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부동산 다 파보자, 주자들 all ok···그런데 누가 조사?

2021-08-30 00:00
정치권, 여야 대선 후보 부동산 검증 필요성 제기
권익위, 여야 전수조사 결과 19명 중 7명만 검증
대선후보 부동산 검증, 대선판 흔들 변수될 전망
조사 주체 불분명...국회·권익위·공수처 다 불가능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일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여야 대권 주자들에 대한 부동산 검증 시비로 옮겨붙었다. 정치권에서 여야 후보들에 대한 부동산 투기 현황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선 후보들 역시 "조사를 받자"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내년 3월 선거를 앞두고 대권 주자들에 대한 검증 판이 커진 모습이다.

문제는 이들의 부동산 투기 현황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사 주체가 불분명한 탓이다. 우선 국회는 '셀프 조사'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쉽지 않다. 순수 사인에 대해서는 조사 권한을 갖지 않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도 어렵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여야 후보 모두 한입으로 부동산 검증을 주장하지만, 사실상 정치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여야 주요 대선 후보 중 40%가량만 권익위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대선 막판까지 부동산 검증에 대한 논쟁이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문제가 이번 대선판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얘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 대표, 박용진, 추미애,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윤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여야 대선후보 19명 중 '7명'만 검증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주요 대선 후보 19명 가운데 권익위의 부동산 검증을 받은 후보는 7명에 그친다. 현역 의원에 해당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두관·박용진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 박진·윤희숙·하태경·홍준표 의원뿐이다.

민주당의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제외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이번 권익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도 검증을 받지 않았다. 주요 대선 주자 중 절반도 검증을 받지 못한 셈이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부동산 검증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야 주자 입장도 바뀌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대권 후보와 그 가족이 부동산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은 다 받았는데 대선 후보를 하려는 사람이 검증을 안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왜 부동산만 하느냐"며 대권 후보의 예금과 주식 등 전 재산의 형성과정에 대해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역시 "얼마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에 휘말려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자신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에 직접 의뢰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후보 세 명 모두 대선 후보들에 대한 부동산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먼저 정 전 총리는 지난 24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지도자는 깨끗해야 한다"며 "이참에 여야 모두 부동산 검증을 제대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 지사 역시 "고위공직자들의 직계가족 부동산 소유현황 및 과정을 공개하도록 하자"며 대선주자는 물론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들의 부동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했고, 추 전 장관 또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최재형, 박찬주, 안상수, 장성민, 원희룡, 하태경, 황교안, 박진, 장기표, 유승민, 홍준표 후보. [사진=연합뉴스]

◆조사 주체 불분명··· 정치적 공방에 그칠 듯

문제는 조사 주체다. 정치권에서는 권익위가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부동산 검증을 한 만큼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권익위는 대선후보 가운데 공직자가 아닌 순수 사인이 있어 힘들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이 지사와 달리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라며 "이들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국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요청온 것은 없다"며 "(요청이 온다면) 검토는 해봐야겠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거론한 공수처 역시 특정인에 의한 고소·고발이 이뤄져야 수사가 가능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부동산 검증이 사실상 공방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에 대한 부동산 검증을 요구하는 여론 역시 적지 않은 만큼 부동산 변수가 대선 막판까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그래픽=김효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