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달아오른 부동산 심리…패닉은 계속된다

2021-09-02 18:00
찔끔 올린 금리·넘사벽 사전청약, 부동산 매수심리 부채질
경기 저가주택마저 폭등…2030 이생집망 탈출 위해 몸부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집값 잡기 총공세에도 주택시장은 여전히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패닉바잉을 진정시키겠다며 내놓은 사전청약은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 마지막 카드라는 금리인상도 찔끔 올리는 데 그쳐, 되레 달아오른 부동산 매수 심리에 부채질을 하는 모습이다. 경기 외곽 저가 주택들마저 집값이 폭등하면서, 2030들은 이생집망(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은 망했다)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8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40% 올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금리인상과 대출규제에도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중순부터 7주 연속(0.36%→0.36%→0.37%→0.39%→0.40%→0.40%→0.40) 최고 상승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경기는 지난달 중순부터 7주 연속 (0.44%→0.45%→0.47%→0.49%→0.50%→0.50%→0.51%) 상승 폭을 확대했다.
 
경기 저가주택마저 폭등…집 있는 자·없는 자 부동산발 양극화 
서울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르며 시작된 탈서울 행렬이 경기, 인천 저가 주택 가격까지 밀어올리며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5분위(상위 20%) 주택가격은 평균 15억893만원으로, KB가 수도권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수도권 상위 20% 주택가격이 15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7억9062만원) 대비 2배 가까이(90.9%, 7억1831만원) 올랐다. 서울의 5분위 집값은 22억2794만원으로, 2017년 5월 12억1327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10억원 넘게(10억1466만원) 뛰었다.

주목할 점은 저가 주택까지 가격이 널뛰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5분위 배율은 지난해만 해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저가-고가 주택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반영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올해 2월까지 6.8을 유지하다가 이후 6.6(3월)→6.4(4월)→6.2(5월)→6.1(6월)→6.0(7월)→5.9(8월)로 내리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수도권의 저가 주택값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으로, 수도권 1분위(하위 20%) 주택값은 최근 1년간 35.0%(6592만원) 올라 같은 기간 5분위 주택값이 21.2%(2억6445만원) 오른 것과 비교했을 때 상승 폭이 더 컸다.
 
"오늘이 집값 제일 싸다"는 진리…2030 내 집 마련 발버둥
문제는 타오르는 주택 매수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한 방이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 공공택지 1차 지구의 사전청약 결과 일반공급 당첨선은 평균 1945만원에 달했다. 최대 납입 인정액이 1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16년 넘게 매달 청약통장에 예금을 넣은 사람이어야 당첨권에 들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지난 7월 20~30대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44.81%(2082건)로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9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종전 최고치는 올해 1월(44.71%)이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은 진리”라며 “이생집망에서 탈출할 방법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집값 전망 수치들은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KB리브부동산이 발표한 8월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전망지수는 125를 기록해 올해 최대였던 1~2월(120)보다 높았다.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전국 4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지역의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 전망한 것으로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전망이 많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CSI도 129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보이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