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중국의 '디지털 조롱경제’를 아시나요?
2021-08-23 06:00
"교수님, 중국 정부가 왜 이렇게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건가요? 그 다음 규제 대상은 무엇이고, 규제 고삐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요즘 필자가 방송 및 신문매체를 통해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규제개혁 정책 방향이 왜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의문점을 가지고 알리바바, 디디추싱, 사교육 금지 등 규제 일변도의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규제 사안별로 각기 다른 속내와 목적이 있지만 크게 미·중 간 전략경쟁과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한 대중 지지 확보 전환용의 2가지 이슈로 귀결된다. 중국은 정책 시행에 앞서 대부분 사전 경고 성격의 시그널이 감지된다. 예를 들어 학생 숙제 부담 및 방과후 교육부담 감소를 의미하는 ‘솽젠(双减)’ 정책의 사교육 금지도 일부 전문가 및 매체에서 얘기하는 중국의 인구 감소로 인한 방어책으로 보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접근이다. 사교육 금지와 지속되는 기업규제의 배경과 속내는 4가지 큰 틀에서 살펴봐야 한다.
첫째, 빈부 및 교육격차 해소를 통해 중산층 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곧 시 주석의 3연임 명분을 주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2020년부터 빈곤퇴치 프로젝트를 국정운영에 핵심 어젠다로 선정하여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사회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부와 교육의 평등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불평등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번 사교육 규제 이슈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중국에서 출판된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習近平談治國理政)’ 제3권 12장에서 이미 사교육의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다. 제3권은 2017년 10월 18일부터 2020년 1월 13일까지 시 주석이 언급한 연설, 강연, 서면 의견, 지시 등 92편의 문장을 19개 주제로 나눠 수록한 책이다. 책 347쪽 12장을 보면 시 주석이 2018년 9월 10일 언급한 "교육사업발전을 제약하는 장애요인을 결단코 제거해야 한다(坚决破除制约教育事业发展的体制机制障碍)"는 내용이 나온다. 교육 불평등이 곧 정부에 대한 불만 초래, 사교육 학군이 등장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 교육비 부담을 완화해 점차 감소되고 있는 인구절벽 현상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 신생아 수는 이미 2017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로, 최근 3자녀 정책 완화도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고령화·저출산으로 2100년에는 인구가 14억명에서 10억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고 세계 1위 인구대국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 소비의 재분배 차원이다. 이른바, ‘소황제 초고액 과외’ 등 많은 돈이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며 일부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약 118조원)로 다른 소비재로 가야 할 돈의 50% 이상이 사교육 시장으로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사교육에 편중되는 소비지출을 재분배시켜 다양한 내수영역으로 돈의 흐름을 순환시키겠다는 의도이다.
넷째, 대내외 환경변화를 고려한 중국식 사회주의를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디지털 조롱경제(Digital Birdcage Economy)’ 라고 명명한다. 디지털 조롱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8년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산물인 ‘조롱경제(鳥籠經濟)’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조롱경제는 이른바 ‘새장경제’로, 새장을 쳐놓고 그 범위 안에서만 마음껏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부는 내수시장(새장)을 키우고, 그 내수시장에서 기업(새)을 규제하지 않고 풀어 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새)은 내수시장(새장)에서 자유롭게 덩치를 키우며 성장하지만, 세계시장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그냥 중국시장(새장)에만 갇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조롱경제의 기반 속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통해 G2로 성장했다. 미국 경제분석지 ‘포천’이 2021년 발표한 2020년 세계 500대 기업에서 중국기업(홍콩 포함)은 총 135개사로 122개사의 미국을 추월하며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석유 및 전력 등 대부분 국영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과거 전통산업 위주의 조롱경제로는 글로벌 국가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디지털 새장의 공간을 확대함과 동시에 정부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디지털 조롱경제’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 조롱경제의 핵심은 막대한 디지털 내수시장(새장)을 통해 자유롭게 성장한 기업(새)은 중국 공산당의 정책 방향성을 따르고, 국익을 위해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원칙을 준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점적 우위로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새)은 내수시장(새장)을 나갈 수 없다는 개념으로, 기존 조롱경제와는 개념이 다르다. 디지털 조롱경제는 2018년 미·중 간 격돌이 격화되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바이든 행정부 이후 확산되는 미·중 간 첨단테크 경쟁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알리바바, 에듀테크, 디디추싱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이러한 디지털 조롱경제의 이론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글로벌 테크기업으로 성장하되 자국의 디지털 새장(정책의 틀)에서 성장하라는 것이다.
디지털 조롱경제식 기업규제는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내년 10월 20차 당대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업규제가 중국 일반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의 명분을 극대화시켜 정권 연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공산당의 당위성을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중국식 사회주의로 접근하면 중국의 변화와 속내를 읽을 수 없다. 좀 더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구조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 휘몰아치는 미·중 간 전략경쟁과 중국 내부의 변화는 더욱 험난한 한·중관계를 예고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 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