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사내벤처에 힘싣는 유통가

2021-08-18 17:5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통가 곳곳에서 사내벤처 바람이 불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지 않고서는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져서다. 일찌감치 사내벤처 육성에 나선 일부 기업 중에는 성과가 이미 가시화된 곳도 있다.

1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최근 대표 직속으로, 사내 벤처와 같은 형태의 사업팀인 일명 '이삼팀'을 발족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존의 업무와 병행했겠지만, 현재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을 감안해 올해 연말까지 해당 업무에만 집중하는 전담팀을 꾸리기로 했다는 게 티몬 측의 설명이다.

올해 6월 새로 온 장윤석 티몬 대표는 "쉽지 않은 업무가 되겠지만, 혁신을 위해 노력해줄 여러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며 사내에서 이삼팀 멤버를 공개로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이삼팀 모집 공고에도 "티몬호의 방향이 전환되기 위해서는 관성을 이기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이런 에너지를 전사에 공급하는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조직"이라고 밝히고 성과에 따른 특별한 보상을 약속했다.

이삼팀은 모집 일주일도 안 돼 60여 명의 지원자를 모았다. 티몬의 전체 직원이 800여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2명 중 1명꼴로 이삼팀에 지원한 셈이다. 장 대표는 2주 동안 직접 1대1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원자를 선정했다. 최종 인원은 30명으로 마케팅과 디자인, 개발, 판매기획(MD), 홍보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됐다. 이삼팀 평균 연령은 29.5세로, 애초 지원자 대부분이 20·30세대였다고 한다.

이삼팀은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티몬이 있는 건물 한 층 전체를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창의적인 공간에서 빠르게 의사를 결정하고, 안 되면 고쳐서 다시 실행하는, 치열한 과정을 통해 단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라는 장 대표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이다. 티몬 관계자는 "이들은 올해 남은 한 해 프로젝트별로 팀을 나눠 비전을 달성하고, 아이디어를 직접 현실화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티몬의 시스템과 전략을 강화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통가에서 이런 사내 벤처 육성 실험은 이제 낯익은 풍경이 됐다. 현재 유통기업들 대부분이 사내에 벤처 육성 프로그램 하나씩은 갖추고 있고, 올해 들어서는 단순히 사내 프로그램에 그쳤던 사업팀들이 새로운 자회사로 출범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LF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와 롯데칠성음료의 워커스하이다.

LF는 지난 4월 던스트 사업 부문을 분할해 씨티닷츠라는 독립법인을 새로 설립했다. 던스트가 2019년 2월 LF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지 약 2년 2개월 만에 일이다. 던스트는 론칭 초기부터 소비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고, 지난해 1월에는 파리의 초대형 쇼룸 ‘로미오(Romeo) 쇼룸’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고 프랑스 시장에 진출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 티몰(Tmall), 대만 니하우(NIHOW), 일본 시부야 파르코(Shibuya Parco) 등 글로벌 유명 온·오프라인 패션 플랫폼에 잇따라 진출하며 세계 무대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씨티닷츠는 올해 들어 이달 중순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6월 세워진 워커스하이도 롯데칠성음료 사내벤처 가운데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최초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6월 '오피스 미니바 사업' 아이디어로 사내벤처 3기로 선발된 뒤 1년간의 육성을 거쳐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워커스하이는 사무실 환경에 맞는 맞춤형 매대를 통해 식품과 소비재를 판매한다.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직장인들의 편의성을 높인 맞춤형 서비스와 쿠폰, 스탬프 적립 같은 다양한 구매 혜택과 정기 구독 서비스 등으로 고객 관리도 한다. 워커스하이는 이런 높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롯데칠성음료로부터 5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