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어떤 자동차로 바꾸어야 하지?

2021-09-01 06:00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요즘 운전을 하다 보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엔진소리가 없이 모터소리만 내면서 스윽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 “아! 시대가 변해가고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된다. 점심식사를 위해 동료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동료의 자동차도 내 것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알게 된다. 멈추면 엔진이 멈추고, 출발하면 엔진이 가동되고, 천천히 갈 때는 소리 없이 모터로 가기도 한다. 순전히 엔진 중심의 내 자동차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을 알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아직 순수한 전기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동승해 본 적이 없다. 시대에 뒤처져 있는 것일까? 깨끗하고 미래지향적 이미지의 전기차들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운전하는 재미는 어떨까 등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렇다고 전기차를 사자니 아직 비싸지 않을까, 혹은 아직 기술적으로 불완전하지 않을까 등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을 준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다른 자동차에 비해 가격 면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아직 판단이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적 완성도이다. 충전할 곳은 많이 있을까? 아직 불편하지 않은가? 배터리의 내구성은 괜찮을까? 사고가 났을 때 안전할까? 자동차는 한 번 사면 10년은 타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성향이기 때문에 도중에 고장이라도 난다면 낭패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마 차를 바꾸어야 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는 이 같은 필자의 마음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이제 대전환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새로운 기술경쟁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시기에 기술적 선택과 과감한 투자에 실패한다면 기존에 아무리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회사라도 순식간에 망할 수도 있다.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중대한 30년이 앞에 놓여 있다. 지난 8월 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신차 판매에서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판매 비율을 2030년에 50%로 끌어올린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기름 값이 가장 싸고 대형 엔진의 자동차를 가장 선호하는 나라가 아닌가? 이런 나라가 과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먼저 드는 생각은 이러할 것이다. 2030년이면 불과 10년도 남지 않았는데 이 기간에 지난 100년 넘게 갈고 닦아 온 휘발유 엔진 자동차의 판매 비율을 과연 절반이나 줄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차를 좋아하는 미국조차도 이제 스스로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행정명령이 강제력이나 벌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점차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말하는 친환경 자동차는 전기차(EV), 연료전치차(FCV), 외부전원으로 충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PHV)를 포함한다. 다만 통상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HV)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유럽연합(EU)은 미국보다 더욱 강력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EU는 지난 7월, 2035년까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를 아예 금지하겠다는 규제안을 공표하였다. 영국은 한 술 더 떠서 2030년에 휘발유 자동차 판매 금지,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휘발유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규제는 아직 발표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2035년까지 신차 판매를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한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완전한 전기자동차 이외에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은 2035년까지 휘발유 자동차의 판매는 금지하지만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는 계속 허용할 방침이다.

이처럼 각국의 규제가 조금씩 다른 데는 각국의 자동차 산업 사정이 있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계속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하느냐의 여부이다. 미국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판매를 허용하지만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금지한다는 방침인 반면, 일본과 중국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를 앞으로도 계속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개발과 생산에 많은 공을 들여온 만큼 이 기술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이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의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싶을 것이다. 일본정부로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친환경 자동차의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자국 및 세계 주요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판매가 가능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경쟁력이 약한 미국이나 유럽은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더욱 서두르고 있다. 각국의 규제에도 자동차산업의 치열한 경쟁이 작동하고 있다. 각국이 천명하고 있는 2050년 탄소 제로 목표가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벌써 10년 넘게 자동차를 써 온 필자는 어떤 기술을 선택해야 할까? 지금 쓰고 있는 휘발유 자동차는 여전히 잘 굴러간다. 고장도 별로 없고 무난하게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잘만 관리하면 앞으로 10년은 너끈하다. 인간이 100년 넘게 갈고 닦아 온 엔진기술은 이처럼 훌륭하고 대단하다. 그렇다고 이를 계속 쓰자니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것 같다.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함이 남는다. 그럼 전기차를 사야 하는가? 아직 자신이 없다. 앞서 말한 기술적 안전성이 우려되면서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함이 남는다. 그리고 마음 다른 한쪽에는 하이브리드가 들어온다. 아 그렇다! 엔진에 대한 미련과 새로움에 대한 설렘을 겸비한 기술이 아니던가! 필자는 이런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를 이해하지 못한 미련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선택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 선택을 받은 기술이 그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 바야흐로 자동차는 대전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