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펭귄 박사 이원영이 펭귄과 친구가 되는 법

2021-09-09 17:11

 

중학생 때 특허청 청소년 발명기자단을 하면서 극지연구소에 간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과학자를 꿈꿨던 내게는 마치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만 같아 궁금증들이 많았지만 당시 정해진 일정들이 있어서 제대로 된 답변들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그런데 2020년 펭수가 큰 인기를 얻으며 이원영 펭귄 박사가 펭수와 함께 나온 적이 있었다. 마침 중학생 때 방문했던 극지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어서 극지연구소에 연락을 해서 인터뷰 요청을 했고 인터뷰에 응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아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로 향했다. 2시간 반이 넘는 거리였지만 기대와 설렘 때문인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 거리였다. 극지연구소에 도작하고 출입문을 한참 찾았는데 1급 국가기밀 시설이라 그런지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비실에서 출입증을 받고 출입카드를 찍고 들어가야 이원영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동물행동학자로서 많은 동물 중에서 어쩌다가 펭귄을 연구하게 됐나요?

A. (자부심 가득한 모습을 보이며) 그 당시에 펭귄을 연구할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남극에서는 펭귄이 굉장한 아이콘이거든요. 근데 우리나라에는 펭귄이 없고,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펭귄을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근데 저는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물의 행동 방법을 펭귄한테 적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펭귄을 연구하게 됐어요.

Q. 지금은 펭귄을 연구하는 분들이 많아졌나요?

A. 사실 지금도 많지 않아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에요. 왜냐면 펭귄을 연구하려면 동물 자체에 대한 수련이 필요한데 그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많지 않거든요.

Q. 남극땅을 처음 밟았던 소회가 궁금해요.

A. 2014년부터 6번 정도 갔다왔는데, 남극 땅을 밟는다는 게 정말 기뻤어요. 남극을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가슴 뛰는 일이었고, 게다가 펭귄을 연구할 수 있다니까 ‘무조건 여기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회가 왔을 때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게 장기간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고 처음에는 한번이라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됐어요.

Q. 2020년에는 못 간 걸로 알고 있어요. 왜 못갔던 건가요?

A. 코로나19로 인해서 기본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길이 막혀 있잖아요 (시무룩). 한국이 아무리 괜찮아진다 해도 남극의 관문으로 통하는 도시들이 다 막혀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갔어요.

Q. 지금 남극에 계신 분들은 얼마나 되나요?

A. 그렇게 많지 않아요. 기지마다 20명 정도씩 기지를 지키는 월동대원들만 있고, 저처럼 남극의 여름인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하계시즌에만 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어요,

Q. 월동대원과 하계시즌에만 가는 연구원들은 뭐가 다른가요?

A. 가는 기간 자체가 달라요. 월동대원들은 1년 이상 기간을 잡고 훈련을 받고 가게 돼요. 월동대원들의 임무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기지를 어떻게 잘 유지하는가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1년 동안 기지를 지키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장기간 가게 돼요. 저 같은 하계대원들은 짧은 기간만 가서 저희가 목적으로 한 연구만 하고 돌아와요.

Q. 연구 목적이 달성되고, 또 다른 연구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더 있을 수 있는 건가요?

A. 쉽지 않아요 (하하). 들어갔다 나오는 비행기나 배들이 미리 1년 전부터 예약이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내가 좀 더 남아있고 싶다고 하더라도 그걸 쉽게 바꾸기는 어려워요.

Q. 처음 펭귄을 봤을 때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A. 너무너무 귀여웠어요 (웃음). 펭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봐도 귀엽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귀엽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것 같아요.

Q.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과 달리 펭귄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바뀐 게 있나요?

A. 네, 바뀌었죠. 자세하게 들여다보니까, 펭귄은 그렇게 귀엽기만 한 동물은 아니더라고요. 펭귄은 남극 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로서 무시무시한 동물이고요. 하루에도 수백마리의 크릴과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동물이에요. 그리고 펭귄도 나름 남극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남극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마냥 제가 처음에 귀엽게만 생각했던 게 펭귄의 오동통한 외모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은 그 통통한 외모도 남극의 물속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결과물이거든요. 내가 펭귄을 많이 오해하고, 단편적으로만 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남극과 북극을 갈 때마다 주로 어떤 연구들을 하나요?

