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유통가] 체험형 공간으로 무장한 백화점

2021-08-28 07:00
오프라인 차별점 강화…체험·문화형 복합공간 중시

더현대 서울의 '사운즈 포레스트' 전경.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백화점이 쇼핑의 공간을 넘어 체험형·문화형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해 '머물고 싶은 백화점'을 지향하겠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을 시작으로 이번달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대전 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Art & Science)’가 나란히 출점했다. 

서울 여의도에 자리 잡은 '더현대 서울'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며 오픈 전부터 업계 안팎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을 뺀 네이밍에서부터 변신을 시도했다. 또 전체 영업면적 중 절반가량을 휴식공간으로 대체하고 고객 동선도 기존 백화점보다 2배 넓게 조성하며 기존 백화점과 차별점을 뒀다.

여의도 파크원빌딩 옆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들어선 더현대 서울은 영업면적이 8만9100㎡(2만7000평)로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이다. 특히 힐링공간 확대를 통한 ‘리테일 테라피’ 경험 제공, ‘자연’을 콘셉트로 한 혁신적인 공간 디자인과 매장 구성, 큐레이션 방식으로 매장을 배치해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기존 백화점의 천편일률적인 공간 구성도 탈피했다. 업계의 금기라 여겨지는 유리창을 설치하고, 천장도 유리로 제작했다. 상품 판매 공간은 줄이고 빈자리는 인공폭포·녹색공원 등으로 채웠다. 고객들이 쇼핑을 하다가 안락한 휴식을 취할 공간을 넉넉히 마련했다.

이에 더현대 서울은 체험형 요소가 호평받으며 오픈 첫 달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기대 이상으로 인파가 몰려 방역 우려가 제기되자 고객에게 한시적으로 차량 2부제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하고 동시 이용 가능 고객 수를 줄이는 거리두기를 실시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전경. [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와 신세계는 경기도와 충청권으로 지역 상권 공략에 나섰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수원점, 대구신세계 이후 각각 7년, 5년 만의 신규 출점이다.

지난 20일 문을 연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스테이플렉스(Stay+Complex)’ 콘셉트를 통해 체험형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하 2층~지상 8층 전체면적 약 24만5986㎡(7만4500평)에 달하는 경기 지역 최대 규모의 부지 위에 롯데만의 파격적인 '공간실험'을 시도했다.

특히 동탄 신도시에 어린 자녀를 둔 '동탄맘'을 겨냥해 영어 키즈 교육기관, 라이프스타일랩, 대형 정원 등에 힘을 주는 등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여가를 즐기며 머무를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구성했다. 높은 층고의 개방감 있는 공간, 거대한 루프형 순환 고객 동선, 채광창 도입 등 기존 쇼핑공간과도 차별화했다.

해외패션, 여성, 남성, 키즈, 스포츠, 리빙 등 약 500여개의 패션 브랜드와 함께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예술, 문화 등 체험 콘텐츠로 채워 볼거리, 즐길거리 조성에 힘썼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센터인 라이프스타일랩, 실내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트 조형물,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디어 아트전, 오디오 도슨트 서비스, 더 테라스, 업계 최초 디지털 체험존 등도 만날 수 있다.

F&B(식음료)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넣었다. 2020년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로 선정된 조희숙 셰프와 같이 개발한 메뉴를 선보이는 '한국인의 밥상', SNS 60만 이상 팔로어 '콩콩'님의 도시락 전문점인 '콩콩도시락', 청담동 핫플레이스 '스케줄 청담' 등 지역 맛집부터 SNS 유명 브랜드, 오가닉 푸드, 카페까지 전 카테고리를 망라한 100여개의 F&B 브랜드를 갖췄다.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와 동탄 상권 고객의 관점을 충실히 반영해 동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트 앤 사이언스' 전경.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지난 27일 신세계백화점은 과학과 문화를 결합한 '아트 앤 사이언스'를 대전에 오픈했다. 8개층 매장의 백화점과 193m 높이의 신세계 엑스포 타워로 구성됐으며, 투자비 규모는 약 6500억원에 이른다.

대전신세계는 총 지하 3층~지상 43층으로 중부지역 최대 규모다. 연면적 약 28만4224㎡(8만6000평), 백화점 영업면적 약 9만2876㎡(2만8100평)로 센텀시티점과 대구신세계에 이어 신세계백화점 가운데 세 번째로 넓다.

‘아트 앤 사이언스’라는 네이밍을 통해 대전신세계가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과학,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1993년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자리에 해당 연도를 떠올릴 수 있는 ‘193m’의 엑스포타워는 아트 전망대와 신세계 DNA를 담은 프리미엄 호텔 오노마가 들어섰다.

카이스트(KAIST) 연구진과 함께 만든 과학관 ‘신세계 넥스페리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4200t 수조의 아쿠아리움, 신세계 갤러리, 충청권 최초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인 '스포츠 몬스터' 등 다양한 체험형 시설도 갖췄다. 기존에 스포츠나 아동의류 매장 등이 입점하던 백화점 상층부를 테라스, 갤러리로 꾸며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가미했다.

창이 없는 것과 달리 유리 구조물을 도입해 자연을 바라보며 쇼핑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기능은 물론 계절별로 자연을 표현한 영상으로 경관 조명을 선보인다.

직사각형 구조물을 겹겹이 쌓아 올린 형태를 띠고 있는 아트 앤 사이언스는 뉴욕 허드슨 맨해튼타워와 롯폰기 힐스를 설계한 KPF가 외관 건축 설계를 맡았다. 인테리어 설계에는 뉴욕 노이에 하우스, 마카오 MGM 호텔을 디자인한 록웰을 비롯해 로먼 윌리엄스, 제프리 허치슨 등 세계적 건설사가 참여했다.

신세계가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한 지역 상권 최적화 브랜드도 눈길을 끈다. 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펜디, 생로랑, 셀린느 등 70여개의 인기 럭셔리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패션, 뷰티, 잡화, 식품, 생활 등 총 500여개 브랜드를 준비했다.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그동안 신세계가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상권에 최적화된 브랜드로 구성했다"며 "앞으로 중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