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시한폭탄, 노후건축물⑨] 공공건축물 대책 급한데…정비사업은 '소규모 찔끔'

2021-08-17 06:00
정확한 준공일 모르는 경우도 10% 넘어
"민간투자 방식으로 개량·유지보수 해야"

앞으로 10년 내 전국 공공건축물 10동 중 4동은 노후화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의 안전 확보뿐 아니라 시설 효율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건축물의 효율적인 이용과 안전 관리를 위해서는 재개발·리모델링 등 보다 적극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말 현재 전국 공공건축물 21만6823만동 가운데 사용연한이 30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은 전체의 23.2%(5만198동) 수준으로 조사됐다. 또한 10년 후인 2029년에는 4만3485동이 추가돼 전체 공공건축물의 43.2%인 9만3683동이 노후건축물로 분류된다.

이처럼 공공건축물의 노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의 11% 수준인 2만4256동은 오기입, 미기입 등의 이유로 정확한 준공일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유재산보다 도유·군유 부동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공건축물의 40%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인데,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지자체 청사의 경우에는 노후도 현황에 대한 전체적인 통계도 전무한 상황이다. 1980년대부터 부족한 행정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청사가 건설됐고, 이 과정에서 이전 등으로 용도가 불분명한 구(舊)청사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철산어린이집에 적용한 그린리모델링 기술요소[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노후건축물은 시민의 안전 확보뿐 아니라 시설 효율성 약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량 및 유지 보수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노후화에 따른 위험과 필요성을 인지한 정부도 정비사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매년 1조원 내외 투입되는 국유재산관리기금으로 노후화된 공공건축물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청사 신축·개축·리모델링 등의 방식에 5조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대안 중 하나로 한국판 뉴딜의 대표과제인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을 적극 시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총 국비 4500억원을 투입해 국공립 어린이집‧보건소‧의료시설 등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성능과 실내공기 질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은 리모델링 사업비 전액이 아니라 일부 보조에 그친다. 서울은 사업비의 50%, 그 외 지자체는 70%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비사업이 요구되지만 재정여건이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라 실효성이 낮은 게 현실이다.

국토연구원 이정찬 책임연구원은 "△그린뉴딜의 최상위 전략화 △건축부문 우선 추진 △민간 주도 녹색금융 활성화를 정책방향으로 설정,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연계·협력하는 방식으로 그린 리모델링의 정책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 사례 중 하나인 서울 서초구청 변경 전(왼쪽), 후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가 11일부터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모 중인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도 성과는 미미하다.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은 오래된 청사 등 비좁고 위험한 공공건축물을 공공·편의 등으로 복합개발해 이용자의 안전과 편익을 증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국토부는 2015년부터 매년 선도사업을 공모·선정하고 선도사업모델 검토 및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1~6차에 걸친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 후보지는 전국 17곳에 그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공공건축물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반면 사업은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실질적·추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노후건축물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적극적인 투자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분야 그린뉴딜 사업 예산을 활용한 재개발·그린 리모델링의 적극적 투자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관 복합개발 등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면서 민간의 재원을 활용하는 민·관협력형 혹은 민간주도형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민·관협력 방식은 인센티브 부여 또는 민간참여 부분허용 등 소극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데다가 분야도 매우 한정적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민간자본 유치를 위해 제반 규정 마련과 새로운 민간자본투자 사업 유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건축물과 노후 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민간자본투자 방식 개발과 그와 관련된 법·제도 정비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 노후 건축물은 대다수가 시·군·구의 중심지역에 위치해 개선 사업 시행에 따라 지역경제에 큰 활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재정 투자 외에 민간투자사업 및 복합개발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