A. 남극에서는 주로 펭귄의 번식생태, 펭귄이 주로 어디에서 무엇을 먹는지에 대한 취식행동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고요. 북극에서는 주로 그린란드 주변에 있는 새들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린란드 근처에 있는 흰뺨 기러기나 분홍 발 기러기 같은 동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뭘 먹는지에 대한 행동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Q. 북극곰 연구는 안 하시나요?

A. 북극곰 연구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계속 기회를 엿보고는 있어요. 근데 북극에서 북극곰을 만났다는 건 정말 큰 위험에 처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북극곰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도 필요하고 헬리콥터를 타고 북극곰을 찾아다니거나 북극곰을 따라다닐 수 있을 만한 추가적인 것들이 필요해요. 북극곰을 만나면 사람은 공격 당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하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마취 총 같은 것도 필요해요. 근데 그런 연구는 쉽게 허가가 나지 않은 뿐더러 제가 한 두달 머무르면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게 아니라서 아직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시무룩). 그리고 북극곰을 연구하는 팀은 전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대신에 흔적을 쫓아다니면서 연구를 하는 팀들이 많아요. 북극곰이 남긴 분변이나 발자국과 털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방법론이 잘 정립되어 있어요.

Q. 북극과 남극을 가기 전 어떤 로망을 있나요?

A. 남극을 가기 전에는 펭귄을 한번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북극을 가기 전에는 북극곰을 보자는 아니었고(웃음), 북극곰 말고 어떤 동물들을 볼 수 있을까 라는 기대감이 컸어요. 그때 제일 보고 싶었던 동물은 사향소라는 동물인데, 오줌에서 사향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사향소도 그린란드 북쪽 지역에 있는 것들만 원시상태로 남아있거든요.
그래서 그 동물들을 너무 보고 싶었어요.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북극과 남극을 가서 로망들이 깨졌던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얼마만에 로망이 깨졌죠?

A. 남극에 도착하고 다음날 깨졌어요(하하). 너무 힘들었거든요. 직접 가서 해보니까,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해서 야외조사를 하는데 추운 것도 추운거지만 바람을 맞으면서 오랫동안 야외에 있으면 몸이 노곤해지거든요. 그렇게 힘들게 해도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아주 작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을 연구하는 게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하면서 후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Q. 남극과 북극을 못갈 때는 한국에서 어떤 연구를 하세요?

A. 한국에서도 연구할 수 있는 극지동물들이 있어요. 해안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재갈매기가 있는데, 재갈매기는 북극에서 번식을 하고,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거든요. 재갈매기의 고향은 북극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에서도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새들의 대부분이 북극에서 여름을 나고 온 녀석들이기 때문에 그 녀석들을 연구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 북극을 대신 연구할 수 있는 셈이에요.

Q. 극지연구소 쪽에도 바다가 있나요?

A. 극지연구소 근처에도 바다가 있죠. 극지연구소가 송도잖아요. 제 연구실 방에서 보면 바다가 보여요. 인천대교도 보이고, 무의도 섬도 보여요. 그래서 아주 추웠던 지난 1월에는 바다가 얼어있는 것도 볼 수 있었어요.

Q. 연구소 근처에 있는 바다에서도 연구를 자주하세요?

A. 연구소 근처에서도 새 관찰을 하면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어요. 재작년쯤에 드론을 이용해서 죠류를 어떻게 모니터링 하는지 방법을 연구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북극에 있는 조류들을 연구하고 나서 추가적으로 데이터가 필요해서 송도에 있는 저어새를 연구한 적 있었어요(으쓱).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를 마치고 연구소 근처 바다에 갔는데 마침 갈매기떼가 모여있었다.

Q. 북극과 남극의 핫플레이스는 어딘가요?

A. 남극의 핫플레이스는 남극의 멘하탄이라고 불리는 킹조지섬이에요. 세종과학기지 인근에는 다른 과학기지 12개가 빼곡히 있어요. 그래서 가끔 밤에 멀리서 보면 불빛이 반짝 거리는 게 보이거든요. 중국 과학기지가 불과 5km, 러시아 과학기지도 6km 정도 배를 타고 가면 금방 닿을 수 있어요. 북극은 스발바르라는 노르웨이 령으로 되어 있는 작음 섬인데 그곳이 지금은 과학기지를 위한 과학기지촌으로 개발이 되어 있어요. 한국에서도 다산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에 가면 마치 유럽의 게스트하우스처럼 방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요. 그래서 한국에 빌린 그 공간에 가면 한국 연구자들이 숙식을 해결하면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펭귄을 비롯해 동물들의 핫플레이스는 어디 인가요?

