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남양유업…매각도 결국 무산
2021-09-02 07:00
홍원식 “계약해제” vs 한앤코 “계약유효”
법원, 남양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인용
양측 법정서 진흙탕 싸움 장기화 전망
법원, 남양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인용
양측 법정서 진흙탕 싸움 장기화 전망
남양유업의 매각이 무산되며 파국을 맞게 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1일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다. 한앤코는 “계약이 계속 유효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앤코가 법원에 신청한 남양유업의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홍 회장 측 “계약 해제··· 분쟁 끝나면 남양유업 재매각”
홍 회장은 이날 법률 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던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매각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당시 합의되지 않았던 어떠한 추가 요구도 하지 않았으며, 한앤코 측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됐던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한앤코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한앤코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도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고,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계약이행 기간 중임에도 한앤컴이 협의는커녕 부당한 가처분 신청마저 냈다”며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노쇼(계약 후 불참)’라고 저를 비방한 일체의 과정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소송전을 예고했다.
홍 회장은 관련 분쟁이 종결되면 남양유업 지분을 다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앤코 “홍 회장 측, 가격 재협상 등 무리한 요구 ”
홍 회장의 주장에 한앤코도 즉각 반박 자료를 내며 반격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이 주장하는 사전 합의된 사항에 대한 입장 번복, 비밀유지의무 위반, 불평등한 계약, 남양유업 주인 행세 및 부당한 경영 간섭 주장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한앤코는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며 한 바가 있다”며 “8월 중순 이후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새롭게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 ‘무리한 요구’에 대해 가격 재협상을 비롯해 현재 경영에 참여 중인 홍 회장의 두 아들의 보직 유지,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 분할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이 유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을 받자 지난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와 함께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달 27일 한앤컴에 자신의 지분 52.63%(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이후 남양유업이 7월 말로 예정됐던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하면서 잡음이 시작됐다.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등을 거쳐 예정됐던 거래종결일은 7월 30일이었다. 하지만 남양유업 측이 같은 날 “쌍방 당사자 간 SPA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주총 일정을 9월 14일로 돌연 연기했다.
그러자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법정 공방은 장기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홍 회장 일가의 가족경영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