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1가구 1주택'...백악관 "집값잡기 대책으로 3년간 10만호 공급"
2021-09-02 15:27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급등하고 있는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관련 기관의 지원을 총동원해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한편, 규제를 통해서 신규 주택을 부동산 투자자가 아닌 실거주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설명자료(팩트시트)를 통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발표한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집을 잃을 위험이 있는 가구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으며 이전의 방식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해 초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경제·사회 구조를 개혁하는 정책으로 천명한 '더 나은 재건 의제(Build Back Better Agenda·)'의 일환이다. 당시 미국 연방정부의 양대 국책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증 기관인 프레디맥은 미국 내 중·저가 주택 부족분이 지난 2018년 대비 52%나 급등한 380만채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총 3조5000억 달러(약 4054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 계획인 두 개의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안에 200만호 이상의 주택을 증축하기 위한 예산으로 3000억 달러를 반영했다.
현재 상·하원의회에서 해당 예산안에 대한 법제화 과정이 지연하자, 백악관은 시급한 현안에 대해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법제화 없이 연방정부의 행정력을 동원할 수 있는 내용을 먼저 시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이와 같은 결정에 '집값 잡기' 대책이 포함한 것은 미국의 물가 상승세(인플레이션)가 당초 예상보다 더 길고 강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집값이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의 6월 전미주택가격지수가 연율 기준 1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기록인 연율 16.8% 상승보다 오름폭이 확대한 것이며,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7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지수 역시 연율 기준 19.1%의 오름세를 기록해 전월 상승폭과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 중에서도 애리조나주의 주도 피닉스는 같은 기간 집값이 무려 29.3% 상승해 25개월 연속 미국 내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집값 상승률은 27.1%로 2위를 차지했다.
◇정부 금융지원 늘려 '중저가 주택' 건설 촉진...혜택은 철저하게 실수요자에
이날 백악관 대책의 골자는 질 좋은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와 주택도시개발부(HUD)와 연방주택금융청(FHFA), 패니메이·프레디맥 등 양대 모기지 보증기관 등 관련 기관을 총동원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들 기관을 동원해 중·저가형 주택 건설 목적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금융 지원을 대폭 늘려 건설업자들의 중·저가형 주택 건설 사업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저가형 임대주택과 건축 비용이 저렴한 조립식 주택, 2~4세대용 공유주택 공급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종료한 미국 재무부 산하 연방금융은행(FFB)과 HUD의 위험 공유 프로그램(Risk Sharing Program)을 재가동해 미국 연방주택청(FHA)의 지역 단위 저가 주택 개발 자금 금융 지원을 활성화하고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저소득층 대상 주택 세액공제제도(LITHC) 규제를 완화하며 △비영리 주택 건설 조직을 위한 미국 지역개발금융(CDFI)의 공적기금 중 하나인 캐피탈마그넷펀드(Capital Magnet Fund·CMF)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그간 주택 공급을 방해하는 규제로 지목돼왔던 '조닝' 규제도 완화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해당 규제 완화를 위해 최소 5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닝 규제는 건축에 필요한 최소 대지면적, 주차장 설치 의무, 다세대 주택 건설 금지 등을 규정한 조항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전원주택 등 단독 세대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인종·소득 계층 간 주택 불평등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낡은 주택을 재건하는 사업도 촉진한다. 주택 재건 사업에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한편, 저소득층이 임대할 수 있는 주택을 건설하거나 유지할 경우에 총 94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도 지원한다.
특히, 이날 백악관은 철저하게 이번 대책의 혜택이 부동산 투자가들이 아닌 실거주 수요 중심의 주택 소외 계층에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이를 위해 HUD 소유의 국유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비영리 매각 비율과 공공기관·개인·비영리 단체에 독점 입찰 자격을 부여하는 기간도 늘려 매각 물량의 최소 50% 이상을 중·저가 주택 공급 목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올해 2분기 중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 6채 중 1채, 많게는 4채 중 1채를 부동산 투자자가 소유했고, 이들 투자자의 35%가 10개 이상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임대료와 주택 가격의 상승세를 초래해 '1세대 1주택'을 꿈꾸는 이들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며 교육에 대한 투자 등 각 가구가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여유 자금을 부족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