A. 동물들의 핫플레이스는 따로 정해 놓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주로 해안가 주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북극과 남극 해안 지역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거든요. 우리가 생각하는 커다란 동물인 펭귄이나 북극곰뿐만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을 비롯해 조류들과 플랑크톤들이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북극과 남극이 그렇게 척박한 땅은 아니에요. 다만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서 생물들이 그동안 적응하면서 살아왔던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위험에 처해있고요.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생태계가 바뀌다 보니까, 갈 때마다 많이 놀랄 것 같아요.

A. 많이 놀라요. 특히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에는 빙하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 지역들이 있거든요. 세종과학기지의 앞바다인 마리안 소만이라고 하는 지역은 1년에 30~40m 속도로 빙벽이 뒤로 후퇴하고 있고요. 제가 자주 가서 연구를 했던 아르헨티나과학기지 부근인 포터소만이라고 하는 곳도 1년에 약 10m 정도의 속도로 빙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어요. 제가 처음 갔을 때가 2014년도 였는데 7년 사이에 벌써 마리안 소만은 200m, 포터소만도 70m 이상 뒤로 물러났어요.

Q. 펭귄의 날개에 맞아서 멍이 들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에피소드인가요?

A. 제가 주로 하는 일은 펭귄을 포획해서 장치를 부착하거나 혈액을 채취하는 일들이에요. 그렇다 보니까, 펭귄 입장에서는 처음 본 육상 포유류가 와서 자기를 붙잡는 거예요. 남극에는 인간만한 육상 포유류가 없거든요. 그래서 펭귄들이 인간이 다가오기 전까지만 해도 겁을 내지 않아요. 그러다가 갑자기 다가와서 확 잡으니까, 굉장히 싫겠죠. 그리고 번식기간이다 보니까, 자기 새끼와 알을 지켜야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장 근육이 잘 발달된 가슴근육과 연결된 날갯짓으로 때리면서 방어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잘 핸들링을 못한다면 날갯짓에 맞는 거죠. 샤워 하면서 봤는데 팔뚝이 보라색으로 변해있더라고요. 그리고 엉덩이도 맞아서 노랗게 변해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오히려 미안함이 컸어요. 근데 미안함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해야 되는 게 제 일이고 월급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하고는 있는데 그러면서 제 스스로도 ‘지금 내가 하는 방법이 펭귄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인가’, 동물 윤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문제는 없는지 계속 질문을 하면서 하고 있어요.

Q. 펭귄을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A. 똑같은 기기를 부착하더라도 펭귄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 방법을 고안해야 되고요. 포획을 할 때도 맨손으로 붙잡는 게 아니라 보자기 같은 기구를 이용해서 펭귄의 눈을 가리고 펭귄의 날개가 잘 움직이지 않도록 압착을 시키는 거에요. 그렇게 한 상태에서 빠르게 핸들링을 하면 5분 정도만에 제가 포획한 상태에서 모든 연구를 마칠 수 있어요. 펭귄이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정도는 그렇게 심하지 않을 것 같아요. 덜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을 계속해서 개발을 하고 있고, 제가 그렇게 해서 알게된 사실들이 남극 생태계를 지키는 국가들의 회의에 사용될 수 있도록 자료들을 끊임없이 제출하고 있어요.

Q. 펭귄과 친해지기 위해 어떤 것까지 해봤나요?

A. 친해져야지 하고 작정하고 했던 행동은 아닌데 펭귄 중에 한 마리가 돌 틈에 끼어서 쳐박혀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펭귄들이 아무래도 물 밖에서 걸어 다니는 게 부자연스럽다 보니까 자주 사고를 당해요.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날카로운 돌 모서리에 긁히기도 하고 가끔 가다가 돌 틈에 껴서 사고사를 당하기도 하거든요. 근데 그때 제가 지나가다가 구해준 적이 있어요. 뒤집어져 있던 펭귄을 다리부터 들어서 구해줬는데, 다행이도 조난 당한지 얼마 안된 녀석 같았어요. 그런데 그 펭귄이 한참을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라고요. 보통 펭귄을 잡았을 때 일반적인 반응은 날개로 때리고 물려고 하면서 저를 공격하는데 그때 그 펭귄은 조금 달랐어요, 기력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뭔가 아는 듯한 눈빛을 저한테 보내서 펭귄과 교감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에 뭉클했어요.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다큐멘터리를 보면 펭귄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인형 옷을 입고 펭귄인 척을 하는데 그러면 진짜 펭귄인 줄 아나요?

