀담아듣고 있어요."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디피'는 군무 이탈 체포조(D.P.)가 탈영병들을 쫓으며 알게 되는 진실들을 담은 6부작이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원작자 김보통 작가와 '차이나타운' '뺑반' 한준희 감독이 함께 극본을 썼다.
제작 소식부터 화제였던 '디피'는 지난달 27일 공개 후 열성 팬까지 형성하며 인기몰이 중.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인 일본,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에서도 시청 순위 상위권을 지키며 각종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만들어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디피'는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군대'와 '군인'을 소재로 다양한 시청자층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으나 이는 기우일 뿐이었다.
"특별한 소재긴 하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주변에서 여러 소감을 전해주실 때도 사적인 이야기를 곁들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분들께서 '응원한다' '잘 봤다'라고 하시는 걸 보면서 '아, 디피는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교환은 극 중 군무 이탈 체포조(D.P.) 조장 상병 한호열 역을 맡았다. 군인 같지 않은 외모와 말투, 중사에게도 거리낌 없는 능글맞은 성격의 소유자로 만사에 무관심하고 의욕 없는 한량 같지만, 누구보다 탈영병 잡는데 진심인 인물이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기인 한호열은 원작 웹툰에는 없는 드라마 캐릭터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라서 연기할 때 부담이 없었어요. 더 자유로울 수 있었죠. 감독님께서 '드라마 독창(오리지널) 캐릭터다'라고 하시기에 부담을 떨칠 수 있었죠."
한호열은 주요 캐릭터지만 '디피'가 각각 일화마다 주인공으로 삼는 인물들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인적 사항이나 서사를 드러내는 대목은 없다. 원작에도 없고 전사도 드러나지 않아 연기하기에 까다로운 인물일 수도 있었다.
"장면 장면마다 충실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건 제가 한호열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를 연기할 때 쓰는 방법이에요. 연기할 인물을 정의 내리면 경직되곤 하더라고요. 많은 전사를 만들고 상황마다 순감마다 꺼내 쓰는 편이에요. 제게는 감정적인 부분이 더 크기 때문이죠."
구교환은 한준희 감독의 디렉션에 많이 의지하고 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 감독을 두고 '한호열 박사'라고도 했다.
"누구보다 '디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가장 의지하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었죠. 제게는 '한호열 멘토' '한호열 박사' 같은 사람이랄까요? 한호열 박사와 함께 떠나는 모험이라면 두려울 게 없었죠."
모든 캐릭터가 그렇지만 한호열은 2화 초중반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등장 신'이 중요했다. 구교환은 호열의 등장 신을 두고 "초자연적인 느낌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한호열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초자연적이었어요. 영웅 같은 느낌. 마치 '모두 위기를 겪을 때 내가 나타난다!'고 하는 마음으로 등장했죠. 하하하. 하지만 호열은 초자연적인 면이 있으면서 동시에 매우 인간적이고 나약해요. 인물을 한 가지 형태로 가두지 않으려고 했고 더더욱 순간순간에 충실하게 연기했죠."
많은 이들이 '디피'에 열광한 건 캐릭터들의 생명력이기도 했다.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물의 매력은 배가됐고 캐릭터들은 실재 인물처럼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한호열 캐릭터를 두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준호를 웃게 하는 거'였어요. 그게 가장 큰 목적이죠. 준호를 안심시키는 일이요. 저는 호열이 준호와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상대역조차도 '나'라고 생각하고 인물에게 다가갔어요."
그는 '디피' 3화를 자랑 좋아한다고 꼽으며 버스에서 내리는 장면은 명장면이라고 말했다. 한호열에게도 의미가 깊은 장면이라는 것이다.
"준호와 부산에 지원을 나가는 장면인데. 부산 버스에서 내릴 때 준호가 환하게 웃거든요. 호열이에게도 감동적인 신이겠죠.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준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친구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호열이가요."
환상의 호흡을 펼친 준호 역의 정해인과는 실제로도 매우 가까워졌다고. 그는 "쿵짝이 잘 맞는다"라며, 촬영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까워졌냐'라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같은 반 친구들끼리도 그렇잖아요. 이유가 없어요. 같은 반 친구고 짝꿍이 되었는데 잘 맞아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쿵짝이 잘맞죠. 초창기에는 가까워지려고 그냥 말을 많이 했어요. (정)해인이는 잘 들어줬고요. 아마 해인이 귀에서 피가 났을 거예요. 하하하."
20대 역할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외모지만 구교환은 1982년생으로 올해 40세가 됐다. 그에게 지난 군 생활을 물으며 실제로는 어땠느냐고 묻자 "한호열 정도는 아니지만, 그처럼 유머를 시도하는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한호열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잔잔하게 계속 유머를 시도하는 사람이었죠. 생각해보면 유치원 때부터 그랬어요. 제 인생에서 유머는 매우 중요해요. 위기의 순간 모두를 구원하는 건 유머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게 한호열과 조금 닮지 않았을까요."
"두려움을 이기는 강력한 무기는 유머"라는 어느 동화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구교환의 삶에도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한다. 그는 한호열을 연기하고 또 지켜보며 이로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나도 그렇지만 한호열도 위기를 유머로 잘 넘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머는 중요하죠. 누군가 제게 유머를 던질 때도 위로받기도 하니까요. 한호열 같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위로받을 때도 있었고요."
'디피'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건 벌써 시즌2 제작을 염원하는 팬들이 쏟아진다는 점. 트위터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더라도 '디피 시즌2'에 관한 글들이 넘쳐난다. 정해인은 지난 인터뷰에서 시즌2에 관해 긍정적인 답변과 힌트를 주기도 했던바. 구교환에게 시즌2에서 가장 기대되는 대목을 물었다.
"음…시즌2를 찍는다면 호열이가 맛있는 걸 많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해산물 뷔페에 가면 좋겠다! 접시를 이만큼 쌓아서 잘 먹는 호열이의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