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매 장세] 상승폭 최고 업종 매주 교체… "정책모멘텀 살펴 길목 지키는 투자를"

2021-08-20 07:00
최근 보험→건설업→비금속광물→음식료품→섬유→철강 순환매
외국인 사들인 2차전지·은행, 실적모멘텀 기대 호텔·레저·미디어


지난 4월 초부터 코스피가 3100~3300대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반복 중인 가운데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빠르게 교체되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업종 및 종목이 리딩하는 장세보다는 산발적인 등락이 반복되는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최근의 순환매 장세에 뒤늦게 올라타기보다는 실적 개선 추세가 뚜렷하고 피크아웃(고점 뒤 하락) 우려가 비교적 적은 업종을 중심으로 '길목을 지키는' 투자 전략을 세울 것을 추천하고 있다.
 
◇'박스피' 장세 속 상승률 상위 업종 매주 바뀌어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특정 업종이 꾸준히 오르지 못하고 매주 바뀌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업종이 매주 변경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셋째주(21~25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보험이 3.5%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넷째주(6월 28일~7월 2일)에는 건설업(3.6% 상승)에 자리를 내줬다.

7월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7월 첫째주(5~9일)에는 비금속광물이 2.58%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둘째주(12~16일)에는 음식료품이 4.37% 상승하며 자리를 바꿨다. 셋째주(7월 19~23일)와 넷째주(7월 26~30일)에는 각각 섬유·의복(6.47%), 철강·금속(2.33%)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추세는 8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는 의약품이 8.13% 오르며 유가증권시장을 주도했으나 9~13일에는 은행이 7.49% 상승해 주도 업종 자리를 꿰찼다.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 업종에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외국인이 이 기간 중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454억원을 순매도했지만 2차전지주를 비롯해 은행주만 약 1000억원가량 사들이며 수급 여건도 개선돼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 실적 피크아웃 우려에 증시 상단 제한…순환매 속도 빨라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피크아웃 우려로 증시 상단이 제한된 모습을 보이면서 순환매 속도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순환매 장세는 보통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수가 박스권에 갇혔을 때 나타난다"며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지수 상승을 이끌어왔는데 2분기 또는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피크아웃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수 상단이 제한됐고 빠른 순환매 장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급등 업종이나 테마를 따라가면 어느새 다른 쪽으로 순환매가 돌며 성과가 나쁠 수밖에 없는 시장 흐름이었다"며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역대급이지만 여전히 피크아웃 우려가 팽배한데 이러한 우려가 지수 상방은 막아놓고 빠른 순환매만 돌고 도는 흐름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빠른 순환매가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코스피가 다음 달 이후에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가 대형주 위주로 방향성을 설정할 시점은 이달보다 다음 달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의 대규모 인프라 부양책 의회 통과가 다음 달로 지연될 예정인 가운데 원·달러 환율 안정과 추가 정책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 9월이다"라고 말했다.
 
◇순환매 장세 투자전략은
전문가들은 당분간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급등 업종을 따라가는 것보다 피크아웃 우려가 없는 업종 또는 정책 모멘텀이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추천했다.

신 연구원은 "성장에 대한 피크아웃 우려가 없는 업종이나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보유한 경기민감주와 친환경 정책 테마, 내년 경제활동 정상화에 대비한 리오픈 수혜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 연구원은 전기차 플랫폼 및 배터리, 소재 업체에 대한 장기 투자를 추천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신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의 침투율이 2~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공격적인 목표"라며 "이 정도의 성장 및 정책적 모멘텀이 있는 업종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시장이 급락하면 투자자들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하락 종목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급락장에서 강한 종목들이 향후 새로운 주도주가 될 확률이 높다"며 "급락장에서 투자자들이 팔지 않았다는 것은 향후 실적과 성장에 대한 기대가 견조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모멘텀이 둔화된 상황에서는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좋거나 상반기와 큰 차이가 없어 변동성이 낮은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실적 모멘텀이 상반기보다 더 강한 업종으로는 호텔·레저, 미디어, 반도체, 소매, 소프트웨어, 철강 등을 꼽았다. 변동성이 낮은 업종으로는 건강관리와 소프트웨어, 통신, 은행 등을 선정했다.

허 연구원은 "성장률과 이익 증가율 정점이 증시 랠리의 끝은 아니다"라며 "추가 성장 동력과 유동성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영향이 완화되는 시점에서 미국의 유동성은 투자로, 한국은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4분기에는 지금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며 "그때 한국 증시는 지금보다 더 힘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