A.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펭귄은 닮은 꼴에 인형 같은 펭귄이 왔을 때 그렇게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왜냐면 육상 포유류가 기본적으로 없는 환경이다 보니까 가까이 오지 않은 한 사람한테 반응을 할 필요는 없는 거죠. 근데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가까이 가서 사진도 찍고 싶어 하고, 만지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공격적으로 반응을 하죠. 그러다 보니까 펭귄이 공격적이다, 남극의 깡패라는 오해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박사님이 본 펭귄이 하는 행동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건 뭔가요?

A. 펭귄이 사람을 알아 보는 듯한 행동을 했을 때 가장 놀라웠는데요. 제가 반복적으로 가서 펭귄의 입장에서는 괴롭히고 스트레스를 주니까, 어떤 펭귄들은 저를 아주 멀리서 보고도 도망 다니는 거예요. 제가 어떤 장비를 부착해줬기 때문에 다시 수거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주 멀리서 저를 알아보고 도망 다녀서 거의 한달 가까이 그 녀석을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너무 걱정도 되고 해서 제 동료 연구자한테 ‘너는 펭귄을 한번도 안 봤으니까, 네가 대신 가봐’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날 바로 가서 회수를 해왔어요. 그래서 펭귄이 아마도 인간 이원영이라는 존재를 기억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사람끼리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겉모습을 보고 개체수준에서 구분을 한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Q. 다른 동물에게서 느낄 수 없는 펭귄만의 매력은 뭔가요?

A. 물속 생활에 너무 특화되어 있어서 날개를 헤엄치는데 이용한다는 점, 그래서 유선형의 아주 예쁘다고 생각하는 몸매를 갖고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고요. 실제 다리길이는 길지만 겉으로 들어난 발은 짧잖아요, 그래서 걸어다는 것만 봐도 너무 매력적이에요. 게다가 가끔씩 배를 깔고 엎드려서 썰매 타듯이 이동하는 걸 보면 정말 너무 귀여워요.

Q. 어떤 펭귄이 펭귄 사이에서 인기가 가장 많나요?

A. 성적 매력이 있는 펭귄들이에요. 황제펭귄이라고 하더라도 다 똑같이 짝의 선택을 받는 게 아니거든요. 황제펭귄의 노란빛 무늬가 진하면 진할수록 짝의 선택을 잘 받는다고 해요. 임금펭귄, 젠투펭귄도 마찬가지인데 젠투펭귄의 주황색 부리 색깔이 진하면 진할수록 몸상태가 더 좋다고 해요. 그러면 더 짝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겠죠. 펭귄들도 외모, 상대방의 색깔이나 몸집의 크기를 보고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Q. 펭귄들 사이에서 이원영은 어떤 사람일 것 같나요?

A. 저 스스로 생각했을 때 동물들 사이에서는 피해야 되는 기피 1순위, 그물을 든 침입자일 것 같아요(웃음). 제가 펭귄 보호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지만 펭귄들은 잘 모르겠죠. 그리고 펭귄들이 봤을 때는 제가 가서 괴롭히는 입장이다 보니까, 절대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쟤 나타나면 도망다녀”라는 소문이 퍼졌을 수도 있고요(크게 웃음).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북극과 남극 그리고 펭귄에 대해 가장 알려주고 싶은 건 뭔가요?

