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벽’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나

2021-08-24 18:00

[사진=연합뉴스 제공]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리스크를 막기 위한 ‘대출 축소' 움직임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신규 대출 취급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보험사 등 2금융권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도 '대출 조이기'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나서면서, 중저신용자 등 서민들의 돈줄이 막히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2금융권 대출 조이기 ‘초읽기’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이날 오전 회원사들과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화상회의를 열고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신용대출 한도를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관리하기로 했다. 그간 보험사들은 기존에 연소득 1.5배에서 최대 2배까지 허용해왔다.

보험사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이미 금리를 높여 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생보사들의 주담대(고정금리·원리금 분할상환·아파트 기준) 최저금리는 2.91~3.57%로 3개월 전(2.8~3.31%)보다 0.2%포인트가량 올렸다. 손보사 역시 같은 기간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를 3.21%에서 3.32%로 0.11%포인트 올렸다.

특히, 당국의 가계대출 증가 상한선을 초과한 삼성생명의 경우 대출 금리를 빠르게 높이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의 지난달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금리는 3.13∼6.04%로 올해 초(2.53∼5.23%)보다 0.8%포인트가량 올렸다.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기준 가계대출 채권은 39조6012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4%(1조6625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협의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인 4.1%를 넘어선 수치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이어 보험사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권고하면서 주담대 금리를 높이고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며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아직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연말까지 대출 증가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드사, 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운영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을 개별 저축은행에 전달한 바 있으며, 카드사 등 여신업계도 동일한 내용의 구두 권고를 받고 시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인전은도 동참…중저신용자 자금줄 막히나
대출 축소 움직임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배'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자, 카카오뱅크도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뱅의 가계대출 잔액은 23조1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13.8%나 뛰었다. 금융당국의 연간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5~6%인 점을 감안하면 2배나 높은 셈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확대를 선언한 이후 금리와 한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고신용자 대출 취급을 조절해왔는데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 신용대출 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전 금융권이 가계대출 축소를 예고하면서, 시장에서는 저신용자 등 서민들 중심으로 대출 절벽 현상이 더 가팔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으로 가뜩이나 대출 창구가 좁아져 고신용자들도 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2금융권 대상 대출 규제 또한 커져 비교적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과 중·저신용자들이 돈 빌릴 곳을 잃는다는 것이다. 자금난이 심한 서민과 저신용자들은 대부업, 불법사금융 등으로 내몰려 결국 대출규제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가 금융권 전방위로 확산함에 따라 은행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 고신용자들은 저축은행, 보험사 등 2금융권 이용을 고려하고 있다"며 "고신용자의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면 비교적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들은 대출 받을 길이 없어 대출 절벽에 몰리게 되고,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