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말레이시아 국왕, 이스마일 사브리 부총리를 신임 총리로 임명

2021-08-23 18:12
정권기반 약화, 간신히 넘은 하원 과반수… 새 정부 불안한 출범

[사진=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신임 총리 페이스북]


말레이시아 압둘라 국왕은 20일,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이스마일 사브리 총리는 21일 선서식을 거쳐 제9대 총리에 취임했다. 연립정부 구성에는 변함이 없으나, 신임 총리는 하원의원의 과반수 지지를 간신히 획득하는데 그쳤으며, 약화된 정권기반 속에서 새 정부는 불안한 출범을 맞이하게 됐다.

말레이시아 왕실의 성명에 따르면, 압둘라 국왕은 18일, 연방의회 하원(정원 222, 결원 2)의 의원 220명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정선서(SD)에 따라, 이스마일 사브리 전 부총리가 과반수인 114명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했다고 판단, 20일 신임 총리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연방헌법에는 국왕이 하원에서 과반수 지지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의원을 총리로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국왕은 17일, 전날 무히딘 야신 총리의 사의표명에 따라 왕궁에 각 당의 당수들을 소집, 모든 의원들이 일치단결해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하원의원 전원에 대해 다음날인 18일까지 지지하는 총리 후보 이름을 기재한 법정선서서를 제출하도록 명했다. 19일에는 이스마일 사브리 전 부총리를 추천한 것으로 보이는 의원 114명과 면담했으며, 20일에는 각 주의 주왕(술탄)을 소집해 통치자 회의를 개최, 새로운 총리 지명에 대해 협의했다.

1960년에 출생한 이스마일 사브리 신임 총리는 파항주 테메로 출신 변호사로, 1987년 당시 여당연합의 핵심역할을 했던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의 테메로지부 위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2004년에 실시된 총선에는 파항주 베라지구에서 출마해 처음으로 하원에 입성했으며, 2008년에는 청년스포츠부 장관으로 첫 입각에 성공했다. 동시에 UMNO의 최고평의회 멤버로도 활동했다. 이후 나지브 정권 때에는 국내거래소비부 장관, 농업·농업관련산업부 장관, 지방지역개발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 UMNO 당내 서열은 세 번째이나, 지난해 3월 출범한 무히딘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달 7일에는 부총리로 승격됐으며, 그로부터 불과 45일 만에 총리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 연립여당 내 주도권 다툼
이스마일 사브리 신임 총리는 이번 총리 임명 과정에서, 하원에서 과반수를 약간 웃도는 지지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아울러 연립여당 내에는 현재 주도권 싸움이 한참 진행되고 있어, 향후 순탄치 않은 정국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무히딘 전 총리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임 총리를 지지하며, 계속해서 여당연합 국민동맹(PN) 정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스마일 사브리 총리가 소속된 연립정당의 핵심인 UMNO의 아마드 마슬란 간사장은 “새 정부는 ‘PN정권’으로 불리면 안된다”며 반발, 어디까지나 UMNO가 주도하는 정당연합 국민전선(BN)과 PN, 사라왁정당연합(GPS), 지역정당 사바통일당(PBS)으로 구성된 ‘혼합정당’이라고 주장했다.

PN은 무히딘 전 총리가 이끄는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과 전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 사바진보당(SAPP), 사바인민조국연대당(사바STAR)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마드 간사장은 “(UMNO가 주축인) BN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보고있기 때문.

UMNO는 지난 3월에 개최된 연차총회에서, 차기 총선에서 PPBM과는 협력하지 않고, BN이 독자적으로 임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다만 함께 BN을 구성하고 있는 말레이시아화인(華人)협회(MCA)와 말레이시아인도인회의(MIC)는 무히딘 전 총리의 사임표명 전, 무히딘 정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 지지철회 의사를 밝힌 UMNO와는 일정 정도의 선을 긋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등 BN 내의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도 새 정부의 지지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공공의료 확보가 최우선… 싱크탱크
말레이시아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경제연구소(IDEAS)는 21일자 성명을 통해, “새 정부가 가장 서둘러야 하는 일은 전임 정부가 추진해 온 신종 코로나 방역대책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 사태로부터 일상생활로 되돌아가는 단계를 4단계로 제시한 ‘국가부흥계획’과 신종 코로나 백신 국가접종계획을 거론하며, “잇따른 신규감염자 수 고공행진 추세를 고려하면, 의료체계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임 총리가 하원의 과반수 지지를 간신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지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