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9말 10초 '위드 코로나' 카드 만지작… 앞서 간 싱가포르·영국 살펴보니

2021-08-23 17:08
핵심은 '백신 접종률'...싱가포르와 영국 모두 백신 접종 완료율 70% 이상
변수는 '변이'…백신 접종률 높은 싱가포르서 사망자 급증한 이유? 원인은 '델타'
전문가 "위드 코로나 전환 위해 현행 거리두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

'노마스크'로 하원 출석한 영국 총리와 여당 의원들 [사진=AP·연합뉴스]

정부가 9월 말~10월 초 새로운 방역체계 전략인 '위드(With) 코로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방역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했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와 공존한다는 뜻으로, 확진자 수에 초점을 맞춰 온 대응 방식은 위중증 환자 관리로 선회하게 된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 기조가 바뀌면 코로나는 독감(인플루엔자)처럼 받아들여져 강도 높은 방역 조치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와 공존을 택한 대표적인 국가로는 영국과 싱가포르가 있다. 영국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을 자유의 날(Freedom day)로 선언하면서 봉쇄에 가까운 방역 조치를 일제히 해제했다. 해외 여행이 불가능한 점만 제외하면 코로나19 발생 이전 일상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앴다. 영국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에 따르면, 수백 명의 영국 시민들은 19일 0시부로 자유의 날이 되자마자 나이트클럽으로 몰려들었다.
 

입대 전 코로나19 검사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방역규제를 해제한 자유의 날 이후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자유의 날 직전인 17일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5만5000명에 육박했으나, 8월 초에는 2만1000명대로 떨어졌다. CNN은 "자유의 날 이후 예상과 달리 사람들 사이에 접촉이 크게 늘지 않았고, UEFA 유로 2020이 자유의 날 이전인 11일에 종료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다시 3만명대로 올라서고 치명률도 0.15%에서 0.35%로 늘어났지만, 영국 정부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스카이뉴스에 "코로나만 생각하는 세상에서 더이상 살 수 없다. 백신을 이용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도 확진자 수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에서 중증 환자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방역 기조를 틀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 방역 무게추를 옮긴 셈이다. CNBC에 따르면 기존에는 사회적 모임이 2명까지였으나,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최대 5명까지 모여 외식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코로나19 고위험 국가를 방문한 전력이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가족도 백신 접종을 했다면 입국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률이 80%에 달하면 9월 초에 추가 완화 조치도 할 계획이다.
 

계속되는 백신접종 [사진=연합뉴스]

영국과 싱가포르가 코로나19와의 공존으로 방역 기조를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높은 백신 접종률'이 꼽힌다. 영국은 백신 2회 접종자 비율이 성인 인구 75%를 넘었다. 9월 초부터는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도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체 인구 570만명 중 70%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또 79%는 최소 한 차례 백신을 맞았다.

반면 국내 백신 접종 속도는 아직 더디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2586만6970명으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134만9116명)의 50.4%에 해당한다.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인구 대비 22.5%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 국민의 70% 이상인 3600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치는 9월 말 10월 초에 위드 코로나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역 기조 전환에는 델타 변이와 같은 주요 변이가 변수가 될 수 있다. 22일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4명 중 3명이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이달만 12명이 숨졌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사망자가 급증한 이유는 델타 변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백신 효과를 회피하는 변이가 계속 나타날 경우 코로나와의 공존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자비드 장관도 "백신이 통하지 않는 변이가 나타나는 상황이 진짜 위기"라고 경고했다.
 

식당·카페 '백신 인센티브' [사진=연합뉴스]

코로나가 1년 넘게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풍토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처(FDA) 국장은 CNBC에 "코로나는 델타 변이가 진정된 뒤 미국과 다른 서구 국가들 사이에 풍토병(endemic)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토병은 독감처럼 특정 지역에서 지속해서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다시 말해 코로나는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매년 유행하는 질병으로 고착화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를 엔데믹으로 다루고 방역 체계를 전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문가는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률을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50세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코로나는 비교적 평범한 감염병이 될 수 있다. 또 백신 접종은 중환자 발생을 억제해 병원과 의료진에게도 버틸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정 교수는 "위드 코로나 전환을 위해 고위험군 대상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9월까지 현행 거리두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