A. 극지에 있는 동물들을 우리들이 생각할 때 굉장히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북극곰을 보면 ‘콜라 좋아하는 동물’, 펭귄은 ‘정말 귀여운 녀석’으로 생각하면서 펭귄이 이글루에 들어갈 것 같은 장면들을 떠올리거든요.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굉장한 오해예요. 이글루는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족이 만든 건축이기 때문에 남극에 사는 펭귄이 이글루에 들어갈 일을 없겠죠. 그리고 북극곰이 사람이 먹다 남긴 걸 먹을 수는 있겠지만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먹을 리가 없잖아요(웃음). 근데 사람들은 상업적으로 나오는 광고나 영화의 모습들을 보면서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북극과 남극에 있는 커다란 동물들이 많은 위기에 처해있어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이 극지에서는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북극곰이나 펭귄들은 아주 큰 위협에 처해있는 거죠. 펭귄 18종 중에서 12종 정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얘기하고 있고요. 이대로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쯤에는 황제펭귄을 못 볼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어요.

Q. 펭귄을 보면서 인간의 모습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A. 양육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인데 펭귄은 1년에 알 2개를 낳아서 그 2마리의 새끼를 키우는데 집중을 해요. 그 기간에는 잠을 쪼개가면서 암컷과 수컷이 서로 교대로 바다에 가서 먹이를 구해오고요. 둥지에 있는 동안에는 또 다른 포식동물들로부터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죠. 그런 모습들이 사람이 자식들을 키우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펭수가 알려지기 전과 후로 대중들의 ‘극지연구’와 ‘펭귄’의 관심도에 있어서 달라진 게 있나요?

A.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직까지 크게 달라진 건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펭수에 관심이 있을 뿐이지, 극지역에 사는 펭귄에 대한 관심까지 아직은 이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펭귄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펭귄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도가 조금 더 넓어지기까지는 아직 인 것 같아요.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과학자로서, 그리고 사람들이 펭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요?

A. 온난화 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이에요. 펭귄이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은 온난화에 의한 지구온도 상승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남극의 얼음이 녹게 되고, 남극의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펭귄들의 먹이인 크릴들도 점점 감소하게 되고, 펭귄의 번식지가 점점 줄어들게 돼요. 이런 펭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를 멈춰야 되는데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서는 온난화 가스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죠. 우리가 매일 내뿜고 있는 많은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는다면 펭귄의 위기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아직 그렇게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남극과 북극에 사는 동물들이 생존의 위기를 느낄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 건 사실이에요. 곧 인간들도 펭귄들이 겪는 것 만큼 커다란 위기를 느끼게 될 것 같아요.

Q. 남극에 처음 갔을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뭔가요?

A. 빙하 경계선이 많이 변화했고, 남극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도 변화했어요. 세종과학기지 근처에서는 원래 임금 펭귄을 볼 수 없었어요. 임금펭귄은 황제펭귄과는 다르게 남극 바깥쪽에 조금 더 따뜻한 지역에 사는 녀석들이에요. 근데 최근들어서 남극이 워낙 따뜻해지니까, 얘네들이 번식지를 점점 남쪽으로 넓히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세종과학기지에서도 종종 임금펭귄이 관찰되고 있고, 세종기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임금펭귄 번식지가 새롭게 생겨났어요. 그리고 빙벽이 후퇴하면서 새롭게 드러난 육지에 남방큰재갈매기라는 다른 종류의 갈매기가 둥지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 녀석들도 원래는 남극에서 번식을 많이 하는 애들이 아닌데 점차 번식지를 남하하고 있는 거죠.

Q. 과학자로서 이것만은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윤리는 뭔가요?

A. 동물연구자로서 동물윤리, 펭귄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고기의 소비를 줄이게 됐어요. 온난화 가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정부의 정책이겠죠. 정부에서 나서서 공표를 해버리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잖아요. 결국 그러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고기 한덩어리가 만들어지기 까지 거기에 들어가는 엄청나게 많은 물과 에너지와 이산화탄소가 있다는 걸 떠올리면서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어요.

Q. 왜 우리는 남극을 연구하는 걸까요?

A.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북극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서, 북극과 남극에 있을 많은 천연자원을 개발하고 나중에 우선권을 목소리 내기 위해서 등 정치적인 이유도 있겠죠. 그렇지만 우리는 지구에 사는 일원으로서 전 지구적인 생태계를 연구하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호기심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남극 탐험을 갔던 초기 탐험가들도 거기를 정복해야 겠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그분들도 굉장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간의 호기심이 북극과 남극으로 가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고, 그런 호기심이 아주 건강하게 잘 이어지는 바람에 남극에서는 현재 과학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하자는 남극조약이 맺어지게 된 거에요.

