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 각하

2021-08-31 16:22
재판관 5대 4 의견…"협정 대상으로 보기 어려워"

2014년 10월 14일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으로 동원돼 BC급 전범이 된 한국인의 유족과 법률 대리인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일제강점기 일본군으로 동원됐다 전범으로 처벌받은 조선인들의 배상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피해자들이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헌재는 31일 고(故) 이학래씨 등 전범 피해자와 가족들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각하)대 4(위헌)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받은 피해의 상당 부분이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해 생긴 피해"라며 "외교적으로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일본 측에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해 발생한 한국인 B·C급 전범의 피해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촉구해 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하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로 생긴 B·C급 전범의 피해 보상 문제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원폭 피해자 등이 갖는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청구권 문제와 동일한 범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법·국내법적으로 유효하게 승인되는 국제전범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처벌로 생긴 이씨 등의 피해 보상 문제는 처음부터 이 사건 협정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입은 피해 중 일제의 강제 동원으로 인한 피해 부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위헌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했다.  

이씨 등은 일제강점기였던 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는 포로감시원으로 강제동원돼 동남아시아 각국에 위치한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근무했다.

이씨 등은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연합국 포로 관리 등을 담당했다는 이유로 B·C급 전범으로 분류돼 처벌받았고, 이후 도쿄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의 사죄와 국가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이후 일본 정부와 조선인 B·C급 전범 처리 문제에 대해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위헌이라며 2014년 헌법소원을 냈다. '마지막 전범 피해자'로 불린 이씨는 올해 3월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