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감염병전문병원 예산삭감 "삼성 기부금 때문 아니다"

2021-08-31 14:13
내년 예산안에 부지대금 1610억원·설계비 2억4100만원 등 미반영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신종감염병 의료대응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국회 연속 심포지엄' 1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의 기부금을 이유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면서 오는 2026년까지 준공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1일 2022년 예산안을 발표한 보건복지부는 전날 박민수 기획조정실장의 사전 설명회 답변을 통해 감염병전문병원 예산 삭감 논란이 사실에 입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부지 매입비가 당초 요청보다는 적게 잡혀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 기부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한 형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중앙의료원은 이전 및 감염병전문병원 건립과 관련한 '현대화사업' 예산으로 3737억8000만원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1629억8000만원이 반영되지 않았고, 나머지 2108억원만 내년도 예산안에 담겼다.

정부가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금액 중 대부분인 1610억원은 중앙의료원과 중앙감염병병원의 부지 매입 대금이다.

나머지 미반영 금액 중 중앙감염병병원 구축사업 예산은 2억5000만원인데 이중 2억4100만원은 설계비, 900만원은 시설부대비다. 중앙의료원 설계비·시설부대비 10억원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부지 매입비와 설계비 등이 전액 반영되지 않으면서 기부금을 이유로 정부가 의료원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다.

앞서 지난 4월 이 회장 유족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연구에 써 달라며 700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사용하기로 하고, 중앙의료원을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 공병단 부지로 신축 이전하면서 감염병전문병원을 함께 짓기로 했다. 나머지 2000억원은 감염병 연구에 쓰기로 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으나 그간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의료계 안팎의 비판이 나왔다.

특히 최근 이 회장 측 기부 이후 기부금관리위원회 등이 꾸려지지 않아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 24일 ‘공공 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국회 연속 심포지엄’에서 "온갖 이해 관계자들이 불나방처럼 달라붙고 기재부는 자기 돈인 양 '검증하겠다'고 나서는데 복지부의 정책 의지는 실종된 상태다. 하루빨리 감염병병원을 만들겠다던 약속은 어느덧 휴지 조각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정훈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전날 2022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설명회에서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이 2026년 완공되는 데 차질 없도록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