Q. 이원영 박사가 요즘 가지고 있는 남극과 북극에 대한 호기심은 뭔가요?

A. 저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남극과 북극에 있는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행동생태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고요. 더불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 동물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호기심을 갖고 있어요.

Q. 연구를 하면서 빠지는 딜레마는 뭔가요?

A. 연구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안에 들어가서 개입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때 많은 딜레마를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이 안에 들어와 있어도 되나’, ‘내가 이 생태계를 존중한다면 이 생태계에 들어오면 안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많이해요. 예를 들어 펭귄을 연구하다 보면 펭귄이 도둑갈매기한테 잡아먹히는 장면을 종종 볼 때가 있어요. 그럼 저는 펭귄 연구자이다 보니까, 펭귄 편이 되거든요. 그래서 펭귄새끼가 도둑갈매기한테 물어뜯기는 장면을 보면 가서 구해주고 싶은데, 구해주면 안 되는 거죠.

왜냐면 저는 남극에서 관찰자의 입장이고 철저히 제 3자로서 객관적인 위치를 취해야 되기 때문에 그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아요. 하지만 마음 속으로 여러 가지 딜레마를 느끼죠. ‘내가 단순히 좋아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구해주면 안 되는 것 이구나’ 여기서 돌아가는 생태계의 순환 고리가 있으니까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존중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안에서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요.

Q. 도둑갈매기 연구자들도 있을텐데, 그런 대화들도 많이 하세요?

A. 많이하죠 (하하). 도둑갈매기가 펭귄을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나서 안타까웠다는 얘기를 하니까, 다른 도둑갈매기 연구자 친구가 “걔네들 요즘 많이 못 먹어서 더 먹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시무룩).
도둑갈매기도 번식기라 새끼들을 키워야 되는데, 올해 번식생태가 좋지 않아서 더 먹어야 된다고 걱정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Q. 요즘 펭귄에 대해서 가장 궁금한 건 뭔가요?

A. ‘펭귄들이 어떻게 잠을 잘까’하는 부분인데 펭귄이 헤엄을 치고 돌아올 때 오래 걸리면 열흘 정도 걸리거든요. ‘그럼 그 열흘동안 물에서 잠을 잘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육상에 있을 때도 다른 도둑갈매기 같은 포식자들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한시도 주위를 게을리 할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길게 잠을 자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새끼들을 품다가 꾸벅꾸벅 조는데 ‘얘네들은 잠을 어떻게 잘까’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수면로거를 펭귄에게 부착해서 펭귄의 잠자는 패턴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약간은 호기심이 풀렸어요. 바다에서도 조금씩 자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육상에 있을 때도 잠을 자긴 자는데 조각 잠을 여러 번 끊어서 자는 것 같아보였어요.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연구를 하고 돌아보면서 또 다른 호기심이 생길 때는 어떻게 하세요?

A. 돌아오기 직전이라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계획한 실험만 하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계획한 실험이 절반정도라면 계획하지 않은 실험을 나머지 절반정도 하는 것 같아요. 왜냐면 워낙 돌발 상황들이 많거든요. 갑자기 펭귄들이 안하던 행동을 하거나 그 해에 날씨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펭귄들 입장에서 새로운 장애가 닥친다던지 했을 때 펭귄들이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보기 위해서는 계획에는 없지만 뭔가를 해야 되잖아요. 그럴 때는 무리해서라도 현장 연구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호기심이 생길 때는 어떻게 하세요?

A. 그럴 때는 잘 메모를 해놨다가 내년에는 꼭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거죠.

Q. 남극에 있는 다른 과학자들한테 대신 해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나요?

A. 하하하. 대신 해달라기 보다는 같이해보자고 협업을 요청한 적이 있어요. 수면연구가 그 예인데 제가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3~4년 전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다른 연구자들을 동물행동학회 때 만나서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다른 연구자에게 제안을 했죠. 그분은 수면파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들을 잘 개발하고 야생에서 적용하는데 관심이 많은 분이었어요. 그래서 이분을 통해서 또 다른 새로운 연구자를 알게 되고 결국에는 프랑스 연구자랑 저랑 이듬해에 같이 남극에 가게 됐어요.

