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복귀…삼성전자, ‘ESG 경영’ 세진다

2021-08-14 06:00
첫 단체협약 제정, 이사회 내 위원회 개편 등 잰걸음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가석방 출소 직후 삼성전자 경영진과 회동을 통해 경영 현안 파악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권경쟁, 삼성SDI의 미국 공장 진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위탁생산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국민과 약속한 ‘뉴삼성’을 만들기 위한 행보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ESG 경영이다. 최근 ESG 경영은 산업계 화두로 떠올랐으나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탓에 지배구조에 해당하는 ‘G’를 챙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 부회장이 그간 공언했던 비노조 경영 철폐, 준법경영 강화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간 어떻게 보면 삼성전자가 ESG 체제가 느리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 부회장 출소 이후 ESG 관점에서 과제를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노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제정했다.

협약안은 노조 사무실 보장, 노조 상근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등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과 산업재해 발생 시 처리 절차, 인사제도 개선 등 95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 노사는 단체협약 제정과 더불어 상호 협력적인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화합 공동 선언’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기존 거버넌스위원회가 수행해 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주주가치 제고 등 역할과 더불어 ESG 관련 지속가능경영 분야에 대해서도 논의할 전망이다.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추진 방향을 제시하고 이행 성과를 점검하는 등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원회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ESG 경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 전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다”며 “삼성이 사회와 소통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 부회장의 복귀를 통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사진=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