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에 빠진 한국] ​가계빚보다 더 위태로운 기업대출… 한국 경제 숨은 뇌관으로

2021-08-18 18:21
중소기업대출 중심… 가계대출 증가액 추월
만기연장 등 지원에 연체율 제자리 ‘착시효과
변동금리·짧은 만기… 금리 인상 타격 더 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대출 확대에 따른 금융부실 뇌관 우려는 가계대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는 사이, 기업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넘어설 정도로 확대됐다. 이는 대출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기업대출 역시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기업대출은 지난 7월 한달 새 11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액(9조700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기업대출 역시 가계대출 확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7월 사이 기업대출은 57조1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29조2000억원)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지난 7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잔액의 격차도 7조원으로 줄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대출 확대의 경우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대출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대출은 지난 7월에만 9조1000억원이 집행됐는데, 이는 기업대출 증가분의 80%를 차지한다. 올해 전체를 놓고 봐도 중소기업대출은 53조5000억원 늘어 2019년(29조6000억원)의 두 배 수준을 기록 중이다.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기대출 증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부실위험에 처한 중소기업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이자 유예 조치에 따라 연체율이 오르지 않는 착시효과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 기준 전 금융권에서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상환을 유예해준 대출금액은 204조원이 넘는다. 이 중 시중은행에서 집행된 자금만 135조원에 달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 5월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2%를 기록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5월(0.77%)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금융지원책에 따라 당장의 연체율은 낮게 나타나지만, 향후 지원이 종료되면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한꺼번에 도산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도 중기대출 부실 우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 중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9%에 달한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기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가구가 20만7000가구로, 이들의 부채는 79조1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의 정책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금융지원을 반영할 경우 고위험 자영업자 가구는 19만2000가구(76조6000억원)로 줄어드는 만큼, 정부 정책으로 연명 중인 자영업자가 많은 상황이다. 

기업대출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규 기업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68.7%로 집계됐다. 기업 10곳 중 7곳은 금리 인상 시 원리금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최대 40년에 달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만기가 1년 정도로 짧아 금리 인상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