그리고 한국에 계신 다른 수의사 분도 모시고 가서 세명이서 팀을 이루면서 실험을 했어요. 수의사 분은 마취를 담당해주시고, 수면 로거를 연구하는 프랑스 연구자는 장비를 개발하고 저는 그걸 부착하고 현장에서 관찰하는 일들을 하면서 새로운 팀이 꾸려지게 된 거였어요. 그러고 나니까, 연구성과도 좋게 나타났고 저희들끼리도 하면서 재밌었던 기억이나요. 그 과정에서 마취를 하는 방법이나 기기를 부착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른 프랑스 연구자가 많은 조언을 해줬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알게 된 사실들을 그 연구자에게 조언을 해줬고요. 과학은 서로 도와가면서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만 혼자 알고 있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특히 남극이라는 공간은 누구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열약한 공간이다 보니까,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Q. 남극에서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 된다는 관광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뭔가요?

A. 남극의 환경에 해를 끼칠만한 행동은 하면 안 되겠죠. 예를 들면 석유가 바다로 유출되는 큰 일이 아니더라도 개개인이 싸간 도시락을 먹고 남은 쓰레기가 있는데 그걸 바다에 버린다던지 하는 일은 절대 하면 안돼요. 그래서 저희들은 먹을 걸 싸가지고 갔다가도 남은 건 항상 그대로 들고 기지로 돌아와서 쓰레기는 한국에 돌아와서 버리거나 칠레나 다른 육지로 옮기게 돼요. 남극은 지구상에서 원시적인 모습이 가장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과학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서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과학자라고 해서 예외가 되면 안 되는 거죠.

Q. 극지연구소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A. 우연한 기회에 극지연구소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극지연구소에서 펭귄을 연구할 사람을 찾는다는 거예요. 그즈음에 저는 까치연구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그 다음 행선지를 찾고 있을 때 였거든요. 원래는 까치연구를 마치고 까마귀나 비슷한 조류들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펭귄연구와 관련된 것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연구재단에 제안서를 써서 제출을 했는데 다행히도 뽑히면서 저의 인건비를 해결해준 거죠. 그래서 연구재단에서 받은 장학금을 가지고 연구소에서 일을 하게 됐고 지금은 정규직이 돼서 장기적인 연구들을 하고 있어요.

 

[사진= 이원영 박사 제공]



Q. 연구소에서는 주로 어떤 것들을 연구하나요?

A. 연구소에서는 분자생물학, 식물생리, 지질, 운석, 화석, 대기 해양환경을 연구하시는 분도 계세요. 자연과학과 관련된 많은 주제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 있어요.

Q. 과학자가 되어 보니까, 어렸을 때 생각했던 과학자와 어떤 게 가장 다른가요?

A. (곰곰이 생각하며) 어렸을 때 장래희망을 써서 내라고 하면 생물학자라고 써서 냈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막연했고, 생물학자가 되어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그 당시에 생각을 했는데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실에 뛰어들고 나서 보니까, 쉽지가 않더라고요. 저 같은 동물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정말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동물연구를 하는 국가들도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동물 연구를 하는 건 즐거워 하는데, 현실적인 자기 직업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Q. 이원영의 꿈은 뭔가요?

A. 아이들을 잘 키우면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게 꿈이에요.

Q. 직업만족도는 어떻게 되나요?

A. (빙그레 웃으며) 직업만족도 5점이에요. 어렸을 때 꿈꿨던 일을 직업적으로 하고 있고, 약간의 행정적인 일과 사회성이 필요한 일도 요구가 되고 있지만 대부분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월급도 받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Q, 주로 동료들과 어떤 얘기들을 나누세요?

A. 주로 연구 이야기들을 나누죠. 우리가 이걸 어떻게 연구를 해야 되는지, 분석방법, 논문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과학자는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세요?

A. 말 그대로 과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과학적인 호기심에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해 답을 찾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까, 늘 호기심이 있어야 되고 그 호기심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만한 논리력과 수행력이 있어야 겠죠.

Q. 마지막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많은 곳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건 거창하게 대통령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타툰베리 같은 스웨덴의 학생도 자기의 목소리를 자기의 위치에서 열심히 내고 있고요. 꼭 그래타툰베리처럼 국제회의에 가서 연설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정에서, 회사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모두가 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개개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온난화를 멈추는 게 정말 시급하거든요. 이 기후위기를 멈추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는 오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 힘을 합쳐서 온난화 가스를 줄이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