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문케어 정책에 민간보험사 부담도 늘고, 소비자도 '불똥'

2021-08-12 18:00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에만 집중…실손보험료 4년새 60% 이상 상승

전 국민의 의료보장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4주년을 맞았지만, 민간보험인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률 확대에만 치중하면서, 정작 3900만명이 가입한 민간보험인 실손보험의 인상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 부랴부랴 비급여 보험금을 제한하는 4세대 실손보험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주경제DB]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는 2018년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이후 매년 실손보험료를 10%가량 인상하고 있다.

2019년에는 보험사별로 1·2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최대 12%까지 인상했다. 지난해에도 최대 9.9%까지 보험료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최소 14%에서 최대 19%까지 보험료가 인상됐다. 보험사들은 올해 말에도 10%대의 보험료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술적으로 보면 2016년 월 보험료 4만원의 실손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5년 갱신 주기인 올해 실손보험을 올해 갱신할 경우 기존보다 61% 상승한 월 6만4420원을 납부해야 한다. 연 보험료 부담도 기존보다 30만원가량 늘어난다.

이처럼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매년 인상된 데에는 비급여 증가에 따른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계약을 보유한 13개 손보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손보험 손실액은 686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4년간 보험사가 기록한 실손보험 손실액은 총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실손보험의 손실액 증가와 함께 손해율도 늘어 올해 1분기 132.6%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123.2%에서 2018년 121.8%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2019년 134.6%, 2020년 130.5%로 최근 2년간 줄곧 130%를 상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 증가 원인 중 하나로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초기 의료보험 급여확대 추진이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춰 보험료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딴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비 보장 영역이 넓어지면서 민간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료 수요 자체가 확대되면서 기대 효과 대신 부작용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앞서 문재인 케어의 효과로 보험료가 인하될 것이라는 정반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건보공단은 2018년 실손보험 반사이익을 산출해 0.6%의 보험료 지급 감소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또 2019년에는 6.15%의 보험료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여항목이 많아지는 만큼 부담이 적어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문재인 케어로 의료비가 저렴해지자 그 이상으로 사람들의 병원 방문이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결국 이는 건강보험 자기부담금은 물론,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보험금 지급도 증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케어 실시 전인 2017년 국내 한 가구당 연간 5만7423원이었던 외래의료비 지출은 지난해 6만4443원으로 12.2%(7020원)나 늘었다.

정부가 부랴부랴 논란이 된 비급여 보장을 축소한 4세대 실손보험을 지난달 내놨지만, 소비자와 보험사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한화생명·교보생명 등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15개 보험사의 지난달 4세대 실손보험 신규판매량은 6만여건에 불과했다. 이는 2017년 4월 3세대 실손보험 출시 첫달 판매량(13만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문재인 케어로 인해 보험사와 국민 모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정책 공개 당시부터 줄곧 이어져 왔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건강보험과 민간 실손보험료의 동반 상승이 지속돼 결국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